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우리나라만?…해외 주요국 사례 보니

입력 2022.06.25 (12:02) 수정 2022.06.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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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주일에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한 '주 52시간제'를 향후 월 단위로도 넓혀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씩 5일간 40시간, 이에 더해 일주일에 최대 12시간 총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한 게 현행 제도인데요. 앞으로는 노사 간 합의를 하면 연장근로 시간 계산을 지금의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도 계산해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 안이 도입된다면 한 달간 쓸 수 있는 연장근로 시간을 연장근로가 필요한 주에 몰아서 쓸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연장근로 ‘주’→‘월’ 단위 관리…“건강권 악화” 노동계 반발(2022.06.23.)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3447

달마다 일 수와 주 수가 달라 정확하게 계산하면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다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단순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4주인 달의 경우 최대 48시간(12시간×4주=48시간), 5주 달의 경우 최대 60시간(12시간×5주=60시간)의 연장 근로 시간을 원하는 주에 몰아서 쓸 수 있는 겁니다. 만약 한 주에 몰아서 쓴다면 주중 기본 근로 시간인 40시간에 60시간을 더해 최대 10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 수치는 월 단위 연장근로의 총량을 한 주에 몰아서 모두 사용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고 어림잡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 주 근로시간이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수 있는 여지는 생긴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는 일이 특별히 몰릴 때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게 하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때는 쉴 수 있는 좀 더 유연한 노동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며 제도 개선의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브리핑하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 (2022.06.23.)브리핑하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 (2022.06.23.)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우리의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노사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만 유독 주 단위로 연장근로 시간을 제한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도 앞서 여러 차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해외 주요국'들의 연장근로 관리 사정이 어떻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요? 취재진이 각종 연구자료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 유럽, 다양한 방식으로 연장근로 까다롭게 관리

독일의 일일 단위 법정 근로시간도 우리와 같은 8시간입니다. 법정 근로시간은 노사 간의 자율적인 협약으로 결정할 수 있고 우리처럼 연장근로 상한 시간을 한 주 단위로 따지지는 않습니다. 연장근로는 일일 최대 2시간까지 할 수 있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24주 이내에 일일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용자는 연장근로를 한 노동자에게 최소 11시간을 내리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담보하기 위해섭니다. 일요일과 법정 휴일에는 연장 근로를 할 수 없습니다.

독일은 연장근로에 대한 또 다른 보상책도 두고 있습니다. '근로시간계좌제'라고 부르는데요. 연장근로 시간을 마치 포인트 적립하듯이 장부에 적어뒀다가 필요할 때 인출해 휴가로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기업은 비용 절감 효과를, 노동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정식 장관도 이런 형태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1946년에 주 40시간이었던 것이 꾸준히 줄어 1998년부터 주 35시간 체제가 됐습니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프랑스도 독일처럼 연장근로를 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일부 업종의 경우 주 35시간 초과 근로시간 특례제도를 적용하는데, 1일 10시간, 1주 48시간, 12주 평균을 냈을 때 한 주 44시간이 넘지 않도록 기간별 최대 상한선을 정했습니다.

주 단위로 연장근로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우리보다 더 세분화·다층화된 형태입니다. 야간근로는 더 엄격히 제한되는데요. 만약 1일 3시간 이상, 1주 2회 이상의 야간근로가 필요할 경우 노사 간 합의 또는 근로감독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야근자에게는 의사의 건강검진 서비스가 반드시 제공돼야 합니다.

영국은 1일 최대 8시간, 주 최대 48시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24시 근무가 필요한 업종이나 경찰 등 일부 예외 업종에 한해서만 48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연 장근로에 대한 정부의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게 특징인데요. 정부가 아닌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근로 계약 시 연장근로 수당과 연장근로 시간의 계산법 등 구체적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이들 국가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300~1,400시간 정도로 2,000시간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큽니다.

