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반대 시위…산업은행 ‘부산 이전’ 갈등 심화

입력 2022.06.27 (07:01) 수정 2022.06.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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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15일차 집회가 22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열렸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조윤승)가 주최한 이 집회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산은 직원 100~200명가량이 참여했습니다.

■ 산은 부산 이전 놓고 노사 대립 격화

서울에 본점을 둔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산 이전 문제를 놓고 사측과 노조 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지난 7일 임명된 강석훈 신임 산은 회장의 출근을 2주간 저지하는 등 정부의 산은 이전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2주간의 출근 저지 투쟁을 뚫고 21일 강 회장의 첫 출근이 이뤄졌지만, 노조는 계속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 회장은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본점 이전 등 현안과 관련해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찬호 산은 홍보실장은 “사측은 직원들과 계속 대화하고 협의해 갈등을 풀어나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강경합니다. “ 지방 이전 반대를 천명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우리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 지역 균형 발전 對 인력 유출 우려

‘산업은행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건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과제로 지정된 사안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자금 공급’ 차원에서 산은을 비롯해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회에는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는 관련 법 조항을 고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야권에서도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의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조금씩 추진돼 왔다. 부산이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미 많은 관계 기관이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 여기에 국책은행인 산은처럼 금융 쪽에 상당히 의미가 있고, 관련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배치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 산은과 주관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논의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추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5년 준공 목표인 부산 문현지구 부산국제금융센터 3단계 사업 조감도. 산업은행 본점 이전 부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출처=연합뉴스)2025년 준공 목표인 부산 문현지구 부산국제금융센터 3단계 사업 조감도. 산업은행 본점 이전 부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서울 여의도와 함께, 부산 남구 문현지구를 금융 중심지로 지정했습니다. 현재 문현금융단지에는 2014년 개장한 랜드마크 타워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있습니다. 그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이 이 센터로 이전됐습니다. 산은 이전 부지도 현재 개발 중인 해당 단지 내 잔여 용지가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확고하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특별히 반대 움직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금융산업노조와 금융권 및 학계 일각에서는 성급한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업무 비효율 ▲국가 경제 타격 ▲지방 은행 경쟁력 약화 ▲수도권 금융 시스템 혼란 등이 반대 논리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4월 국회 토론회 자료에서 “금융기관 지방 분산은 경쟁력이 약화되므로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지난 5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이전 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2~3조 원 규모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데,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마이너스 효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지방 근무 기피로 인한 ‘인력 유출 우려’를 제기합니다. 실제 산은에서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수십 명의 인력이 빠져나갔고, 서울 소재 금융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는 사실상 증권업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갈 수 있는 인력이 굉장히 많아요. 나가면 갈 데도 많아요. 업무도 다양하고 복잡해서 사람 한 명 육성하는 데 최소 5~10년 걸리는 곳이 산업은행이에요. 이런 회사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은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인력이 흩어지는 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 다른 공기업 그만두듯이 (퇴사 인력이) 5%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 (전 직원 중) 4분의 1이 그만둔다는 말도 나와요.”
- 조윤승 금융산업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후문에 부산 이전 반대 플래카드와 노조 측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 출처=KBS)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후문에 부산 이전 반대 플래카드와 노조 측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 출처=KBS)

■ 전문가 “서울-부산 ‘기능 분할’ ‘인센티브제’ 대안” 제시

전문가들은 지금이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산은 노사 간 타협점 모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76%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산은 조직이 다 내려가면 기관 금융 조달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또 부산에서는 시 차원의 사업들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금융기관의 특정 사업 자금 투자)’이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의 기능을 서울과 부산에 각각 필요한 부분으로 나누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장 출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전국 단위로 영업이 필요한 조직은 서울에다 남겨두고, 나머지는 부산으로 옮겨 문현 단지에 모여 있는 금융기관과 시너지를 추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백기복 국민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서울 지사를 설치해 ‘단계별 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전으로 불이익을 받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충분히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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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07:01:02
    • 수정2022-06-27 10:24:33
    취재K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15일차 집회가 22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열렸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조윤승)가 주최한 이 집회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산은 직원 100~200명가량이 참여했습니다.

■ 산은 부산 이전 놓고 노사 대립 격화

서울에 본점을 둔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산 이전 문제를 놓고 사측과 노조 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지난 7일 임명된 강석훈 신임 산은 회장의 출근을 2주간 저지하는 등 정부의 산은 이전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2주간의 출근 저지 투쟁을 뚫고 21일 강 회장의 첫 출근이 이뤄졌지만, 노조는 계속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 회장은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본점 이전 등 현안과 관련해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찬호 산은 홍보실장은 “사측은 직원들과 계속 대화하고 협의해 갈등을 풀어나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강경합니다. “ 지방 이전 반대를 천명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우리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 지역 균형 발전 對 인력 유출 우려

‘산업은행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건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과제로 지정된 사안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자금 공급’ 차원에서 산은을 비롯해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회에는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는 관련 법 조항을 고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야권에서도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의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조금씩 추진돼 왔다. 부산이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미 많은 관계 기관이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 여기에 국책은행인 산은처럼 금융 쪽에 상당히 의미가 있고, 관련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배치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 산은과 주관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논의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추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5년 준공 목표인 부산 문현지구 부산국제금융센터 3단계 사업 조감도. 산업은행 본점 이전 부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서울 여의도와 함께, 부산 남구 문현지구를 금융 중심지로 지정했습니다. 현재 문현금융단지에는 2014년 개장한 랜드마크 타워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있습니다. 그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이 이 센터로 이전됐습니다. 산은 이전 부지도 현재 개발 중인 해당 단지 내 잔여 용지가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확고하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특별히 반대 움직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금융산업노조와 금융권 및 학계 일각에서는 성급한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업무 비효율 ▲국가 경제 타격 ▲지방 은행 경쟁력 약화 ▲수도권 금융 시스템 혼란 등이 반대 논리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4월 국회 토론회 자료에서 “금융기관 지방 분산은 경쟁력이 약화되므로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지난 5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이전 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2~3조 원 규모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데,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마이너스 효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지방 근무 기피로 인한 ‘인력 유출 우려’를 제기합니다. 실제 산은에서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수십 명의 인력이 빠져나갔고, 서울 소재 금융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는 사실상 증권업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갈 수 있는 인력이 굉장히 많아요. 나가면 갈 데도 많아요. 업무도 다양하고 복잡해서 사람 한 명 육성하는 데 최소 5~10년 걸리는 곳이 산업은행이에요. 이런 회사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은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인력이 흩어지는 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 다른 공기업 그만두듯이 (퇴사 인력이) 5%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 (전 직원 중) 4분의 1이 그만둔다는 말도 나와요.”
- 조윤승 금융산업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후문에 부산 이전 반대 플래카드와 노조 측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 출처=KBS)
■ 전문가 “서울-부산 ‘기능 분할’ ‘인센티브제’ 대안” 제시

전문가들은 지금이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산은 노사 간 타협점 모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76%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산은 조직이 다 내려가면 기관 금융 조달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또 부산에서는 시 차원의 사업들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금융기관의 특정 사업 자금 투자)’이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의 기능을 서울과 부산에 각각 필요한 부분으로 나누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장 출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전국 단위로 영업이 필요한 조직은 서울에다 남겨두고, 나머지는 부산으로 옮겨 문현 단지에 모여 있는 금융기관과 시너지를 추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백기복 국민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서울 지사를 설치해 ‘단계별 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전으로 불이익을 받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충분히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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