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양지 “테슬라는 안돼”…진입 막은 이유

입력 2022.06.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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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출처: 바이두

중국 베이징시 동쪽 해안 지역에 있는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는 매년 여름마다 주목받는 곳입니다. 유명한 바닷가 휴양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한 회의' 때문인데요.

하늘에서 바라본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의 모습 (출처: 바이두)하늘에서 바라본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의 모습 (출처: 바이두)

이 곳은 해마다 여름이 되면 시진핑 중국 주석을 포함한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모여서 비밀 회의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가, 언제 모이는지, 무엇을 논하는지 등은 물론 개최 사실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회의가 끝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중국 관영 매체가 "최근 베이다이허에서 회의가 열렸습니다."라고 보도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7월과 8월 무렵 베이다이허에서 중국 공안의 검문이 강화되면 '최고 지도부 회의가 진행되고 있구나.' 짐작할 뿐입니다.

특히 올해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10월 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 비밀회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비밀회의 이후 중국 최고 지도부의 면면이 어떻게 바뀔지, 이후 중국 권력 지도는 어떻게 변화할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비밀 회의' 열리는 베이다이허에서 이동 막은 차량은?

그런데 이 베이다이허 지역에 유독 '이 차종'만 진입이 금지될 예정입니다.

테슬라 전기차가 베이징 도심을 달리고 있다. (출처: 테슬라 홍보 영상)테슬라 전기차가 베이징 도심을 달리고 있다. (출처: 테슬라 홍보 영상)

바로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입니다. 진입 금지 기간은 7월 1일부터 최소 두 달 동안입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결정했고 곧 공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 전기차의 진입이 금지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중국 내 군사지역과 주택 단지 등 '민감한 지역'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통행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6월 8일 한 제보자가 촬영한 영상. 경찰이 쓰촨성 청두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테슬라 차량만 골라내 차로를 변경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6월 8일 한 제보자가 촬영한 영상. 경찰이 쓰촨성 청두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테슬라 차량만 골라내 차로를 변경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이달 8일에는 쓰촨성 청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도로에서 중국 공안들이 테슬라 차량만 확인해 청두 시내 진입을 막았다는 제보가 SNS 등에 올라왔습니다. 공교롭게도 8일은 시 주석이 쓰촨성을 방문해 나선 날입니다. 9일에는 청두를 찾아 쭈룽 부대 군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6월 8일부터 쓰촨성 일대를 방문했다.  (출처: 신화사)시진핑 중국 주석이 6월 8일부터 쓰촨성 일대를 방문했다. (출처: 신화사)

대체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나타나거나 군사적으로 민감한 곳에, 테슬라 전기차만 통행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테슬라 전기차 외부와 내부 특징에서 그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요.

테슬라 전기차가 베이징 시내를 자동 주행하는 모습. (출처: 시과)테슬라 전기차가 베이징 시내를 자동 주행하는 모습. (출처: 시과)

테슬라의 전기차 외부에는 8개의 소형 카메라 달려 있습니다. 사각 지대 없이 360도 촬영할 수 있고 이 영상 데이터를 토대로 자동 조종과 자율 주행, 주차 기능을 지원합니다. 대부분 모델의 백미러 윗부분에는 내부 카메라도 달려있습니다.

특히 테슬라 전기차 외부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는 저장과 공유가 가능하고, 클라우드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가 홍보를 위해 베이징 시내를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출처: 테슬라 홍보 영상)테슬라 전기차가 홍보를 위해 베이징 시내를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출처: 테슬라 홍보 영상)

중국의 입장에서는 테슬라 전기차의 내·외부에 달린 카메라가 도로와 건물, 사람 등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더구나 테슬라는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입니다. 수집한 정보가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안이 중요한 지역마다 테슬라 전기차의 진입을 막는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이쯤 되면 테슬라 전기차를 '미국의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입니다.

