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 밟은 고향 땅…“6.25 전사자 편지 발견”

입력 2022.06.24 (19:34) 수정 2022.06.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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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로, 6·25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72년입니다.

당시 전쟁터에서 희생된 한 전사자 가족들의 편지가 최근에서야 발견됐습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아들, 오빠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6·25 전쟁이 빚은 가슴 아픈 사연, 송근섭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샛노란 편지지에, 빼곡하게 적어 내려간 글자.

'부모님 전상서'.

["부모님 곁을 떠난 지도 2년이 지나갔습니다. 머지않아 부모님 앞에 돌아갈 날이 있겠지요."]

또 다른 편지에 적힌 날짜는 단기 4285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9월 10일입니다.

참전 군인이 가족들과 주고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동생은 오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편지로 남겼습니다.

["오늘도 일선에서 전투에 시달린 몸 얼마나 피곤하십니까. 아무쪼록 승리해서 그리운 고향산천을 찾아오세요."]

휴전 뒤에도 돌아오지 않은 아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애끓는 편지도 남아 있습니다.

편지는 오래된 문서 등을 수집하던 전직 교수가 발견했습니다.

[이상주/전 중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 "그때 다시 농촌의 정황, 또 군인 자세, 한글 표기법 등 그 시대 생활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편지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육군 제5사단 36연대 소속 안노순 하사.

1931년생으로, 지금의 충북 청주시 현도면에서 태어나 휴전을 앞둔 1953년 5월 30일 전사한 기록이 확인됩니다.

당시 나이는 20대 초반.

무사히 돌아오라는 가족의 바람에도, 안 하사는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안승보/충북 청주시 현도면 : "키는 좀 훌쩍 크고, 인물은 좋았었죠. 군대 생활 잘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랐는데 전쟁터에서 이렇게 돌아가신 거지..."]

안 하사의 유해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상황.

그를 기억하는 가족과 주민들은 더 늦기 전에 유해라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김장헌/그래픽: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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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내 못 밟은 고향 땅…“6.25 전사자 편지 발견”
    • 입력 2022-06-24 19:34:58
    • 수정2022-06-24 19:44:51
    뉴스 7
[앵커]

내일로, 6·25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72년입니다.

당시 전쟁터에서 희생된 한 전사자 가족들의 편지가 최근에서야 발견됐습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아들, 오빠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6·25 전쟁이 빚은 가슴 아픈 사연, 송근섭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샛노란 편지지에, 빼곡하게 적어 내려간 글자.

'부모님 전상서'.

["부모님 곁을 떠난 지도 2년이 지나갔습니다. 머지않아 부모님 앞에 돌아갈 날이 있겠지요."]

또 다른 편지에 적힌 날짜는 단기 4285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9월 10일입니다.

참전 군인이 가족들과 주고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동생은 오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편지로 남겼습니다.

["오늘도 일선에서 전투에 시달린 몸 얼마나 피곤하십니까. 아무쪼록 승리해서 그리운 고향산천을 찾아오세요."]

휴전 뒤에도 돌아오지 않은 아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애끓는 편지도 남아 있습니다.

편지는 오래된 문서 등을 수집하던 전직 교수가 발견했습니다.

[이상주/전 중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 "그때 다시 농촌의 정황, 또 군인 자세, 한글 표기법 등 그 시대 생활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편지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육군 제5사단 36연대 소속 안노순 하사.

1931년생으로, 지금의 충북 청주시 현도면에서 태어나 휴전을 앞둔 1953년 5월 30일 전사한 기록이 확인됩니다.

당시 나이는 20대 초반.

무사히 돌아오라는 가족의 바람에도, 안 하사는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안승보/충북 청주시 현도면 : "키는 좀 훌쩍 크고, 인물은 좋았었죠. 군대 생활 잘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랐는데 전쟁터에서 이렇게 돌아가신 거지..."]

안 하사의 유해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상황.

그를 기억하는 가족과 주민들은 더 늦기 전에 유해라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김장헌/그래픽: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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