[특파원 리포트] 달라진 미 코로나 양상…감염 물결에도 사망자는 낮아

입력 2022.06.22 (08:00) 수정 2022.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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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9일 영국에 사는 90세 마가렛 키넌 씨가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2020년 12월 9일 영국에 사는 90세 마가렛 키넌 씨가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현지시간 17일) 미국에서는 만 5세 미만의 영아들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긴급승인을 내렸습니다. 미 식품의약품안전청 FDA가 지난 연말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신청한 '만 5세 이하 영아용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해 6개월 만에 긴급승인 허가를 내 준 겁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을 시작한 이래,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지구촌에 사는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점은 영국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리고, 전세계에서 최초로 영국 할머니 마거렛 키넌 접종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는 장면이 생중계된 순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FDA의 5세 미만 영아 백신 접종 승인 뉴스는 참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아직 관련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미국에서도 조용한 뉴스로 지나갔습니다. 이미 만 5세에서 12세 어린이 백신 접종률이 30%에 불과한 만큼, 영아 접종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큰 파급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에, 정부에서 기존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 수준으로 적극적 홍보를 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보다 더 큰 이유는 코로나19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 달라진 코로나 양상…감염자는 늘어도 사망자는 줄고 있다

코로나 초기부터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온 뉴욕타임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패턴이 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염력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감염속도가 높고 반경이 컸던 올겨울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미국에선 감염자의 비율은 늘고 있지만, 사망자는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겁니다. 대유행이 시작한 이래, 미국 내 코로나 사망률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가 겪어온 코로나 공식은 이랬습니다.

코로나 검사량 증가 -> 감염자 수 증가 -> 입원률 증가 -> 사망자 수 증가

이 공식은 선행 지표가 발생한 지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오미크론 당시에는 더 빠르게 사흘 간격으로 다음 단계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겁니다. 현재 미국에서 일일 코로나 감염자 수는 평균 10만 명 선(일주일 치를 하루로 나눈 평균)이지만 사망자는 일일 평균 300명 선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일일 코로나 감염 그래프 뒤에는 일정 간격으로 모양을 같이 하는 사망 그래프가 겹쳐져 왔습니다.

사망자 숫자는 10만 명당 1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추세선을 비교할 때, 확진자가 증가하고 대략 2주 뒤에 사망자 추세가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사망자 숫자는 10만 명당 1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추세선을 비교할 때, 확진자가 증가하고 대략 2주 뒤에 사망자 추세가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재 코로나 환자 입원율과 겹쳐보면, 환자 입원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줄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렌지색의 미국 내 입원환자 수의 추세선에 따라서 움직이던 사망자 그래프(빨강)이 최근들어 코로나 공식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오렌지색의 미국 내 입원환자 수의 추세선에 따라서 움직이던 사망자 그래프(빨강)이 최근들어 코로나 공식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바이러스의 약화? 면역력의 증가?

그 이유가 바이러스가 약화된 것인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면역력이 증가된 것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인체의 면역력이 증가되면서(백신 접종), 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형태가 변화되는 과정(바이러스의 약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공중보건 학과 다우니 박사는 코로나 검사 양성 비율과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유행 초기(2020년 초)에 비해 올 1월 사망률이 1/3, 1월부터 4월까지 사망률이 1/4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대략적인 연구 결과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 한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인구의 83%인데다, 바이러스에 한번이라도 감염됐던 사례가 미국 인구의 60%를 넘어선 만큼, 면역력을 확보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사망률이 크게 낮아진 이유라고 봤습니다.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이 가운데 노년층의 비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인구 전반의 면역력이 높아진 만큼 역설적으로 면역력이 취약한 노년층, 암환자 등 면역 취약계층의 사망은 계속된다는 겁니다.

