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살인 62건에 시작된 ‘갱단 검거’…엘살바도르 인권침해 논란도

입력 2022.06.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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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갱단 조직원으로 체포된 사람들3월 31일 갱단 조직원으로 체포된 사람들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익명 핫라인으로 신고하라"

가디언은 최근 엘살바도르 거리에 붙은, 위와 같은 전단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의심'과 '신고'만으로도 검문과 체포를 당할 수 있는 비상사태, 벌써 3달째입니다.

■ 세 번 연장된 '비상사태'… 공권력 강화·시민 자유 제한

엘살바도르 국회는 21일(현지시간) 범죄 급증에 따른 국가 비상사태를 다음 달까지 30일 더 연장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3월 27일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요청으로 비상사태가 처음 선포된 이후 30일 단위로 이뤄진 세 번째 연장입니다.

비상사태 때엔 공권력이 강화돼 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도 체포나 휴대전화 수색이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시민의 자유도 일부 제한됐습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상사태 기간 교도소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갱단 조직원 수감자들의 식사량을 줄이거나 맨바닥에 재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3월 말에는 형법을 개정해 조직 범죄 가담자들에 대한 형량을 징역 20∼45년형으로 종전의 5∼6배 수준으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엘살바도르 경찰에 따르면 비상사태 선포 후 지난 석 달 동안 4만 1,726명의 테러리스트가 검거됐습니다. 무더기 체포로 재소자 수도 급증해 전체 성인의 2% 가까이가 수감 중인 상태입니다.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된 갱단 조직원들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된 갱단 조직원들

■ 하루 살인 62건에 비상사태 선포…관용없는 '갱단과의 전쟁'

엘살바도르 정부는 3월 26일 하루에만 갱단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상사태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엘살바도르 국회는 부켈레 대통령이 요청한 비상사태 선포안을 80% 넘는 찬성으로 승인했고 3월 27일 관보를 통해 "공공질서의 심각한 혼란"을 이유로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다수의 사람에겐 일상이 지속 된다"며 평범한 국민은 비상사태 선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벌어진 살인은 모두 1,140건으로, 하루 3.1건꼴인데 3월 26일엔 그보다 20배 많은 살인이 일어났습니다. 하루 전인 3월 25일에도 14건의 살인이 발생했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선 'MS-13'(마라 살바트루차), '바리오 18' 등 악명 높은 범죄 조직이 살인과 마약 밀매, 약탈, 납치 등의 범죄를 일삼고 있습니다. 이들 갱단 조직원은 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 "지나친 권한 행사로 인권 침해"…국제 단체들 한목소리로 비판

2019년 취임한 부켈레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고, 경찰력 강화 등의 대책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살인 건수가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나치게 권한을 행사하거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범죄 감소 성과를 위해 갱단과 거래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상사태를 명목으로 국민 인권을 제한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무차별 체포로 무고한 이들까지 수감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 부켈레 대통령, 각종 비판에도 지지도 70~80%대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켈레 대통령과 비상사태를 비롯한 강경 대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70~80%에 달합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세 번째 비상사태 연장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날 "비상사태 덕분에 이번 갱단과의 전쟁에서 4만 명 넘는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했다"며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제때 잘 추진돼야 할 몇 가지 요소들이 더 있는데 그중 하나가 거대한 교도소 건설"이라며 "주민 거주지에서 떨어진 국유지에 탈옥이 불가능한 교도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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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살인 62건에 시작된 ‘갱단 검거’…엘살바도르 인권침해 논란도
    • 입력 2022-06-25 09:00:34
    세계는 지금
3월 31일 갱단 조직원으로 체포된 사람들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익명 핫라인으로 신고하라"

가디언은 최근 엘살바도르 거리에 붙은, 위와 같은 전단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의심'과 '신고'만으로도 검문과 체포를 당할 수 있는 비상사태, 벌써 3달째입니다.

■ 세 번 연장된 '비상사태'… 공권력 강화·시민 자유 제한

엘살바도르 국회는 21일(현지시간) 범죄 급증에 따른 국가 비상사태를 다음 달까지 30일 더 연장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3월 27일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요청으로 비상사태가 처음 선포된 이후 30일 단위로 이뤄진 세 번째 연장입니다.

비상사태 때엔 공권력이 강화돼 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도 체포나 휴대전화 수색이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시민의 자유도 일부 제한됐습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상사태 기간 교도소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갱단 조직원 수감자들의 식사량을 줄이거나 맨바닥에 재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3월 말에는 형법을 개정해 조직 범죄 가담자들에 대한 형량을 징역 20∼45년형으로 종전의 5∼6배 수준으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엘살바도르 경찰에 따르면 비상사태 선포 후 지난 석 달 동안 4만 1,726명의 테러리스트가 검거됐습니다. 무더기 체포로 재소자 수도 급증해 전체 성인의 2% 가까이가 수감 중인 상태입니다.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된 갱단 조직원들
■ 하루 살인 62건에 비상사태 선포…관용없는 '갱단과의 전쟁'

엘살바도르 정부는 3월 26일 하루에만 갱단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상사태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엘살바도르 국회는 부켈레 대통령이 요청한 비상사태 선포안을 80% 넘는 찬성으로 승인했고 3월 27일 관보를 통해 "공공질서의 심각한 혼란"을 이유로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다수의 사람에겐 일상이 지속 된다"며 평범한 국민은 비상사태 선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벌어진 살인은 모두 1,140건으로, 하루 3.1건꼴인데 3월 26일엔 그보다 20배 많은 살인이 일어났습니다. 하루 전인 3월 25일에도 14건의 살인이 발생했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선 'MS-13'(마라 살바트루차), '바리오 18' 등 악명 높은 범죄 조직이 살인과 마약 밀매, 약탈, 납치 등의 범죄를 일삼고 있습니다. 이들 갱단 조직원은 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 "지나친 권한 행사로 인권 침해"…국제 단체들 한목소리로 비판

2019년 취임한 부켈레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고, 경찰력 강화 등의 대책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살인 건수가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나치게 권한을 행사하거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범죄 감소 성과를 위해 갱단과 거래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상사태를 명목으로 국민 인권을 제한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무차별 체포로 무고한 이들까지 수감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 부켈레 대통령, 각종 비판에도 지지도 70~80%대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켈레 대통령과 비상사태를 비롯한 강경 대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70~80%에 달합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세 번째 비상사태 연장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날 "비상사태 덕분에 이번 갱단과의 전쟁에서 4만 명 넘는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했다"며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제때 잘 추진돼야 할 몇 가지 요소들이 더 있는데 그중 하나가 거대한 교도소 건설"이라며 "주민 거주지에서 떨어진 국유지에 탈옥이 불가능한 교도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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