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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원숭이두창 확진자 발생
원숭이두창, 왜 남성이 주로 걸리나…낙인과 예방의 딜레마
입력 2022.06.23 (06:00) 수정 2022.06.23 (09:39) 세계는 지금

어제(22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원숭이두창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관계 없이도 전염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은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전염되고, 누구든지 감염된 사람과 밀접한 신체 접촉을 하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올 봄 유럽에서 확산한 원숭이두창 환자의 상당수는 남성과 성관계를 경험한 남성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왜 원숭이두창 감염은 주로 남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에게 영향을 미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학자들이 성 소수자에 대한 낙인 우려와 예방 조치의 필요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WHO·영국 통계 보니…원숭이두창 환자 99%가 남성

올해 확산한 원숭이두창 환자의 성별이 주로 남성이라는 사실은 공식 통계에서 확인됩니다. 6월 15일 기준 WHO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고된 원숭이두창 확진 환자는 42개국 2,103명입니다. 84%인 1,773명이 유럽에서 보고됐습니다.

그중 인구학적 정보가 알려진 환자는 14개국의 468명인데, 99%가 성인 남성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많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보고된 국가는 영국으로 15일까지 524명이 확진됐습니다. 영국 정부의 조사에서도 환자의 인구학적 특성은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 영국 보건안전청의 발표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환자 314명을 1차 분석했더니 남성이 311명으로 99%였고 여성은 3명에 그쳤습니다. 환자 152명을 심층 조사했더니, 151명이 남성과 성관계 경험이 있는 남성이었고 1명은 정보 공개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 "성 소수자 낙인·치료 지연 우려"

사이언스는 원숭이두창 환자가 대부분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이라는 인구학적 특성 때문에 과학자들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성 소수자에 대한 낙인을 유발할 것을 우려해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학자는 집계가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감염병 모델링을 연구하는 릴리스 위틀스 박사는 "(영국에서) 동성애자 남성은 이성애자 남성보다 병원을 자주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동성애자가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서 더 많이 보고됐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에머리대 바이러스학자인 보구마 티탄지 박사도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이성애자의 사회적 연결망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 대부분은 분석 대상에 대한 편향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초기에 증상이 약한 환자 일부가 보고에서 누락되거나 오진되었더라도, 그랬다면 지금 동성애자가 아닌 집단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더 발생했을 거라는 겁니다.

감염병학자인 애쉴리 튜이트 토론토대 교수는 "동성애자 남성에 초점을 맞추길 주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전제했습니다. 전파 경로를 성 소수자 집단에 집중하면 이들에 대한 낙인 효과가 발생해 차별이 더 심각해지고 치료가 늦어질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튜이트 교수는 "데이터와 추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금 시점에서 원숭이두창은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집단에서 발병하고 있는 것이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 전문가인 드미트리 다스카라키스도 원숭이두창이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집단에서 집중적으로 발병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 낙인과 예방 사이…고위험군 방역 '딜레마'

올 봄 유럽에서 발병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부 연구 결과는 성적 접촉으로 감염이 확산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앞서 소개한 152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에서, 성생활에 대해 추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연구에 응한 45명 가운데 44%는 최근 3개월간 성적 활동의 파트너가 10명 이상이었고 잠복기에 집단 성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염병 연구자들은 동성애자들의 성적 연결망이 다른 집단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소수의 밀도 높은 관계망에서 확산하는 성매개감염병과 전파 양상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성매개감염병은 아니지만, 밀접한 피부접촉을 통해 감염되다보니 성 소수자 집단에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 같은 상황은 각국의 보건당국과 연구자들에게 딜레마를 안기고 있습니다. 유행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가 집중된 성 소수자 집단에 대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조장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각국 보건당국의 대응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현지 시간 21일 남성 동성애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을 원숭이두창 고위험군으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미국 유타 주는 성 소수자에게 의심증상이 나타나는지 잘 관찰하도록 안내하면서도, 성 소수자 그룹을 고위험군으로 명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감염될 수 있는데, 성 소수자를 고위험군으로 특정하면 이성애자들은 감염 위험을 간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5월 이전에 발생한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는 성 소수자 집단과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과,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전염력이 높아지면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지역사회로 유행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 같은 대응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 원숭이두창, 왜 남성이 주로 걸리나…낙인과 예방의 딜레마
    • 입력 2022-06-23 06:00:18
    • 수정2022-06-23 09:39:59
    세계는 지금