유럽연합은 근로시간 지침에서 주당 근로시간 제한 및 휴식 보장이라는 원칙의 핵심적 사항이 침해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우리와 비슷한 일본도 주 단위 근로 관리 안 해

일본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하루 8시간으로 우리와 동일합니다. 반면 연장 근로의 상한 규정을 1일, 1주 단위로는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연장근로 총량을 1개월 45시간, 1년 360시간 한도로 제한했는데요. 필요할 경우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근로, 법정 휴일의 휴일 근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노사가 합의하면 연중 6개월 동안 별도의 제한 없이 일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특히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일부 전문직에 한해 노동시간 규제를 아예 철폐했는데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종은 근무시간과 업무 성과 간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연구개발업 등의 종사자는 노동자의 동의와 노사위원회 결정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확보 조치를 해야 하는데, 가령 한 달 초과 근로시간이 100시간이 넘을 경우 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하고 휴일을 제공해야 합니다.

결국, 상한선이 있긴 해도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보니 장시간 근무에 대한 우려가 한국 못지 않습니다. 일본 주요 노조들도 이런 점을 꾸준히 비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장시간 노동과 강한 업무 강도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해, 한국 노동법이 일본 노동법 개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미국, 연장근로 상한선 없어

미국은 법정 노동시간이 1주 40시간으로만 돼 있고 1일 근로시간은 규제하고 있지 않습니다. 연장근로 한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지만, 일부 주는 일 10시간 또는 12시간을 상한선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하면 얼마든지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구조인데요. 대신 연장근무를 할 경우 1.5배의 할증 임금이 지불됩니다.

■ "해외 사례를 액면 그대로 비교하면 안 돼"

정부는 이들 나라의 사례를 비교하며 우리도 '글로벌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장관의 말대로 우리나라가 유독 주 단위로 초과근로를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나라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일부 국가의 사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게 곧 국제적 기준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 나라들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시간이 짧고 생산성도 높은 나라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그 나라들의 노동 유연성만 보고 따라가는 건 너무 보고 싶은 면만 보는 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는 기준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어서 그게 곧 기준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나라별로 갖고 있는 특성들이 있긴 해도 개중에는 우리나라에 적용될 여지도 있는 게 사실이고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대안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참고 자료
<근로시간법제 주요 쟁점의 합리적 개편방안> 2015. 한국노동연구원
<국내외 근로시간 단축 지원 현황 및 정책과제> 2018. 중소기업연구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주요국 훈련동향 실태조사> 2019. 한국산업인력공단
<민주노총 이슈페이퍼-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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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우리나라만?…해외 주요국 사례 보니
    • 입력 2022-06-25 12:02:05
    • 수정2022-06-26 15:54:57
    팩트체크K

정부가 일주일에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한 '주 52시간제'를 향후 월 단위로도 넓혀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씩 5일간 40시간, 이에 더해 일주일에 최대 12시간 총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한 게 현행 제도인데요. 앞으로는 노사 간 합의를 하면 연장근로 시간 계산을 지금의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도 계산해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 안이 도입된다면 한 달간 쓸 수 있는 연장근로 시간을 연장근로가 필요한 주에 몰아서 쓸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연장근로 ‘주’→‘월’ 단위 관리…“건강권 악화” 노동계 반발(2022.06.23.)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3447

달마다 일 수와 주 수가 달라 정확하게 계산하면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다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단순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4주인 달의 경우 최대 48시간(12시간×4주=48시간), 5주 달의 경우 최대 60시간(12시간×5주=60시간)의 연장 근로 시간을 원하는 주에 몰아서 쓸 수 있는 겁니다. 만약 한 주에 몰아서 쓴다면 주중 기본 근로 시간인 40시간에 60시간을 더해 최대 10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 수치는 월 단위 연장근로의 총량을 한 주에 몰아서 모두 사용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고 어림잡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 주 근로시간이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수 있는 여지는 생긴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는 일이 특별히 몰릴 때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게 하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때는 쉴 수 있는 좀 더 유연한 노동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며 제도 개선의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브리핑하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 (2022.06.23.)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우리의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노사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만 유독 주 단위로 연장근로 시간을 제한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도 앞서 여러 차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해외 주요국'들의 연장근로 관리 사정이 어떻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요? 취재진이 각종 연구자료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 유럽, 다양한 방식으로 연장근로 까다롭게 관리

독일의 일일 단위 법정 근로시간도 우리와 같은 8시간입니다. 법정 근로시간은 노사 간의 자율적인 협약으로 결정할 수 있고 우리처럼 연장근로 상한 시간을 한 주 단위로 따지지는 않습니다. 연장근로는 일일 최대 2시간까지 할 수 있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24주 이내에 일일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용자는 연장근로를 한 노동자에게 최소 11시간을 내리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담보하기 위해섭니다. 일요일과 법정 휴일에는 연장 근로를 할 수 없습니다.

