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 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

입력 2022.06.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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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

춘천 거두천 물고기 폐사 사건이 일어난 현장(2022.06.03.)춘천 거두천 물고기 폐사 사건이 일어난 현장(2022.06.03.)

■ 춘천시 방류수 독성 인정했지만…생활하수 탓?

지난 22일, 춘천시는 물고기 폐사 원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일이 일어난 지 19일 만입니다.

춘천시가 수거한 하천수에서 검출된 물질은 '암모니아성 질소'와 '클로로포름' 등입니다. 자세한 수질분석 결과를 보면, 사고지점 방류수에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이 2215.8mg/ℓ,총유기탄소는 1085.4mg/ℓ가 나왔습니다.

이는 폐수배출허용기준의 10배가 훨씬 넘는 수치입니다.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13을 보면, 폐수배출허용 기준에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이 최대 120mg/ℓ 이하, 총유기탄소량이 최대 75mg/ℓ이하입니다.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이 내놓은 물고기 폐사 당일 수질분석 결과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이 내놓은 물고기 폐사 당일 수질분석 결과

춘천시 의뢰를 받아 직접 분석을 한 신용건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산업폐수과장은 "유기 오염물질이 고농도로 하천에 유입됐고, 암모니아성 질소 농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는 이를 바탕으로 물이 오염됐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농공단지 산업 폐수가 아닌 '농공단지에서 나오는 생활 하수'였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조사 방식 문제없었나?…물고기 폐사체 조사 안 해

물고기 폐사의 원인을 분석하려면, 물고기가 살던 환경인 하천을 분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물고기의 직접적인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선 물고기 폐사체도 검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춘천시는 수질 성분 분석만 했습니다.

KBS 취재팀이 확인해본 결과, 춘천시의 성분 분석 의뢰를 받은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은 물고기 폐사체를 가져가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춘천시가 애당초 폐사체를 폐기 처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춘천시의 조사는 '반쪽짜리'였다고 지적합니다. 최재석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장은 "춘천시가 발표한 암모니아 질소만으로는 물고기가 죽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고기 폐사체에서 발견된 복부 팽창이나 울혈 등은 암모니아 질소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강원대 어류센터 연구진이 채취한 폐사 물고기들강원대 어류센터 연구진이 채취한 폐사 물고기들

■ 춘천시, 유독물질 유입 가능성 배제…“늑장 대응”

춘천시의 분석 결과는 강원대 연구팀의 분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강원대 연구팀이 오염된 하천수에서 발견한 유해물질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2-아지리디닐에틸아민'이 없었습니다. 춘천시가 의뢰한 수질오염 물질에는 해당 유해물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KBS 보도 이후, 춘천시는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물질이 나오는지 추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해 당 물질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우선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과 강원대 어류센터의 시료 채취 시간부터 달랐습니다. KBS 취재팀과 강원대 연구팀이 채수를 시작한 건 사고 발견 직후였습니다. 하지만 춘천시에서 오염된 하천의 물을 뜬 건 그 뒤로 2시간 정도 뒤입니다.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유독물질을 기체 성질이 강해, 물고기를 죽게 만든 원인 물질이 이미 한참 떠내려간 뒤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춘천시는 처음부터 유독물질 유입의 가능성을 닫아두면서,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오염원을 찾는 작업도 늦었습니다. 춘천시가 하천 상류의 농공단지 기업 27곳 가운데 4곳에 대한 수질 검사에 착수한 것은 이달 17일이었습니다. 물고기 폐사 사고가 일어난 지 이미 2주나 지난 뒤입니다. 춘천시의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 독일 '환경책임법', 생태계 파괴해도 책임을 묻는다

사람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문제가 된 기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국가가 책임을 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물고기만 폐사했을 땐 사정이 다릅니다. 오염원을 찾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오염물질을 배출한 기업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반면, 독일에는 생태계의 피해를 일으키는 자에게 원상회복 청구나 원상회복을 못 했을 때 금전적인 배상 의무를 지운 법이 있습니다. '환경책임법'입니다. 환경법학자인 정성진 박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앞으로 우리도 생태계 파괴에도 책임을 묻는 법을 제정할 필요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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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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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4540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 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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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 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
    • 입력 2022-06-27 07:01:02
    취재K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br /><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br /><strong>[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strong><br />
춘천 거두천 물고기 폐사 사건이 일어난 현장(2022.06.03.)
■ 춘천시 방류수 독성 인정했지만…생활하수 탓?