어제(22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원숭이두창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관계 없이도 전염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은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전염되고, 누구든지 감염된 사람과 밀접한 신체 접촉을 하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올 봄 유럽에서 확산한 원숭이두창 환자의 상당수는 남성과 성관계를 경험한 남성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왜 원숭이두창 감염은 주로 남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에게 영향을 미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학자들이 성 소수자에 대한 낙인 우려와 예방 조치의 필요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WHO·영국 통계 보니…원숭이두창 환자 99%가 남성

올해 확산한 원숭이두창 환자의 성별이 주로 남성이라는 사실은 공식 통계에서 확인됩니다. 6월 15일 기준 WHO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고된 원숭이두창 확진 환자는 42개국 2,103명입니다. 84%인 1,773명이 유럽에서 보고됐습니다.

그중 인구학적 정보가 알려진 환자는 14개국의 468명인데, 99%가 성인 남성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많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보고된 국가는 영국으로 15일까지 524명이 확진됐습니다. 영국 정부의 조사에서도 환자의 인구학적 특성은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 영국 보건안전청의 발표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환자 314명을 1차 분석했더니 남성이 311명으로 99%였고 여성은 3명에 그쳤습니다. 환자 152명을 심층 조사했더니, 151명이 남성과 성관계 경험이 있는 남성이었고 1명은 정보 공개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 "성 소수자 낙인·치료 지연 우려"

사이언스는 원숭이두창 환자가 대부분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이라는 인구학적 특성 때문에 과학자들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성 소수자에 대한 낙인을 유발할 것을 우려해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학자는 집계가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감염병 모델링을 연구하는 릴리스 위틀스 박사는 "(영국에서) 동성애자 남성은 이성애자 남성보다 병원을 자주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동성애자가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서 더 많이 보고됐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에머리대 바이러스학자인 보구마 티탄지 박사도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이성애자의 사회적 연결망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 대부분은 분석 대상에 대한 편향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초기에 증상이 약한 환자 일부가 보고에서 누락되거나 오진되었더라도, 그랬다면 지금 동성애자가 아닌 집단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더 발생했을 거라는 겁니다.

감염병학자인 애쉴리 튜이트 토론토대 교수는 "동성애자 남성에 초점을 맞추길 주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전제했습니다. 전파 경로를 성 소수자 집단에 집중하면 이들에 대한 낙인 효과가 발생해 차별이 더 심각해지고 치료가 늦어질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튜이트 교수는 "데이터와 추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금 시점에서 원숭이두창은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집단에서 발병하고 있는 것이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 전문가인 드미트리 다스카라키스도 원숭이두창이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집단에서 집중적으로 발병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 낙인과 예방 사이…고위험군 방역 '딜레마'

올 봄 유럽에서 발병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부 연구 결과는 성적 접촉으로 감염이 확산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앞서 소개한 152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에서, 성생활에 대해 추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연구에 응한 45명 가운데 44%는 최근 3개월간 성적 활동의 파트너가 10명 이상이었고 잠복기에 집단 성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염병 연구자들은 동성애자들의 성적 연결망이 다른 집단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소수의 밀도 높은 관계망에서 확산하는 성매개감염병과 전파 양상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성매개감염병은 아니지만, 밀접한 피부접촉을 통해 감염되다보니 성 소수자 집단에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 같은 상황은 각국의 보건당국과 연구자들에게 딜레마를 안기고 있습니다. 유행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가 집중된 성 소수자 집단에 대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조장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각국 보건당국의 대응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현지 시간 21일 남성 동성애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을 원숭이두창 고위험군으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미국 유타 주는 성 소수자에게 의심증상이 나타나는지 잘 관찰하도록 안내하면서도, 성 소수자 그룹을 고위험군으로 명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감염될 수 있는데, 성 소수자를 고위험군으로 특정하면 이성애자들은 감염 위험을 간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5월 이전에 발생한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는 성 소수자 집단과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과,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전염력이 높아지면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지역사회로 유행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 같은 대응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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