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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듯 친구인 듯…인도의 속셈은?
입력 2022.06.24 (16:13) 세계는 지금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개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앞세워 강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들은 어느 편에 서야할지 선택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실리는 챙기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의 속셈은 무엇일까요?

■ 브릭스(BRICS) ·쿼드(Quad) 모두 회원국인 인도는 누구 편?

중국이 주재하는 브릭스 정상회의가 어제(23일) 화상회담으로 열렸습니다. 브릭스 회원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큰 시장을 가지고 2000년대 이후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만큼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한 비난이 거셌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국제 금융, 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해 세계 경제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를 맹비난하면서 "브릭스 국가들이 독자 경제권을 형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정상회의 결과물인 베이징 선언에는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인도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도는 회의 전부터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이번 회담을 미국에 대한 선전전으로 만들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시도를 막겠다'는 견해를 밝혀왔습니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안보 협력체)회의에서는 인도가 친러시아 쪽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난했지만, 정작 공동성명에는 '각국이 어떤 형태로든 군사, 경제 및 정치적으로 위협받지 않는 국제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한다'는 원론적인 태도만 천명했을 뿐 '러시아'라는 국명이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역시 중립을 지키고 있는 인도의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 인도, 대러시아 경제 제재 불참…값싼 러시아산 원유 대량 수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는 직접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모디 총리가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조사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고 유엔 총회에서의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에 인도는 기권했습니다.


인도는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하기 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평균 4만 배럴 정도 수입하고 있었는데 6월 들어서 수입량이 하루 평균 100만 배럴로 늘었습니다. 무려 25배나 급증한 것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기 위해 국제유가보다 30% 정도 싼 가격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국영 석유회사에 러시아 원유 수입을 더 늘리고 가격 인하를 활용할 방안을 찾으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나르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을 금지하려 하자 인도 정부가 보험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도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인도뿐 아니라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국가들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전쟁 이전보다 석유와 가스 판매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미국이 인도를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도는 건국 때부터 비동맹 중립주의 표방했습니다. 냉전 시대에도 미국·소련 어느 쪽과도 동맹을 맺지 않았습니다. 초강대국의 세력다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냉전 시기 소련과 경제적, 군사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중국과의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을 지지해주는 소련의 영향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련은 인도-파키스탄 분쟁 등의 상황에서 일관되게 인도를 지지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상황에 따라 인도 편에 서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인도를 비판하거나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와 인도의 우호적인 관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 무기 수입액의 80% 이상이 러시아산 무기였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도의 안보 전략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러시아산 위주였던 무기 체계를 다변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중국의 국력, 특히 국방력이 급성장한 데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무기 체계를 러시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인도와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란 -아프가니스탄-중국-북한-러시아로 이어지는 미국에 비우호적 유라시아 벨트를 견제하기 위해서 인도의 협조는 필수적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인도가 탐탁지는 않겠지만, 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세력 균형이라는 전략적 목적 때문에 내색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러시아 의존도 낮추려는 인도, 안보 협력 강화하려는 미국

미국은 인도에 5억 달러 규모의 군사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의 러시아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인도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인도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상황입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산 무기 체계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상당한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인도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서방의 무기를 더 많이 들여오려던 참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 이후 인도가 무기 수입 다변화를 추구하면서 프랑스, 미국, 이스라엘로부터 많은 무기를 수입해 러시아 무기 수입 비중은 4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 인도의 중립·실리 외교 계속될 수 있을까?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NATO와 BRICS를 앞세워 강하게 대립하면서 국제정치적 중립 지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초강대국들로부터 회유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중립 외교, 실리 외교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러시아는 인도에 원유를 팔아서 전시 경제를 운용할 수 있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인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도, 러시아, 미국의 이해관계는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고 이런 상황을 이용해 미국과 러시아 양측으로부터 이익을 얻어내겠다는 인도의 외교 전략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적인 듯 친구인 듯…인도의 속셈은?
    • 입력 2022-06-24 16:12:59
    세계는 지금
<strong>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개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앞세워 강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들은 어느 편에 서야할지 선택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실리는 챙기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의 속셈은 무엇일까요?</strong><br />

■ 브릭스(BRICS) ·쿼드(Quad) 모두 회원국인 인도는 누구 편?