지난 22일, 춘천시는 물고기 폐사 원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일이 일어난 지 19일 만입니다.

춘천시가 수거한 하천수에서 검출된 물질은 '암모니아성 질소'와 '클로로포름' 등입니다. 자세한 수질분석 결과를 보면, 사고지점 방류수에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이 2215.8mg/ℓ,총유기탄소는 1085.4mg/ℓ가 나왔습니다.

이는 폐수배출허용기준의 10배가 훨씬 넘는 수치입니다.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13을 보면, 폐수배출허용 기준에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이 최대 120mg/ℓ 이하, 총유기탄소량이 최대 75mg/ℓ이하입니다.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이 내놓은 물고기 폐사 당일 수질분석 결과
춘천시 의뢰를 받아 직접 분석을 한 신용건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산업폐수과장은 "유기 오염물질이 고농도로 하천에 유입됐고, 암모니아성 질소 농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는 이를 바탕으로 물이 오염됐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농공단지 산업 폐수가 아닌 '농공단지에서 나오는 생활 하수'였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조사 방식 문제없었나?…물고기 폐사체 조사 안 해

물고기 폐사의 원인을 분석하려면, 물고기가 살던 환경인 하천을 분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물고기의 직접적인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선 물고기 폐사체도 검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춘천시는 수질 성분 분석만 했습니다.

KBS 취재팀이 확인해본 결과, 춘천시의 성분 분석 의뢰를 받은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은 물고기 폐사체를 가져가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춘천시가 애당초 폐사체를 폐기 처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춘천시의 조사는 '반쪽짜리'였다고 지적합니다. 최재석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장은 "춘천시가 발표한 암모니아 질소만으로는 물고기가 죽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고기 폐사체에서 발견된 복부 팽창이나 울혈 등은 암모니아 질소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강원대 어류센터 연구진이 채취한 폐사 물고기들
■ 춘천시, 유독물질 유입 가능성 배제…“늑장 대응”

춘천시의 분석 결과는 강원대 연구팀의 분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강원대 연구팀이 오염된 하천수에서 발견한 유해물질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2-아지리디닐에틸아민'이 없었습니다. 춘천시가 의뢰한 수질오염 물질에는 해당 유해물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KBS 보도 이후, 춘천시는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물질이 나오는지 추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해 당 물질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우선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과 강원대 어류센터의 시료 채취 시간부터 달랐습니다. KBS 취재팀과 강원대 연구팀이 채수를 시작한 건 사고 발견 직후였습니다. 하지만 춘천시에서 오염된 하천의 물을 뜬 건 그 뒤로 2시간 정도 뒤입니다.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유독물질을 기체 성질이 강해, 물고기를 죽게 만든 원인 물질이 이미 한참 떠내려간 뒤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춘천시는 처음부터 유독물질 유입의 가능성을 닫아두면서,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오염원을 찾는 작업도 늦었습니다. 춘천시가 하천 상류의 농공단지 기업 27곳 가운데 4곳에 대한 수질 검사에 착수한 것은 이달 17일이었습니다. 물고기 폐사 사고가 일어난 지 이미 2주나 지난 뒤입니다. 춘천시의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 독일 '환경책임법', 생태계 파괴해도 책임을 묻는다

사람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문제가 된 기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국가가 책임을 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물고기만 폐사했을 땐 사정이 다릅니다. 오염원을 찾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오염물질을 배출한 기업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반면, 독일에는 생태계의 피해를 일으키는 자에게 원상회복 청구나 원상회복을 못 했을 때 금전적인 배상 의무를 지운 법이 있습니다. '환경책임법'입니다. 환경법학자인 정성진 박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앞으로 우리도 생태계 파괴에도 책임을 묻는 법을 제정할 필요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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