■ 올 연말 허를 찔릴 수 있다

지난해 1월 기자가 미국에 왔을 때 하루 사망자는 4천 명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치를 평균 내더라도 하루 3,800명이 코로나로 매일같이 죽어가고 있던 땝니다. 마트에 가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카트 손잡이에 소독 분무기를 뿌려 대며 장갑을 끼고 장을 보던 때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상대가 가깝다고 느껴지면 "사회적 거리를 두라"며 외칠 만큼 모두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의 사망자는 하루 300여 명으로 당시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적은 수는 아닙니다. 교통사고로 매일 사망하는 미국인들의 2배에 해당하는 숫자가 아직도 매일같이 코로나로 죽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오랜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고, 예전과 같은 건강상태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현재 사람들의 몸 속에 남아있는 면역력(백신, 혹은 감염으로 인한 것이든)은 사그라들 것이고,또다시 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것이라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햅니다. 문제는 이미 코로나가 끝난 것처럼 방심하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코로나 검사, 감염자에 대한 통계가 점점 희박해지고, 입원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이 희미해지며, 정부가 더 이상 백신 접종을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을 때, 코로나 변이가 찾아올 거라고, "올해 말에 허를 찔릴 수 있습니다"라고 스탠포드 대학의 아브라아르 카란 박사는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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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달라진 미 코로나 양상…감염 물결에도 사망자는 낮아
    • 입력 2022-06-22 08:00:18
    • 수정2022-06-22 08:00:58
    특파원 리포트
2020년 12월 9일 영국에 사는 90세 마가렛 키넌 씨가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현지시간 17일) 미국에서는 만 5세 미만의 영아들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긴급승인을 내렸습니다. 미 식품의약품안전청 FDA가 지난 연말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신청한 '만 5세 이하 영아용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해 6개월 만에 긴급승인 허가를 내 준 겁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을 시작한 이래,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지구촌에 사는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점은 영국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리고, 전세계에서 최초로 영국 할머니 마거렛 키넌 접종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는 장면이 생중계된 순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FDA의 5세 미만 영아 백신 접종 승인 뉴스는 참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아직 관련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미국에서도 조용한 뉴스로 지나갔습니다. 이미 만 5세에서 12세 어린이 백신 접종률이 30%에 불과한 만큼, 영아 접종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큰 파급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에, 정부에서 기존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 수준으로 적극적 홍보를 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보다 더 큰 이유는 코로나19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 달라진 코로나 양상…감염자는 늘어도 사망자는 줄고 있다

코로나 초기부터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온 뉴욕타임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패턴이 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염력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감염속도가 높고 반경이 컸던 올겨울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미국에선 감염자의 비율은 늘고 있지만, 사망자는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겁니다. 대유행이 시작한 이래, 미국 내 코로나 사망률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가 겪어온 코로나 공식은 이랬습니다.

코로나 검사량 증가 -> 감염자 수 증가 -> 입원률 증가 -> 사망자 수 증가

이 공식은 선행 지표가 발생한 지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오미크론 당시에는 더 빠르게 사흘 간격으로 다음 단계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겁니다. 현재 미국에서 일일 코로나 감염자 수는 평균 10만 명 선(일주일 치를 하루로 나눈 평균)이지만 사망자는 일일 평균 300명 선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일일 코로나 감염 그래프 뒤에는 일정 간격으로 모양을 같이 하는 사망 그래프가 겹쳐져 왔습니다.

사망자 숫자는 10만 명당 1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추세선을 비교할 때, 확진자가 증가하고 대략 2주 뒤에 사망자 추세가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재 코로나 환자 입원율과 겹쳐보면, 환자 입원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줄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렌지색의 미국 내 입원환자 수의 추세선에 따라서 움직이던 사망자 그래프(빨강)이 최근들어 코로나 공식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바이러스의 약화? 면역력의 증가?

그 이유가 바이러스가 약화된 것인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면역력이 증가된 것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인체의 면역력이 증가되면서(백신 접종), 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형태가 변화되는 과정(바이러스의 약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공중보건 학과 다우니 박사는 코로나 검사 양성 비율과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유행 초기(2020년 초)에 비해 올 1월 사망률이 1/3, 1월부터 4월까지 사망률이 1/4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대략적인 연구 결과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 한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인구의 83%인데다, 바이러스에 한번이라도 감염됐던 사례가 미국 인구의 60%를 넘어선 만큼, 면역력을 확보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사망률이 크게 낮아진 이유라고 봤습니다.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이 가운데 노년층의 비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인구 전반의 면역력이 높아진 만큼 역설적으로 면역력이 취약한 노년층, 암환자 등 면역 취약계층의 사망은 계속된다는 겁니다.

■ 올 연말 허를 찔릴 수 있다

지난해 1월 기자가 미국에 왔을 때 하루 사망자는 4천 명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치를 평균 내더라도 하루 3,800명이 코로나로 매일같이 죽어가고 있던 땝니다. 마트에 가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카트 손잡이에 소독 분무기를 뿌려 대며 장갑을 끼고 장을 보던 때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상대가 가깝다고 느껴지면 "사회적 거리를 두라"며 외칠 만큼 모두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의 사망자는 하루 300여 명으로 당시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적은 수는 아닙니다. 교통사고로 매일 사망하는 미국인들의 2배에 해당하는 숫자가 아직도 매일같이 코로나로 죽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오랜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고, 예전과 같은 건강상태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현재 사람들의 몸 속에 남아있는 면역력(백신, 혹은 감염으로 인한 것이든)은 사그라들 것이고,또다시 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것이라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햅니다. 문제는 이미 코로나가 끝난 것처럼 방심하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코로나 검사, 감염자에 대한 통계가 점점 희박해지고, 입원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이 희미해지며, 정부가 더 이상 백신 접종을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을 때, 코로나 변이가 찾아올 거라고, "올해 말에 허를 찔릴 수 있습니다"라고 스탠포드 대학의 아브라아르 카란 박사는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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