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팍팍한 ‘리틀 포레스트’…청년 귀농 역대 최대라지만

입력 2022.06.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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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생활을 다룬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귀농·귀촌 생활을 다룬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경북 문경에서 표고버섯을 키우는 31살 이현호 씨는 3년 전 귀농을 선택했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서 농장일을 경험한 게 계기가 됐다. 취업 대신 선택한 귀농이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다. 비닐하우스 온도 조절을 잘못해 버섯 갓이 일찍 펴버리거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5일장에 직접 나가 좌판을 펼쳐놓기도 했다. 이제는 스마트팜 설비로 재배 환경을 알맞게 잘 유지하고, 포털사이트 스마트 스토어를 활용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린다. 이 씨는 "농사는 길게 봐야 하는 작업"이라면서 "단기적 수익에 목을 매면 망한다"고 말했다.

■ 2030 귀농인, 역대 최대

이 씨처럼 귀농을 선택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515,434명으로 전년도보다 4.2% 늘었다. 이 중 30대 이하 인구는 235,904명으로 전체의 45.8%를 차지한다.


귀농인 : 동(洞)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농업인이 되기 위해 농어촌 읍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 중 농업경영체, 농지원부 또는 축산업 명부에 등록한 사람.
귀촌인 : 동(洞)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 중 농어촌 읍면 지역으로 자발적으로 이주한 사람 중 귀농인·귀어인을 제외한 사람. (학생, 군 복무 중인 사람, 직장 근무지 변경으로 일시 이주한 사람 제외)

이 중 농사를 짓기 위한 목적으로 농촌행을 택한 순수한 '청년 귀농인'은 1%도 되지 않는다. (청년층은 직장 취업이나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귀촌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래도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0대 이하 귀농인은 1,522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11.1% 늘었고,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 비전 보고 귀농 택했다

'농사에 진심'인 2030 귀농인도 점점 늘어난다. 여태껏 청년 귀농인 중에서는 '가업승계'로 농촌행을 택한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올해는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 귀농을 택한 비율(26.4%)이 가업승계 비율(26.2%)을 앞질렀다.


청년 귀농인들은 농사에도 스마트폰과 SN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농업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인 '팜모닝'은 청년 농업인 가입자 수가 급증하며 이번 달 초 회원 수가 7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앱으로 각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는 농업 보조금을 신청하고, 영농일지와 영농장부를 작성한다. 작물 재배와 수확 방법 등을 영상으로 올려 다른 이들과 공유도 한다. '팜모닝' 운영사 그린랩스 관계자는 "'팜모닝' 앱 회원 중 20%가량이 예비 귀농인이며, 농창업 상담 인원의 10%가량이 20대, 30대"라고 말했다.

회원 수 70만 명이 넘은 농업 종합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그린 랩스’회원 수 70만 명이 넘은 농업 종합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그린 랩스’

■ 귀농 후 5년은 지나야 예전만큼 번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 같은 귀농 생활은 영화 속 얘기일 뿐이다.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가구의 연간 가구소득은 귀농 직전 3,621만 원이었으나 귀농 첫해 2,622만원으로 1,000만 원 가까이 줄었다. 귀농한 지 6년 차가 되는 2016년 귀농인의 경우 소득이 3,417만 원(지난해 기준)을 기록해 최소 5년은 넘어야 귀농 직전의 소득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겸업을 선택하는 '신중한 귀농'이 점점 많아진다. 전업 귀농인의 비율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줄어 지난해 67.9% 수준이지만, 겸업 귀농인 비율은 반대로 늘어 32.1%를 차지했다. 3명 중 1명꼴이다.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귀농·귀어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청년들은 '고기 먹는 법'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호소한다. 귀농학교를 다녔던 이현호 씨는 "작물 재배는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손에 익지만, 판로 개척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면서 "이론에 치중한 교육보다, 내가 키운 농작물을 어떻게 팔 수 있는지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도시 집값 비싸서" 귀촌도 많아

도시의 비싼 집값을 피해 귀촌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귀촌 이유 중 1순위는 직업(34%)이었지만, 주택(27.1%)을 이유로 꼽은 사람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촌 준비기간 동안 가장 신경 쓴 것 중 1위는 '주거지 확보'(41.1%)였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귀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귀촌 동기에서 일자리의 비중은 작아지고 주택을 고려하는 비중이 늘었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여파, 도시 주택 가격 등이 귀촌 인구 증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귀어인, 지난해 비해 25.7%↑

귀어인도 느는 추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어인은 1,216명으로, 지난해(967명)와 비교하면 25.7% 늘었다. 50~60대 귀어인들은 맨손어업에 주로 종사하고, 40대 이하는 연안어업과 양식어업에 종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50~60대는 단순한 업종을 통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추구하고, 40대 이하는 기대 소득이 높은 업종을 선택하는 경향이라고 해양수산부는 분석했다.


