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입력 2022.06.22 (19:36) 수정 2022.06.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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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 제주 바다의 해조류 감소 실태를 심층 보도해드렸는데요,

기후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해양 생태계가 황폐화되면서 제주를 비롯한 우리 어촌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이기도 한데요,

다른 지역의 실태는 어떤지 살펴보는 순서 마련했습니다.

KBS네트워크 창원방송총국의 최진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아버지 뒤를 이어 14년째 미더덕 양식장을 하고 있는 40살 정성원 씨, 양식장 그물을 걷어 올려봤습니다.

미더덕 대신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10여 년 전, 갈색의 미더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은 30도로, 1년 새 5.7도가 올랐습니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오른 것과 같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 생산량은 올해 9톤으로, 8년 전 100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정성원/미더덕 양식장 운영 : "제 아들이 이런 경우를 안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지 않겠나…."]

겨울철 별미로 유명한 '물메기'의 주산지인 통영 추도에 10년 전 귀어한 66살 김종진 씨.

겨울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물에는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만 걸립니다.

[김종진/귀어인 : "보시다시피 4일 내내 (그물을 쳐놔도) 고기가 없잖아요. 이제 갑오징어 한 마리 올라오네. 아."]

조업 자체가 어려워 귀어는커녕, 섬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어장도 많이 안 하고, 심지어는 조선소에 일하러 (섬을) 나가시는 분들도 있고. 옆에 마을에는."]

통영 역시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이 29.7로, 전년보다 6도 올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가 살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물메기 위판량은 점점 줄어 4년 전의 5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나 올랐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양식어류 고수온 피해는 점점 커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철수/경남수산안전기술원 원장 : "경남 남해안 해역에서도 고수온, 빈산소수괴, 먹이생물 부족 등 발생 원인이 복잡해지고 다양화 추세로 어패류 양식 환경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10년 전 전국의 어촌 인구는 15만여 명에서 지난해 9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이상입니다.

어촌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수산자원 황폐화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어촌 소멸예측지도'를 보면, 23년 뒤 전국 어촌마을 84.2%는 소멸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경남 남해안에서는 통영과 고성, 남해이 포함됐습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어촌 소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올해를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으로 지정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이하우·김대현/그래픽:박재희·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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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 입력 2022-06-22 19:36:29
    • 수정2022-06-22 19:59:14
    뉴스7(제주)
[앵커]

지난 주 제주 바다의 해조류 감소 실태를 심층 보도해드렸는데요,

기후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해양 생태계가 황폐화되면서 제주를 비롯한 우리 어촌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이기도 한데요,

다른 지역의 실태는 어떤지 살펴보는 순서 마련했습니다.

KBS네트워크 창원방송총국의 최진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아버지 뒤를 이어 14년째 미더덕 양식장을 하고 있는 40살 정성원 씨, 양식장 그물을 걷어 올려봤습니다.

미더덕 대신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10여 년 전, 갈색의 미더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은 30도로, 1년 새 5.7도가 올랐습니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오른 것과 같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 생산량은 올해 9톤으로, 8년 전 100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정성원/미더덕 양식장 운영 : "제 아들이 이런 경우를 안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지 않겠나…."]

겨울철 별미로 유명한 '물메기'의 주산지인 통영 추도에 10년 전 귀어한 66살 김종진 씨.

겨울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물에는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만 걸립니다.

[김종진/귀어인 : "보시다시피 4일 내내 (그물을 쳐놔도) 고기가 없잖아요. 이제 갑오징어 한 마리 올라오네. 아."]

조업 자체가 어려워 귀어는커녕, 섬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어장도 많이 안 하고, 심지어는 조선소에 일하러 (섬을) 나가시는 분들도 있고. 옆에 마을에는."]

통영 역시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이 29.7로, 전년보다 6도 올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가 살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물메기 위판량은 점점 줄어 4년 전의 5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나 올랐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양식어류 고수온 피해는 점점 커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철수/경남수산안전기술원 원장 : "경남 남해안 해역에서도 고수온, 빈산소수괴, 먹이생물 부족 등 발생 원인이 복잡해지고 다양화 추세로 어패류 양식 환경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10년 전 전국의 어촌 인구는 15만여 명에서 지난해 9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이상입니다.

어촌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수산자원 황폐화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어촌 소멸예측지도'를 보면, 23년 뒤 전국 어촌마을 84.2%는 소멸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경남 남해안에서는 통영과 고성, 남해이 포함됐습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어촌 소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올해를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으로 지정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이하우·김대현/그래픽:박재희·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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