중국이 주재하는 브릭스 정상회의가 어제(23일) 화상회담으로 열렸습니다. 브릭스 회원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큰 시장을 가지고 2000년대 이후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만큼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한 비난이 거셌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국제 금융, 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해 세계 경제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를 맹비난하면서 "브릭스 국가들이 독자 경제권을 형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정상회의 결과물인 베이징 선언에는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인도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도는 회의 전부터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이번 회담을 미국에 대한 선전전으로 만들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시도를 막겠다'는 견해를 밝혀왔습니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안보 협력체)회의에서는 인도가 친러시아 쪽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난했지만, 정작 공동성명에는 '각국이 어떤 형태로든 군사, 경제 및 정치적으로 위협받지 않는 국제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한다'는 원론적인 태도만 천명했을 뿐 '러시아'라는 국명이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역시 중립을 지키고 있는 인도의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 인도, 대러시아 경제 제재 불참…값싼 러시아산 원유 대량 수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는 직접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모디 총리가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조사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고 유엔 총회에서의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에 인도는 기권했습니다.


인도는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하기 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평균 4만 배럴 정도 수입하고 있었는데 6월 들어서 수입량이 하루 평균 100만 배럴로 늘었습니다. 무려 25배나 급증한 것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기 위해 국제유가보다 30% 정도 싼 가격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국영 석유회사에 러시아 원유 수입을 더 늘리고 가격 인하를 활용할 방안을 찾으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나르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을 금지하려 하자 인도 정부가 보험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도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인도뿐 아니라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국가들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전쟁 이전보다 석유와 가스 판매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미국이 인도를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도는 건국 때부터 비동맹 중립주의 표방했습니다. 냉전 시대에도 미국·소련 어느 쪽과도 동맹을 맺지 않았습니다. 초강대국의 세력다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냉전 시기 소련과 경제적, 군사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중국과의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을 지지해주는 소련의 영향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련은 인도-파키스탄 분쟁 등의 상황에서 일관되게 인도를 지지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상황에 따라 인도 편에 서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인도를 비판하거나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와 인도의 우호적인 관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 무기 수입액의 80% 이상이 러시아산 무기였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도의 안보 전략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러시아산 위주였던 무기 체계를 다변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중국의 국력, 특히 국방력이 급성장한 데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무기 체계를 러시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인도와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란 -아프가니스탄-중국-북한-러시아로 이어지는 미국에 비우호적 유라시아 벨트를 견제하기 위해서 인도의 협조는 필수적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인도가 탐탁지는 않겠지만, 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세력 균형이라는 전략적 목적 때문에 내색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러시아 의존도 낮추려는 인도, 안보 협력 강화하려는 미국

미국은 인도에 5억 달러 규모의 군사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의 러시아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인도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인도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상황입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산 무기 체계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상당한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인도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서방의 무기를 더 많이 들여오려던 참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 이후 인도가 무기 수입 다변화를 추구하면서 프랑스, 미국, 이스라엘로부터 많은 무기를 수입해 러시아 무기 수입 비중은 4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 인도의 중립·실리 외교 계속될 수 있을까?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NATO와 BRICS를 앞세워 강하게 대립하면서 국제정치적 중립 지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초강대국들로부터 회유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중립 외교, 실리 외교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러시아는 인도에 원유를 팔아서 전시 경제를 운용할 수 있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인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도, 러시아, 미국의 이해관계는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고 이런 상황을 이용해 미국과 러시아 양측으로부터 이익을 얻어내겠다는 인도의 외교 전략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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