다만, 20·30세대의 귀어는 눈에 띄게 많지는 않은 편이다. 지난해 30대 이하 귀어인은 175명으로, 전년도보다 47명 늘기는 했다. 하지만 200명 안팎의 비슷한 수준을 매년 기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폐쇄적인 어촌계 특성과 어업 면허·선박 허가 구입 비용 등이 청년 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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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은 팍팍한 ‘리틀 포레스트’…청년 귀농 역대 최대라지만
    • 입력 2022-06-26 07:01:04
    취재K
귀농·귀촌 생활을 다룬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경북 문경에서 표고버섯을 키우는 31살 이현호 씨는 3년 전 귀농을 선택했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서 농장일을 경험한 게 계기가 됐다. 취업 대신 선택한 귀농이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다. 비닐하우스 온도 조절을 잘못해 버섯 갓이 일찍 펴버리거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5일장에 직접 나가 좌판을 펼쳐놓기도 했다. 이제는 스마트팜 설비로 재배 환경을 알맞게 잘 유지하고, 포털사이트 스마트 스토어를 활용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린다. 이 씨는 "농사는 길게 봐야 하는 작업"이라면서 "단기적 수익에 목을 매면 망한다"고 말했다.

■ 2030 귀농인, 역대 최대

이 씨처럼 귀농을 선택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515,434명으로 전년도보다 4.2% 늘었다. 이 중 30대 이하 인구는 235,904명으로 전체의 45.8%를 차지한다.


귀농인 : 동(洞)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농업인이 되기 위해 농어촌 읍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 중 농업경영체, 농지원부 또는 축산업 명부에 등록한 사람.
귀촌인 : 동(洞)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 중 농어촌 읍면 지역으로 자발적으로 이주한 사람 중 귀농인·귀어인을 제외한 사람. (학생, 군 복무 중인 사람, 직장 근무지 변경으로 일시 이주한 사람 제외)

이 중 농사를 짓기 위한 목적으로 농촌행을 택한 순수한 '청년 귀농인'은 1%도 되지 않는다. (청년층은 직장 취업이나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귀촌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래도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0대 이하 귀농인은 1,522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11.1% 늘었고,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 비전 보고 귀농 택했다

'농사에 진심'인 2030 귀농인도 점점 늘어난다. 여태껏 청년 귀농인 중에서는 '가업승계'로 농촌행을 택한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올해는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 귀농을 택한 비율(26.4%)이 가업승계 비율(26.2%)을 앞질렀다.


청년 귀농인들은 농사에도 스마트폰과 SN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농업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인 '팜모닝'은 청년 농업인 가입자 수가 급증하며 이번 달 초 회원 수가 7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앱으로 각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는 농업 보조금을 신청하고, 영농일지와 영농장부를 작성한다. 작물 재배와 수확 방법 등을 영상으로 올려 다른 이들과 공유도 한다. '팜모닝' 운영사 그린랩스 관계자는 "'팜모닝' 앱 회원 중 20%가량이 예비 귀농인이며, 농창업 상담 인원의 10%가량이 20대, 30대"라고 말했다.

회원 수 70만 명이 넘은 농업 종합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그린 랩스’
■ 귀농 후 5년은 지나야 예전만큼 번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 같은 귀농 생활은 영화 속 얘기일 뿐이다.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가구의 연간 가구소득은 귀농 직전 3,621만 원이었으나 귀농 첫해 2,622만원으로 1,000만 원 가까이 줄었다. 귀농한 지 6년 차가 되는 2016년 귀농인의 경우 소득이 3,417만 원(지난해 기준)을 기록해 최소 5년은 넘어야 귀농 직전의 소득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겸업을 선택하는 '신중한 귀농'이 점점 많아진다. 전업 귀농인의 비율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줄어 지난해 67.9% 수준이지만, 겸업 귀농인 비율은 반대로 늘어 32.1%를 차지했다. 3명 중 1명꼴이다.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귀농·귀어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청년들은 '고기 먹는 법'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호소한다. 귀농학교를 다녔던 이현호 씨는 "작물 재배는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손에 익지만, 판로 개척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면서 "이론에 치중한 교육보다, 내가 키운 농작물을 어떻게 팔 수 있는지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도시 집값 비싸서" 귀촌도 많아

도시의 비싼 집값을 피해 귀촌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귀촌 이유 중 1순위는 직업(34%)이었지만, 주택(27.1%)을 이유로 꼽은 사람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촌 준비기간 동안 가장 신경 쓴 것 중 1위는 '주거지 확보'(41.1%)였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귀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귀촌 동기에서 일자리의 비중은 작아지고 주택을 고려하는 비중이 늘었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여파, 도시 주택 가격 등이 귀촌 인구 증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귀어인, 지난해 비해 25.7%↑

귀어인도 느는 추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어인은 1,216명으로, 지난해(967명)와 비교하면 25.7% 늘었다. 50~60대 귀어인들은 맨손어업에 주로 종사하고, 40대 이하는 연안어업과 양식어업에 종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50~60대는 단순한 업종을 통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추구하고, 40대 이하는 기대 소득이 높은 업종을 선택하는 경향이라고 해양수산부는 분석했다.


다만, 20·30세대의 귀어는 눈에 띄게 많지는 않은 편이다. 지난해 30대 이하 귀어인은 175명으로, 전년도보다 47명 늘기는 했다. 하지만 200명 안팎의 비슷한 수준을 매년 기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폐쇄적인 어촌계 특성과 어업 면허·선박 허가 구입 비용 등이 청년 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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