중국 상하이시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테슬라가 지은 첫 해외 공장이다. (출처: 바이두)중국 상하이시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테슬라가 지은 첫 해외 공장이다. (출처: 바이두)

그동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당국을 칭찬하는 언급을 자주 하는 등 '친중 행보'를 보여왔기에 중국의 '테슬라 통행 제한'은 더 이례적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실제 일론 머스크는 2021년 3월 20일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한 중국 발전 포럼에서, 테슬라가 중국 등에서 수집한 차량과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정부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2021년 기준 전 세계 테슬라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민감한 시기·민감한 지역'에 테슬라 차량 진입을 수시로 막으면서 일론 머스크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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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휴양지 “테슬라는 안돼”…진입 막은 이유
    • 입력 2022-06-24 06:03:55
    세계는 지금
출처: 바이두
중국 베이징시 동쪽 해안 지역에 있는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는 매년 여름마다 주목받는 곳입니다. 유명한 바닷가 휴양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한 회의' 때문인데요.

하늘에서 바라본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의 모습 (출처: 바이두)
이 곳은 해마다 여름이 되면 시진핑 중국 주석을 포함한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모여서 비밀 회의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가, 언제 모이는지, 무엇을 논하는지 등은 물론 개최 사실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회의가 끝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중국 관영 매체가 "최근 베이다이허에서 회의가 열렸습니다."라고 보도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7월과 8월 무렵 베이다이허에서 중국 공안의 검문이 강화되면 '최고 지도부 회의가 진행되고 있구나.' 짐작할 뿐입니다.

특히 올해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10월 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 비밀회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비밀회의 이후 중국 최고 지도부의 면면이 어떻게 바뀔지, 이후 중국 권력 지도는 어떻게 변화할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비밀 회의' 열리는 베이다이허에서 이동 막은 차량은?

그런데 이 베이다이허 지역에 유독 '이 차종'만 진입이 금지될 예정입니다.

테슬라 전기차가 베이징 도심을 달리고 있다. (출처: 테슬라 홍보 영상)
바로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입니다. 진입 금지 기간은 7월 1일부터 최소 두 달 동안입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결정했고 곧 공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 전기차의 진입이 금지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중국 내 군사지역과 주택 단지 등 '민감한 지역'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통행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6월 8일 한 제보자가 촬영한 영상. 경찰이 쓰촨성 청두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테슬라 차량만 골라내 차로를 변경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이달 8일에는 쓰촨성 청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도로에서 중국 공안들이 테슬라 차량만 확인해 청두 시내 진입을 막았다는 제보가 SNS 등에 올라왔습니다. 공교롭게도 8일은 시 주석이 쓰촨성을 방문해 나선 날입니다. 9일에는 청두를 찾아 쭈룽 부대 군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6월 8일부터 쓰촨성 일대를 방문했다.  (출처: 신화사)
대체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나타나거나 군사적으로 민감한 곳에, 테슬라 전기차만 통행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테슬라 전기차 외부와 내부 특징에서 그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요.

테슬라 전기차가 베이징 시내를 자동 주행하는 모습. (출처: 시과)
테슬라의 전기차 외부에는 8개의 소형 카메라 달려 있습니다. 사각 지대 없이 360도 촬영할 수 있고 이 영상 데이터를 토대로 자동 조종과 자율 주행, 주차 기능을 지원합니다. 대부분 모델의 백미러 윗부분에는 내부 카메라도 달려있습니다.

특히 테슬라 전기차 외부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는 저장과 공유가 가능하고, 클라우드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가 홍보를 위해 베이징 시내를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출처: 테슬라 홍보 영상)
중국의 입장에서는 테슬라 전기차의 내·외부에 달린 카메라가 도로와 건물, 사람 등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더구나 테슬라는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입니다. 수집한 정보가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안이 중요한 지역마다 테슬라 전기차의 진입을 막는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이쯤 되면 테슬라 전기차를 '미국의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입니다.

중국 상하이시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테슬라가 지은 첫 해외 공장이다. (출처: 바이두)
그동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당국을 칭찬하는 언급을 자주 하는 등 '친중 행보'를 보여왔기에 중국의 '테슬라 통행 제한'은 더 이례적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실제 일론 머스크는 2021년 3월 20일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한 중국 발전 포럼에서, 테슬라가 중국 등에서 수집한 차량과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정부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2021년 기준 전 세계 테슬라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민감한 시기·민감한 지역'에 테슬라 차량 진입을 수시로 막으면서 일론 머스크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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