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걱정 없는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입력 2022.06.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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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간병 걱정 없는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간병비 1년 새 7% 넘게 올라…"간병인 구하기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
-간병인 대신해 환자를 돌보는 AI 시스템까지
-해결책 다양하지만… '장관 공석' 길어지며, 사회적 논의 더뎌


■ '간병' 고민하는 사람들…중증에 접근성 떨어질수록 '하늘의 별 따기'

'간병 걱정 없는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간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입니다. 높은 비용을 부담해도 전문적인 인력을 구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간병인을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최근의 간병인 부족 문제에 대해 박시영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공급 부족'이 기존에 간병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먼저 가격입니다.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간병비는 약 85,579원입니다. 지난해 이미 6% 넘게 올랐고, 올해는 거기에서 다시 7% 이상 비싸졌습니다. 박 활동가는 통상의 간병비는 여성 환자들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남성 환자일 경우 (체력 소요 등의 이유로) 4~5만 원을 더 붙여야 간병인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간병이 더 절실한 환자들이 더 배제되기도 합니다. 증상이 중증이어서 환자 돌봄이 더 어려운 경우,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간병인 구하기는 '배'가 아니라, 몇 배 이상 어렵다는 겁니다. 박 활동가는 "간병에 있어 경증 환자와 만성 질환자를 구분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 현재로서는 간병인을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 새로운 간병 문제 접근법 '스마트 AI 시스템'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간병 업무를 보조하는 기기들을 실제 병실에 시범 적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기들은 AI 시스템을 바탕으로 환자의 생체 정보를 다룹니다.

환자의 병상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관절들의 위치 정보를 인식하는 기기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거나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을 때 중앙의 컴퓨터나 등록된 휴대전화로 알람을 보내주는 겁니다. 병상마다 간병인이 없더라도 알람이 뜨면 바로 이동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환자의 관절 정보를 활용하는 AI 간병 시스템환자의 관절 정보를 활용하는 AI 간병 시스템

이외에도 환자가 반지를 끼면 생체정보를 읽어내 건강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기저귀에 센서를 달아 필요한 경우 이를 알릴 수 있게 하는 등 많은 스마트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아직까지는 기술의 정확도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요양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간병인데, 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가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센서를 활용하는 기저귀(왼쪽)와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반지(오른쪽)센서를 활용하는 기저귀(왼쪽)와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반지(오른쪽)

■ 간병 문제, 어디서부터 풀어야?…"간병 건보 급여화" 제안도

노 홍보위원장은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면서 간병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간병 제도가 없기 때문에, 또 교육 과정들이 미흡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생겼고, 비용 상승을 불러왔다"고 꼬집었습니다.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병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간병 급여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간병비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는 정책을 무겁게 고민할 시점"이라며 "다만, 질이 낮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급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체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명 교수는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라며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아주 기본적인 간병비만 지원하고 그 이상은 '선택진료'처럼 본인이 부담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시영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일단 많이 늘려야 한다"며 "대형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이나 다른 병원에서도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간병 문제의 해결방안은 이처럼 다양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기에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습니다. 남은 절차는 사회적 논의와 이해당사자들과 정부 부처 간의 소통입니다. 하지만 주관부서의 장관 자리는 한 달 넘게 공석인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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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병 걱정 없는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 입력 2022-06-27 07:01:02
    취재K
<strong>'간병 걱정 없는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br /></strong>-간병비 1년 새 7% 넘게 올라…"간병인 구하기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br />-간병인 대신해 환자를 돌보는 AI 시스템까지<br />-해결책 다양하지만… '장관 공석' 길어지며, 사회적 논의 더뎌

■ '간병' 고민하는 사람들…중증에 접근성 떨어질수록 '하늘의 별 따기'

'간병 걱정 없는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간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입니다. 높은 비용을 부담해도 전문적인 인력을 구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간병인을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최근의 간병인 부족 문제에 대해 박시영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공급 부족'이 기존에 간병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먼저 가격입니다.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간병비는 약 85,579원입니다. 지난해 이미 6% 넘게 올랐고, 올해는 거기에서 다시 7% 이상 비싸졌습니다. 박 활동가는 통상의 간병비는 여성 환자들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남성 환자일 경우 (체력 소요 등의 이유로) 4~5만 원을 더 붙여야 간병인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간병이 더 절실한 환자들이 더 배제되기도 합니다. 증상이 중증이어서 환자 돌봄이 더 어려운 경우,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간병인 구하기는 '배'가 아니라, 몇 배 이상 어렵다는 겁니다. 박 활동가는 "간병에 있어 경증 환자와 만성 질환자를 구분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 현재로서는 간병인을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 새로운 간병 문제 접근법 '스마트 AI 시스템'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간병 업무를 보조하는 기기들을 실제 병실에 시범 적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기들은 AI 시스템을 바탕으로 환자의 생체 정보를 다룹니다.

환자의 병상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관절들의 위치 정보를 인식하는 기기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거나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을 때 중앙의 컴퓨터나 등록된 휴대전화로 알람을 보내주는 겁니다. 병상마다 간병인이 없더라도 알람이 뜨면 바로 이동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환자의 관절 정보를 활용하는 AI 간병 시스템
이외에도 환자가 반지를 끼면 생체정보를 읽어내 건강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기저귀에 센서를 달아 필요한 경우 이를 알릴 수 있게 하는 등 많은 스마트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아직까지는 기술의 정확도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요양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간병인데, 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가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센서를 활용하는 기저귀(왼쪽)와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반지(오른쪽)
■ 간병 문제, 어디서부터 풀어야?…"간병 건보 급여화" 제안도

노 홍보위원장은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면서 간병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간병 제도가 없기 때문에, 또 교육 과정들이 미흡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생겼고, 비용 상승을 불러왔다"고 꼬집었습니다.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병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간병 급여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간병비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는 정책을 무겁게 고민할 시점"이라며 "다만, 질이 낮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급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체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명 교수는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라며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아주 기본적인 간병비만 지원하고 그 이상은 '선택진료'처럼 본인이 부담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시영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일단 많이 늘려야 한다"며 "대형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이나 다른 병원에서도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간병 문제의 해결방안은 이처럼 다양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기에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습니다. 남은 절차는 사회적 논의와 이해당사자들과 정부 부처 간의 소통입니다. 하지만 주관부서의 장관 자리는 한 달 넘게 공석인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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