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2년…전세, 이젠 진짜 소멸 국면으로?

입력 2022.06.24 (06: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사상 처음 전세 추월한 월세 거래
원인 놓고 "임대차 3법" vs "대출 금리 인상"
전세, '주거 사다리' 역할도 이제 끝?


■ 이제 8월…첫 대책은 ' 임대차 시장' 겨냥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은 '임대차 3법' 보완이었습니다. 다가오는 8월이면 관련 법 시행 2년이 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임대 기간 2+2년 보장)과 전월세 상한제(임대료 최대 5%까지 인상) 탓에 4년간 묶인 임대료가 한꺼번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 입장에서 전셋값마저 더 뛰면 가계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임대차법을 고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른바 상생 임대인(전셋값을 5% 내로 올릴 경우)에 대해 혜택을 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6·21 부동산 대책

# 상생 임대인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 요건 면제
# 버팀목 전세대출 보증금·대출한도 확대
# 월세 세액공제율 확대

■ 임대차 시장은 이미 변화 중…월세>전세 첫 추월

이런 당장의 위기감과 별도로 임대차 시장에는 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주류였던 전세 물량 축소가 가시화된 것입니다. 정부 최신 통계 자료를 보면 4월 기준 월세 거래량은 전세 거래량을 이미 앞질렀습니다.


이렇게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한국의 임대차 시장의 주류는 전세'라는 전통적인 공식이 깨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원인 진단은 엇갈립니다. 지난 정부에서 단행한 임대차 3법의 영향을 꼽는 쪽도 있고,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 아니면 그냥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분석까지 다양합니다.

월세>전세 이유는?

#1. 임대차 3법: 급격한 전셋값 상승으로 월세화 가속화
#2. 대출금리 인상: 전세 대출 이자 부담 커지자 세입자가 월세 선호
#3. 일시적 현상: 예금 금리 올라가면 전세 비중 다시 올라갈 수도

■ 소멸론은 시기상조…임대인·임차인 힘겨루기 계속될 듯

한국사회에서 전세는 그동안 가장 저렴한 주거형태였습니다. 보증금으로 내는 목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대로 돌려받기 때문입니다. 자가 소유와 달리 각종 세금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이런 전세 제도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하기 곤란합니다. 특히 월 렌트비에 익숙해 있는 서양인들은 '보증금에 대한 기회비용만 빼고는 사실상 공짜'인 전세 제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세는 한국 사회에서 자가 주택으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보통 월세에서 시작해 반전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과정을 '주거 사다리'라고 합니다. 만약 전세가 월세에 밀려 아예 소멸한다면 서민층의 집 마련 공식이었던 사다리가 끊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그동안 갭투자 등의 부작용이 거론됐지만, 전세의 장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달이 생활비에서 돈을 빼 나가야 하는 월세나 반전세에 비해 주거 비용이 대부분 상황에서 적게 들고, 수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 나오는 '전세 소멸론'은 지금 상황에서는 성급한 예측이란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전세 거래와 월세 거래 사이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듯 합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월세를 선호하던 집주인들이 다시 전세로 물건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고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착한 임대인' 혜택이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4월 추세대로 월세 가속화 현상이 더 빨라진다면 새 정부는 이제 '월세 시장 안정 대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점은 '급격한 시장 변화'와 '반시장적 정책'입니다. 정해진 정책 목표를 위해 시장을 억누르게 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그대로 입증해 냈습니다. 세계 경제 화두가 되고 있는 '물가 잡기'와 함께 전세 시장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에 새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임대차법 2년…전세, 이젠 진짜 소멸 국면으로?
    • 입력 2022-06-24 06:03:55
    취재K
사상 처음 전세 추월한 월세 거래<br />원인 놓고 "임대차 3법" vs "대출 금리 인상"<br />전세, '주거 사다리' 역할도 이제 끝?

■ 이제 8월…첫 대책은 ' 임대차 시장' 겨냥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은 '임대차 3법' 보완이었습니다. 다가오는 8월이면 관련 법 시행 2년이 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임대 기간 2+2년 보장)과 전월세 상한제(임대료 최대 5%까지 인상) 탓에 4년간 묶인 임대료가 한꺼번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 입장에서 전셋값마저 더 뛰면 가계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임대차법을 고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른바 상생 임대인(전셋값을 5% 내로 올릴 경우)에 대해 혜택을 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6·21 부동산 대책

# 상생 임대인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 요건 면제
# 버팀목 전세대출 보증금·대출한도 확대
# 월세 세액공제율 확대

■ 임대차 시장은 이미 변화 중…월세>전세 첫 추월

이런 당장의 위기감과 별도로 임대차 시장에는 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주류였던 전세 물량 축소가 가시화된 것입니다. 정부 최신 통계 자료를 보면 4월 기준 월세 거래량은 전세 거래량을 이미 앞질렀습니다.


이렇게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한국의 임대차 시장의 주류는 전세'라는 전통적인 공식이 깨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원인 진단은 엇갈립니다. 지난 정부에서 단행한 임대차 3법의 영향을 꼽는 쪽도 있고,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 아니면 그냥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분석까지 다양합니다.

월세>전세 이유는?

#1. 임대차 3법: 급격한 전셋값 상승으로 월세화 가속화
#2. 대출금리 인상: 전세 대출 이자 부담 커지자 세입자가 월세 선호
#3. 일시적 현상: 예금 금리 올라가면 전세 비중 다시 올라갈 수도

■ 소멸론은 시기상조…임대인·임차인 힘겨루기 계속될 듯

한국사회에서 전세는 그동안 가장 저렴한 주거형태였습니다. 보증금으로 내는 목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대로 돌려받기 때문입니다. 자가 소유와 달리 각종 세금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이런 전세 제도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하기 곤란합니다. 특히 월 렌트비에 익숙해 있는 서양인들은 '보증금에 대한 기회비용만 빼고는 사실상 공짜'인 전세 제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세는 한국 사회에서 자가 주택으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보통 월세에서 시작해 반전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과정을 '주거 사다리'라고 합니다. 만약 전세가 월세에 밀려 아예 소멸한다면 서민층의 집 마련 공식이었던 사다리가 끊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그동안 갭투자 등의 부작용이 거론됐지만, 전세의 장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달이 생활비에서 돈을 빼 나가야 하는 월세나 반전세에 비해 주거 비용이 대부분 상황에서 적게 들고, 수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 나오는 '전세 소멸론'은 지금 상황에서는 성급한 예측이란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전세 거래와 월세 거래 사이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듯 합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월세를 선호하던 집주인들이 다시 전세로 물건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고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착한 임대인' 혜택이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4월 추세대로 월세 가속화 현상이 더 빨라진다면 새 정부는 이제 '월세 시장 안정 대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점은 '급격한 시장 변화'와 '반시장적 정책'입니다. 정해진 정책 목표를 위해 시장을 억누르게 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그대로 입증해 냈습니다. 세계 경제 화두가 되고 있는 '물가 잡기'와 함께 전세 시장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에 새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