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총·삼단봉 공동구매 추진”…‘대구 참사’ 이후 변호사들 ‘고심’

입력 2022.06.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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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말형 가스분사기(휴대가 가볍고 보관이 용이), 보급형 삼단봉(고강도 소재로 저지력 높인 제품)….

최근 변호사들이 공동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호신용 물품들입니다.

지난 9일 앙심을 품고 찾아온 50대 남성이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7명이 사망한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이 끔찍한 사건은 급기야 변호사들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호신용 물품까지 생각해야 하는 '웃픈' 현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 "법원과 달리 자구책 세워야"

참사 직후 대한변호사협회는 전국 회원들을 상대로 급히 '신변 위협 사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대한변협은 온라인 설문을 통해 '현재 사무소가 어떤 식으로 방비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하면서, '만약 협회 차원에서 방호 장구를 공동 구매하게 되면 구입을 희망하는지', '어떤 물품을 구매하길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실제로 협회에서 이런 물품들을 공동 구매할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번 사건 이후 변호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한 변호사는 "법원은 재판부 보호 차원에서 법정 출입구에서 소지품 검사 절차를 두고 있지만, 변호사 사무실은 건물 차원에서 방호원을 두는 경우가 아니면 보호를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자구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변협은 "참담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회원들과 법률사무소 종사자들에 대한 업무 관련 신변 위협사례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변호사 등에 대한 안전대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유용한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 '석궁 사건' 등 빈발하는 법조인 테러

이전에도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유명한 사례로 '석궁 사건'이 있습니다. 2007년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복직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재판장인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 집을 찾아가 집 앞에서 박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쏜 사건입니다. 김 전 교수는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습니다.

2015년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박영수 변호사가 대리한 사건의 소송 상대방에게 흉기로 습격을 당해 목 부위에 자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70대 남성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등을 요구하며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대법원장 관용차에 화염병을 던져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사건은 없었기에, 법조인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 변호사들 "'변호사 테러' 법으로 보호해 달라"

변호사들은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조인을 상대로 한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오늘(24일) 국회의원, 인천지방변호사회와 함께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는 폭행·협박·위계·위력 등 방법으로 변호사와 사무직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업무수행을 위한 시설과 기물 등을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변호사와 사무직원을 폭행해 상해·중상해·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서울변회는 "지난 9일 발생한 대구광역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변호사를 상대로 한 원한성 범죄를 엄중 처벌할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면서 개정안 준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서울변회는 "변호사가 사건을 발생시킨 당사자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변호사 개인에게 분노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면서 "변호사가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범죄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은 극심하게 흔들리고 만다"고 우려했습니다.

대한변협도 오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습니다. 변협은 이 자리에서 '변호사 신변 위협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법률사무소 종사자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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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총·삼단봉 공동구매 추진”…‘대구 참사’ 이후 변호사들 ‘고심’
    • 입력 2022-06-24 13:59:03
    취재K

분말형 가스분사기(휴대가 가볍고 보관이 용이), 보급형 삼단봉(고강도 소재로 저지력 높인 제품)….

최근 변호사들이 공동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호신용 물품들입니다.

지난 9일 앙심을 품고 찾아온 50대 남성이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7명이 사망한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이 끔찍한 사건은 급기야 변호사들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호신용 물품까지 생각해야 하는 '웃픈' 현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 "법원과 달리 자구책 세워야"

참사 직후 대한변호사협회는 전국 회원들을 상대로 급히 '신변 위협 사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대한변협은 온라인 설문을 통해 '현재 사무소가 어떤 식으로 방비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하면서, '만약 협회 차원에서 방호 장구를 공동 구매하게 되면 구입을 희망하는지', '어떤 물품을 구매하길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실제로 협회에서 이런 물품들을 공동 구매할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번 사건 이후 변호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한 변호사는 "법원은 재판부 보호 차원에서 법정 출입구에서 소지품 검사 절차를 두고 있지만, 변호사 사무실은 건물 차원에서 방호원을 두는 경우가 아니면 보호를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자구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변협은 "참담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회원들과 법률사무소 종사자들에 대한 업무 관련 신변 위협사례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변호사 등에 대한 안전대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유용한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 '석궁 사건' 등 빈발하는 법조인 테러

이전에도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유명한 사례로 '석궁 사건'이 있습니다. 2007년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복직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재판장인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 집을 찾아가 집 앞에서 박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쏜 사건입니다. 김 전 교수는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습니다.

2015년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박영수 변호사가 대리한 사건의 소송 상대방에게 흉기로 습격을 당해 목 부위에 자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70대 남성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등을 요구하며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대법원장 관용차에 화염병을 던져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사건은 없었기에, 법조인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 변호사들 "'변호사 테러' 법으로 보호해 달라"

변호사들은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조인을 상대로 한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오늘(24일) 국회의원, 인천지방변호사회와 함께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는 폭행·협박·위계·위력 등 방법으로 변호사와 사무직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업무수행을 위한 시설과 기물 등을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변호사와 사무직원을 폭행해 상해·중상해·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서울변회는 "지난 9일 발생한 대구광역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변호사를 상대로 한 원한성 범죄를 엄중 처벌할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면서 개정안 준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서울변회는 "변호사가 사건을 발생시킨 당사자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변호사 개인에게 분노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면서 "변호사가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범죄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은 극심하게 흔들리고 만다"고 우려했습니다.

대한변협도 오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습니다. 변협은 이 자리에서 '변호사 신변 위협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법률사무소 종사자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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