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에 ‘노조’ 탄생한 ‘애플’…이유는?

입력 2022.06.22 (13:29) 수정 2022.06.22 (13: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 주 토슨 타운의 ‘애플’ 매장 직원들이 현지시각 이달 18일 국제기계 및 항공우주 노동자 연합(IAM) 가입을 결정했다. (출처 : 미국 기계조합  트위터)미국 메릴랜드 주 토슨 타운의 ‘애플’ 매장 직원들이 현지시각 이달 18일 국제기계 및 항공우주 노동자 연합(IAM) 가입을 결정했다. (출처 : 미국 기계조합 트위터)

시가총액 세계 1위, '애플'에 사상 첫 노동조합이 들어서게 됐다. 현지시각 18일, AP 통신 등 외신은 메릴랜드 주 토슨에 있는 '애플' 매장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노조 설립 찬반 투표 결과, 찬성 65표, 반대 33표로 투표안이 통과됐다. 국제기계 및 항공우주 노동자연합(IAM)이 '애플' 노조의 가입안 받아들이면, '애플'이 설립된 1976년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 '무노조 50년' 스타벅스, 세계 유통 1위 '아마존'에도 첫 노조…美 기업에 부는 '노조 바람'

'애플' 노조의 탄생은 최근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일어난 노조 설립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시작은 스타벅스였다.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스타벅스'에 지난해 12월 첫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뉴욕 버펄로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은 찬성 19표, 반대 8표로 노조 설립을 결정했다.

버팔로 시 매장의 노조 설립을 계기로 현재까지 미국 내 스타벅스 270여 곳에서 노조설립 투표가 진행됐다. 이 중 50여 곳은 노조 설립에 성공했다고 전해졌다. 미국에는 약 9천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미국 ‘아마존’ 창고에 노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미국 ‘아마존’ 창고에 노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스타벅스'의 변화는 세계 유통업계 1위 '아마존'에도 영향을 줬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JFK8 물류 공장의 직원들은 지난 4월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 '아마존'이 설립된 1994년 이래 첫 노조다.

■ '팬데믹' 여파로 근무 환경 악화…기업들은 '코로나 특수'

수십 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글로벌 기업들에 잇따라 노조가 들어선 데는 코로나 19 대유행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이 오래 이어지면서, 미국 내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크게 악화 됐다. 건강 악화, 보육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늘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발적 실직 상태에 머무는 경우도 많아졌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초창기부터 경기부양 패키지 법(CARES Act)에 따라 구제 기금 3조 4천억 달러(약 4천조 원)를 지원해 왔다. 남은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하락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6%로 31년 만에 최고 증가 폭을 보였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더 많이 일하며, 더 적은 돈을 받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아마존'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정치적 분위기가 '친노동자' 쪽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간부를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등 노조 설립을 지지했다. 윌마 리브먼 미국 전 국가노동관계위원회 위원장은 "바이든 정부는 매우 친노동적인 정권"이라며, "이런 상황이 (노조 설립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분석했다.

■ 직원 해고·회유…'노-사 갈등' 수면 위로

노조 설립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이미 표면화됐다. '아마존'은 최근 노조 결성을 주도한 직원 2명을 성과가 낮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했다. 노조 측 역시 사측이 노조 투표를 두고 직원을 위협했다며, 사측을 고소하고 맞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애플'과 '스타벅스'도 노조 결성을 불법으로 방해한다는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노사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노동조합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미국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노동조합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직원 회유책도 들고 나왔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무노조 직원에게 5% 급여 인상과 보너스를 제공하고, 교육을 확대하는 등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노조에 찬성표를 던지려는 사람은 정말 (현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비용을 내도록 놔두라"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 美 국민 68% "노조 찬성"…부작용 우려도

그럼에도 미국 사회 내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노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57년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다만 잇따른 노조 설립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직원을 대규모 해고하는 등 오히려 노동자의 고용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높아진 인건비나 유지비를 기업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46년 만에 ‘노조’ 탄생한 ‘애플’…이유는?
    • 입력 2022-06-22 13:29:37
    • 수정2022-06-22 13:36:42
    세계는 지금
미국 메릴랜드 주 토슨 타운의 ‘애플’ 매장 직원들이 현지시각 이달 18일 국제기계 및 항공우주 노동자 연합(IAM) 가입을 결정했다. (출처 : 미국 기계조합  트위터)
시가총액 세계 1위, '애플'에 사상 첫 노동조합이 들어서게 됐다. 현지시각 18일, AP 통신 등 외신은 메릴랜드 주 토슨에 있는 '애플' 매장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노조 설립 찬반 투표 결과, 찬성 65표, 반대 33표로 투표안이 통과됐다. 국제기계 및 항공우주 노동자연합(IAM)이 '애플' 노조의 가입안 받아들이면, '애플'이 설립된 1976년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 '무노조 50년' 스타벅스, 세계 유통 1위 '아마존'에도 첫 노조…美 기업에 부는 '노조 바람'

'애플' 노조의 탄생은 최근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일어난 노조 설립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시작은 스타벅스였다.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스타벅스'에 지난해 12월 첫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뉴욕 버펄로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은 찬성 19표, 반대 8표로 노조 설립을 결정했다.

버팔로 시 매장의 노조 설립을 계기로 현재까지 미국 내 스타벅스 270여 곳에서 노조설립 투표가 진행됐다. 이 중 50여 곳은 노조 설립에 성공했다고 전해졌다. 미국에는 약 9천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미국 ‘아마존’ 창고에 노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스타벅스'의 변화는 세계 유통업계 1위 '아마존'에도 영향을 줬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JFK8 물류 공장의 직원들은 지난 4월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 '아마존'이 설립된 1994년 이래 첫 노조다.

■ '팬데믹' 여파로 근무 환경 악화…기업들은 '코로나 특수'

수십 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글로벌 기업들에 잇따라 노조가 들어선 데는 코로나 19 대유행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이 오래 이어지면서, 미국 내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크게 악화 됐다. 건강 악화, 보육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늘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발적 실직 상태에 머무는 경우도 많아졌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초창기부터 경기부양 패키지 법(CARES Act)에 따라 구제 기금 3조 4천억 달러(약 4천조 원)를 지원해 왔다. 남은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하락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6%로 31년 만에 최고 증가 폭을 보였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더 많이 일하며, 더 적은 돈을 받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아마존'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정치적 분위기가 '친노동자' 쪽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간부를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등 노조 설립을 지지했다. 윌마 리브먼 미국 전 국가노동관계위원회 위원장은 "바이든 정부는 매우 친노동적인 정권"이라며, "이런 상황이 (노조 설립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분석했다.

■ 직원 해고·회유…'노-사 갈등' 수면 위로

노조 설립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이미 표면화됐다. '아마존'은 최근 노조 결성을 주도한 직원 2명을 성과가 낮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했다. 노조 측 역시 사측이 노조 투표를 두고 직원을 위협했다며, 사측을 고소하고 맞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애플'과 '스타벅스'도 노조 결성을 불법으로 방해한다는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노사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노동조합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직원 회유책도 들고 나왔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무노조 직원에게 5% 급여 인상과 보너스를 제공하고, 교육을 확대하는 등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노조에 찬성표를 던지려는 사람은 정말 (현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비용을 내도록 놔두라"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 美 국민 68% "노조 찬성"…부작용 우려도

그럼에도 미국 사회 내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노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57년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다만 잇따른 노조 설립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직원을 대규모 해고하는 등 오히려 노동자의 고용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높아진 인건비나 유지비를 기업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