독일은 연장근로에 대한 또 다른 보상책도 두고 있습니다. '근로시간계좌제'라고 부르는데요. 연장근로 시간을 마치 포인트 적립하듯이 장부에 적어뒀다가 필요할 때 인출해 휴가로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기업은 비용 절감 효과를, 노동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정식 장관도 이런 형태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1946년에 주 40시간이었던 것이 꾸준히 줄어 1998년부터 주 35시간 체제가 됐습니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프랑스도 독일처럼 연장근로를 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일부 업종의 경우 주 35시간 초과 근로시간 특례제도를 적용하는데, 1일 10시간, 1주 48시간, 12주 평균을 냈을 때 한 주 44시간이 넘지 않도록 기간별 최대 상한선을 정했습니다.

주 단위로 연장근로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우리보다 더 세분화·다층화된 형태입니다. 야간근로는 더 엄격히 제한되는데요. 만약 1일 3시간 이상, 1주 2회 이상의 야간근로가 필요할 경우 노사 간 합의 또는 근로감독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야근자에게는 의사의 건강검진 서비스가 반드시 제공돼야 합니다.

영국은 1일 최대 8시간, 주 최대 48시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24시 근무가 필요한 업종이나 경찰 등 일부 예외 업종에 한해서만 48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연 장근로에 대한 정부의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게 특징인데요. 정부가 아닌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근로 계약 시 연장근로 수당과 연장근로 시간의 계산법 등 구체적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이들 국가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300~1,400시간 정도로 2,000시간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큽니다.

유럽연합은 근로시간 지침에서 주당 근로시간 제한 및 휴식 보장이라는 원칙의 핵심적 사항이 침해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우리와 비슷한 일본도 주 단위 근로 관리 안 해

일본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하루 8시간으로 우리와 동일합니다. 반면 연장 근로의 상한 규정을 1일, 1주 단위로는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연장근로 총량을 1개월 45시간, 1년 360시간 한도로 제한했는데요. 필요할 경우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근로, 법정 휴일의 휴일 근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노사가 합의하면 연중 6개월 동안 별도의 제한 없이 일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특히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일부 전문직에 한해 노동시간 규제를 아예 철폐했는데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종은 근무시간과 업무 성과 간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연구개발업 등의 종사자는 노동자의 동의와 노사위원회 결정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확보 조치를 해야 하는데, 가령 한 달 초과 근로시간이 100시간이 넘을 경우 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하고 휴일을 제공해야 합니다.

결국, 상한선이 있긴 해도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보니 장시간 근무에 대한 우려가 한국 못지 않습니다. 일본 주요 노조들도 이런 점을 꾸준히 비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장시간 노동과 강한 업무 강도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해, 한국 노동법이 일본 노동법 개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미국, 연장근로 상한선 없어

미국은 법정 노동시간이 1주 40시간으로만 돼 있고 1일 근로시간은 규제하고 있지 않습니다. 연장근로 한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지만, 일부 주는 일 10시간 또는 12시간을 상한선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하면 얼마든지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구조인데요. 대신 연장근무를 할 경우 1.5배의 할증 임금이 지불됩니다.

■ "해외 사례를 액면 그대로 비교하면 안 돼"

정부는 이들 나라의 사례를 비교하며 우리도 '글로벌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장관의 말대로 우리나라가 유독 주 단위로 초과근로를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나라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일부 국가의 사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게 곧 국제적 기준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 나라들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시간이 짧고 생산성도 높은 나라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그 나라들의 노동 유연성만 보고 따라가는 건 너무 보고 싶은 면만 보는 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는 기준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어서 그게 곧 기준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나라별로 갖고 있는 특성들이 있긴 해도 개중에는 우리나라에 적용될 여지도 있는 게 사실이고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대안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참고 자료
<근로시간법제 주요 쟁점의 합리적 개편방안> 2015. 한국노동연구원
<국내외 근로시간 단축 지원 현황 및 정책과제> 2018. 중소기업연구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주요국 훈련동향 실태조사> 2019. 한국산업인력공단
<민주노총 이슈페이퍼-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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