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 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

입력 2022.06.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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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


■ 하천에 이어진 배수관에서 오수 '콸콸'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에서 발생한 물고기 집단 폐사. 지금까지 유독 물질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본 데 이어 이번엔 유독 물질이 어디서부터 도심 하천까지 흘러들어왔는지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KBS 취재팀은 강원대 연구진과 함께 폐사 시작 지점 하천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폐사체가 집중적으로 발견된 지점에서 200여m 상류로 올라갔더니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하천 바로 옆에 배수관이 설치돼 있었던 겁니다.

취재 당시 배수관에선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물에선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습니다. 이 배수관을 기준으로 더 위쪽에서는 죽은 물고기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최재석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장은 "배수관에서 오수가 나온 그 지점부터 시작해서 저서생물이라든가 어류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오수가 나온 지점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 배수관 시작점은 '농공단지'…배수 펌프 고장으로 물 흘러들어

이 배수관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춘천시에 배수관 도면을 요청했습니다. 도면을 확인해본 결과 배수관은 춘천의 한 농공단지에서부터 출발해 춘천의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농공단지 인근 가정집 6곳도 이 배수관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농공단지는 2008년 10월 조성됐습니다. 춘천시가 27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의약품이나 비료, 화장품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 27곳이 들어서 있습니다.

춘천시는 오·폐수관 중간 지점에 물을 끌어올리는 배수펌프 1개를 설치했습니다. 농공단지와 하수종말처리장 사이에 지대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수펌프가 설치된 곳은 악취가 나는 물이 쏟아져 나오던 배수관 바로 옆이었습니다.

춘천시는 배수관 중간에 설치된 배수펌프가 고장나면서 오·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험물이 흘러들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춘천시는 배수관 중간에 설치된 배수펌프가 고장나면서 오·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험물이 흘러들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 춘천시 "배수관은 긴급 상황용…농공단지 가능성 없어"

배수 펌프 옆에 왜 배수관을 또 만들어뒀는지 춘천시에 물었습니다. 기준서 춘천시 기업과장은 "펌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하천으로 물이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비상용 배수구를 만들어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배수구엔 정화 장치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기 과장은 "이달 2일에서 3일 오전 사이, 배수펌프를 작동시키기 위한 물 높이 감지 센서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센서에 이상이 생기자 물이 계속 차오르다가 비상 배수구로 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다만, 기 과장은 이 배수구를 통해 유독물질이 흘러들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의약품이나 건강식품 제조업체들로 크게 위험한 물질을 흘려보내는 공장이 입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저희들이 판단할 때는 물속에 위험한 물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취재팀이 직접 실험 등을 통해 확인한 것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유독 물질이 흘러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배수관을 설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유독 물질이 흘러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배수관을 설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전문가 "설계 자체가 잘못"…춘천시 "보건환경연구원 결과 기다릴 것"

전문가들은 이런 설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애초에 공단에서 나오는 오·폐수 속에 유독 물질이 섞일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한 건데, 너무 안이한 발상이라는 겁니다. 김희갑 강원대학교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배수 펌프와 배수관의 모습을 보면, 정화되지 않은 물이 곧바로 하천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류 폐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춘천시는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직접 의뢰한 수질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단 정화시설 실태를 점검하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살펴봅니다.

[연관 기사]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 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1712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 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2687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 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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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 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
    • 입력 2022-06-25 08:01:44
    취재K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br /><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br /><strong>[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strong><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br />

■ 하천에 이어진 배수관에서 오수 '콸콸'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에서 발생한 물고기 집단 폐사. 지금까지 유독 물질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본 데 이어 이번엔 유독 물질이 어디서부터 도심 하천까지 흘러들어왔는지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KBS 취재팀은 강원대 연구진과 함께 폐사 시작 지점 하천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폐사체가 집중적으로 발견된 지점에서 200여m 상류로 올라갔더니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하천 바로 옆에 배수관이 설치돼 있었던 겁니다.

취재 당시 배수관에선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물에선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습니다. 이 배수관을 기준으로 더 위쪽에서는 죽은 물고기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최재석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장은 "배수관에서 오수가 나온 그 지점부터 시작해서 저서생물이라든가 어류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오수가 나온 지점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 배수관 시작점은 '농공단지'…배수 펌프 고장으로 물 흘러들어

이 배수관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춘천시에 배수관 도면을 요청했습니다. 도면을 확인해본 결과 배수관은 춘천의 한 농공단지에서부터 출발해 춘천의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농공단지 인근 가정집 6곳도 이 배수관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농공단지는 2008년 10월 조성됐습니다. 춘천시가 27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의약품이나 비료, 화장품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 27곳이 들어서 있습니다.

춘천시는 오·폐수관 중간 지점에 물을 끌어올리는 배수펌프 1개를 설치했습니다. 농공단지와 하수종말처리장 사이에 지대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수펌프가 설치된 곳은 악취가 나는 물이 쏟아져 나오던 배수관 바로 옆이었습니다.

춘천시는 배수관 중간에 설치된 배수펌프가 고장나면서 오·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험물이 흘러들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 춘천시 "배수관은 긴급 상황용…농공단지 가능성 없어"

배수 펌프 옆에 왜 배수관을 또 만들어뒀는지 춘천시에 물었습니다. 기준서 춘천시 기업과장은 "펌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하천으로 물이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비상용 배수구를 만들어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배수구엔 정화 장치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기 과장은 "이달 2일에서 3일 오전 사이, 배수펌프를 작동시키기 위한 물 높이 감지 센서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센서에 이상이 생기자 물이 계속 차오르다가 비상 배수구로 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다만, 기 과장은 이 배수구를 통해 유독물질이 흘러들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의약품이나 건강식품 제조업체들로 크게 위험한 물질을 흘려보내는 공장이 입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저희들이 판단할 때는 물속에 위험한 물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취재팀이 직접 실험 등을 통해 확인한 것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유독 물질이 흘러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배수관을 설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전문가 "설계 자체가 잘못"…춘천시 "보건환경연구원 결과 기다릴 것"

전문가들은 이런 설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애초에 공단에서 나오는 오·폐수 속에 유독 물질이 섞일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한 건데, 너무 안이한 발상이라는 겁니다. 김희갑 강원대학교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배수 펌프와 배수관의 모습을 보면, 정화되지 않은 물이 곧바로 하천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류 폐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춘천시는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직접 의뢰한 수질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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