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첫 확진…가까이 앉은 탑승객 21일간 ‘능동 감시’

입력 2022.06.22 (18:04) 수정 2022.06.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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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서 입국 1명 확진…감염병 위기 '주의'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오늘(22일) 오후 브리핑에서 "어제(2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 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자로 판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독일에서 어제 오후 4시쯤 입국한 뒤 직접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를 했고,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감염 의심자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한 뒤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인 인천의료원에 이송돼 치료와 검사를 받았습니다. A 씨의 경우 입국 전인 지난 18일엔 두통 증상을, 입국 당시에는 미열과 인후통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2022.06.22.)원숭이두창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2022.06.22.)

방역 당국은 첫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1단계 격상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대책반도 질병관리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격상해 다른 부처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또, 전국 시·도와 감염자가 발생한 시·도 내 모든 시·군·구에 대해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예방접종의 경우엔 환자 접촉자의 위험도를 고려해 희망자들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확진자와 접촉한 인원 얼마나 되나?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 결과 A 씨의 경우 '고위험 접촉자'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의 3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고위험군은 확진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난 지 21일 이내에 피부 접촉 등 밀접 접촉한 동거인 등을 말합니다.

방역 당국은 첫 확진자 A 씨가 탑승한 비행기의 앞·뒤, 좌·우, 대각선 1열 등 인접 좌석의 승객에 대해 '중위험 접촉자'로 분류해 앞으로 21일 동안 '능동감시'를 하도록 했습니다. 능동감시는 보건소에서 중위험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1~2회 정도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들 접촉자 외에 먼 자리 승객들에 대해서는 '저위험 접촉자'로 분류해, 21일 동안 본인의 증상을 관찰한 뒤 의심 증상이 있을 땐 방역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 '원숭이두창'은 어떤 감염병?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원숭이두창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희귀 질환입니다. 1958년 연구를 위해 사육된 원숭이들에서 수두와 비슷한 질병이 처음 발견돼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중·서부 아프리카지역에서 풍토병화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의 새로운 명칭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바이러스의 기원이 불확실해 원숭이가 들어간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 코로나19보다 전파력 약하지만 치명률 높다?

원숭이두창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사람, 사람→사람, 감염된 환경→사람으로 전파됩니다. 감염자의 혈액 또는 체액이나 딱지, 상처 등에 밀접하게 접촉했을 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옷이나 침구류 등 오염된 물질을 통해서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의 전파력이 코로나19만큼 높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감염되는 정도의 전파력은 아니어서 공기를 통한 사람 간 전염이 흔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 양상을 띠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명률은 얘기가 다릅니다. WHO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 수준으로, 국내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인 0.13%보다 높습니다. 특히 신생아,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더 위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지금까지 비풍토병인 지역에선 치명률이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3주까지로 길어 무증상 단계에서 확진자가 입국한 뒤 지역사회에서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해외 입국자들의 경우 검역 단계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의심증상 등을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만약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 이례적인 확산…WHO 비상사태 선포 검토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출처: WHO 홈페이지)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출처: WHO 홈페이지)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알려졌던 원숭이두창이 세계 다른 나라에서 이례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입니다. 5월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고 난 뒤, WHO 집계 결과 지난 15일까지 세계 42개 나라에서 2,103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와 발병 규모(출처: WHO 홈페이지)원숭이두창 발생 국가와 발병 규모(출처: WHO 홈페이지)

나라별로는 영국이 524건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 313건, 독일 263건, 포르투갈 241건, 캐나다 159건, 프랑스 125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사망 사례는 나이지리아에서 1건 보고됐습니다. 최근까지 아시아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된 경우는 드물었는데, 오늘(22일) 싱가포르에서도 확진자 1명이 발생해 올해 첫 동남아시아 확진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원숭이두창이 이처럼 세계 많은 나라에서 동시에 집단 감염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WHO는 내일(현지시간 2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원숭이두창의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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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숭이두창 첫 확진…가까이 앉은 탑승객 21일간 ‘능동 감시’
    • 입력 2022-06-22 18:04:34
    • 수정2022-06-22 18:05:01
    취재K

■ 독일에서 입국 1명 확진…감염병 위기 '주의'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오늘(22일) 오후 브리핑에서 "어제(2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 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자로 판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독일에서 어제 오후 4시쯤 입국한 뒤 직접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를 했고,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감염 의심자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한 뒤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인 인천의료원에 이송돼 치료와 검사를 받았습니다. A 씨의 경우 입국 전인 지난 18일엔 두통 증상을, 입국 당시에는 미열과 인후통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2022.06.22.)
방역 당국은 첫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1단계 격상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대책반도 질병관리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격상해 다른 부처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또, 전국 시·도와 감염자가 발생한 시·도 내 모든 시·군·구에 대해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예방접종의 경우엔 환자 접촉자의 위험도를 고려해 희망자들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확진자와 접촉한 인원 얼마나 되나?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 결과 A 씨의 경우 '고위험 접촉자'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의 3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고위험군은 확진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난 지 21일 이내에 피부 접촉 등 밀접 접촉한 동거인 등을 말합니다.

방역 당국은 첫 확진자 A 씨가 탑승한 비행기의 앞·뒤, 좌·우, 대각선 1열 등 인접 좌석의 승객에 대해 '중위험 접촉자'로 분류해 앞으로 21일 동안 '능동감시'를 하도록 했습니다. 능동감시는 보건소에서 중위험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1~2회 정도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들 접촉자 외에 먼 자리 승객들에 대해서는 '저위험 접촉자'로 분류해, 21일 동안 본인의 증상을 관찰한 뒤 의심 증상이 있을 땐 방역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 '원숭이두창'은 어떤 감염병?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원숭이두창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희귀 질환입니다. 1958년 연구를 위해 사육된 원숭이들에서 수두와 비슷한 질병이 처음 발견돼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중·서부 아프리카지역에서 풍토병화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의 새로운 명칭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바이러스의 기원이 불확실해 원숭이가 들어간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 코로나19보다 전파력 약하지만 치명률 높다?

원숭이두창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사람, 사람→사람, 감염된 환경→사람으로 전파됩니다. 감염자의 혈액 또는 체액이나 딱지, 상처 등에 밀접하게 접촉했을 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옷이나 침구류 등 오염된 물질을 통해서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의 전파력이 코로나19만큼 높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감염되는 정도의 전파력은 아니어서 공기를 통한 사람 간 전염이 흔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 양상을 띠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명률은 얘기가 다릅니다. WHO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 수준으로, 국내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인 0.13%보다 높습니다. 특히 신생아,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더 위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지금까지 비풍토병인 지역에선 치명률이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3주까지로 길어 무증상 단계에서 확진자가 입국한 뒤 지역사회에서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해외 입국자들의 경우 검역 단계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의심증상 등을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만약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 이례적인 확산…WHO 비상사태 선포 검토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출처: WHO 홈페이지)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알려졌던 원숭이두창이 세계 다른 나라에서 이례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입니다. 5월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고 난 뒤, WHO 집계 결과 지난 15일까지 세계 42개 나라에서 2,103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와 발병 규모(출처: WHO 홈페이지)
나라별로는 영국이 524건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 313건, 독일 263건, 포르투갈 241건, 캐나다 159건, 프랑스 125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사망 사례는 나이지리아에서 1건 보고됐습니다. 최근까지 아시아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된 경우는 드물었는데, 오늘(22일) 싱가포르에서도 확진자 1명이 발생해 올해 첫 동남아시아 확진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원숭이두창이 이처럼 세계 많은 나라에서 동시에 집단 감염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WHO는 내일(현지시간 2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원숭이두창의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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