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라서 흡연이 문제 안 된다?…“매일 연탄가스 마시는 셈”

입력 2022.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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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피우는 모습으로 우승 자축…이브라히모비치의 '스웩'?

지난 5월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AC밀란이 11년 만에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후 경기장에서 우승 축하 뒷풀이가 펼쳐졌는데, 2020년 1월에 AC밀란으로 복귀해 리그 우승에 일조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41·스웨덴)는 시가를 피우는 모습으로 우승을 자축했습니다.

키 195cm의 공격수 즐라탄은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17세에 검은 띠를 획득한 유단자입니다. 한때 태권도와 축구 선수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했었고, 두 아들 막시밀리안과 빈센트에게도 태권도를 배우게 할 정도로 태권도를 사랑하는 축구 선수입니다.

즐라탄이 흡연가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승 뒷풀이에서 시가를 피우는 장면은 샴페인을 마신 것과 함께 단순한 스웩( swag)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의 흡연 장면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여러 선수와 일반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일반인보다 폐활량 뛰어난 운동 선수는 흡연이 괜찮다? No!

농구와 배구, 야구와 축구 등 프로 종목과 아마추어 종목 선수 가운데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흡연 선수'들이 존재합니다. 치열한 경쟁과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늘 존재하는 세계에서 담배가 위로가 된다는 이유를 들곤 합니다.

다른 이유 하나는 '선수는 성적으로 말하고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입니다. 덧붙여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한 가지는 '일반인보다 폐활량이 뛰어난 운동 선수이기 때문에 담배에 포함된 유독 물질을 해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운동 선수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신체를 훨씬 더 격하게 사용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근육과 인대, 건과 연골까지 훨씬 더 많은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15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첫 골을 터뜨린 국가대표 조민호 선수가 폐암 투병 끝에 향년 35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10월 폐암 진단을 받은 조민호는 8개월가량 항암 치료를 받고 투병했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조민호는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말기 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첫 골을 넣은 조민호는 폐암으로 지난 15일 유명을 달리했다.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첫 골을 넣은 조민호는 폐암으로 지난 15일 유명을 달리했다.

■ 흡연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매일 연탄가스 마시는 셈"

일반인뿐 아니라 운동 선수가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암을 일으키는 니코틴과 타르를 포함한 유독 물질이 몸에 축적된다는 것과 함께 흡연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 carbon monoxide) 때문입니다.

대한호흡기학회 산하 금연연구회는 하루 한갑씩 평균 35년 동안 담배를 피워 온 217명을 연구 조사한 결과, 흡연자의 몸 안 일산화탄소 농도는 7.2ppm (±4.5ppm)으로 0∼1ppm으로 측정된 비흡연자보다 최대 12배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흡연자는 매일 연탄가스를 마시고 사는 셈입니다.

우리 몸에서 폐는 산소(O2)와 이산화탄소(CO2)를 교환하는 인체의 공기청정기입니다. 폐를 통해서 들이마신 공기 중의 산소는 폐의 모세혈관 속의 헤모글로빈(Hb)과 결합하고 인체 내 모든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 뒤 세포의 대사 산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폐로 가져와 호흡을 통해 내보냅니다.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능력이 산소보다 200배에서 최대 300배 더 강합니다. 흡연을 통해 발생한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먼저 헤모글로빈에 들러붙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HbCO)은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고, 세포 손상을 치유하지도 못합니다.

■ 수술받고 재활하는 선수에게 흡연은 자해 행위

위와 같은 이유로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거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하는 선수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자해 행위가 바로 흡연입니다.

흡연 선수들은 또 대개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데, 이때 발생하는 간접 흡연은 직접 흡연보다 불완전 연소된 발암 물질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직접 흡연보다 니코틴은 3배, 타르는 3.5배, 일산화탄소는 5배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흡연으로 인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전자 담배로 바꾸기도 하지만, 어떤 형태든 그것 역시 담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의사들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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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선수라서 흡연이 문제 안 된다?…“매일 연탄가스 마시는 셈”
    • 입력 2022-06-27 09:00:09
    스포츠K

■ 시가 피우는 모습으로 우승 자축…이브라히모비치의 '스웩'?

지난 5월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AC밀란이 11년 만에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후 경기장에서 우승 축하 뒷풀이가 펼쳐졌는데, 2020년 1월에 AC밀란으로 복귀해 리그 우승에 일조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41·스웨덴)는 시가를 피우는 모습으로 우승을 자축했습니다.

키 195cm의 공격수 즐라탄은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17세에 검은 띠를 획득한 유단자입니다. 한때 태권도와 축구 선수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했었고, 두 아들 막시밀리안과 빈센트에게도 태권도를 배우게 할 정도로 태권도를 사랑하는 축구 선수입니다.

즐라탄이 흡연가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승 뒷풀이에서 시가를 피우는 장면은 샴페인을 마신 것과 함께 단순한 스웩( swag)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의 흡연 장면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여러 선수와 일반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일반인보다 폐활량 뛰어난 운동 선수는 흡연이 괜찮다? No!

농구와 배구, 야구와 축구 등 프로 종목과 아마추어 종목 선수 가운데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흡연 선수'들이 존재합니다. 치열한 경쟁과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늘 존재하는 세계에서 담배가 위로가 된다는 이유를 들곤 합니다.

다른 이유 하나는 '선수는 성적으로 말하고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입니다. 덧붙여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한 가지는 '일반인보다 폐활량이 뛰어난 운동 선수이기 때문에 담배에 포함된 유독 물질을 해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운동 선수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신체를 훨씬 더 격하게 사용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근육과 인대, 건과 연골까지 훨씬 더 많은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15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첫 골을 터뜨린 국가대표 조민호 선수가 폐암 투병 끝에 향년 35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10월 폐암 진단을 받은 조민호는 8개월가량 항암 치료를 받고 투병했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조민호는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말기 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첫 골을 넣은 조민호는 폐암으로 지난 15일 유명을 달리했다.
■ 흡연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매일 연탄가스 마시는 셈"

일반인뿐 아니라 운동 선수가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암을 일으키는 니코틴과 타르를 포함한 유독 물질이 몸에 축적된다는 것과 함께 흡연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 carbon monoxide) 때문입니다.

대한호흡기학회 산하 금연연구회는 하루 한갑씩 평균 35년 동안 담배를 피워 온 217명을 연구 조사한 결과, 흡연자의 몸 안 일산화탄소 농도는 7.2ppm (±4.5ppm)으로 0∼1ppm으로 측정된 비흡연자보다 최대 12배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흡연자는 매일 연탄가스를 마시고 사는 셈입니다.

우리 몸에서 폐는 산소(O2)와 이산화탄소(CO2)를 교환하는 인체의 공기청정기입니다. 폐를 통해서 들이마신 공기 중의 산소는 폐의 모세혈관 속의 헤모글로빈(Hb)과 결합하고 인체 내 모든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 뒤 세포의 대사 산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폐로 가져와 호흡을 통해 내보냅니다.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능력이 산소보다 200배에서 최대 300배 더 강합니다. 흡연을 통해 발생한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먼저 헤모글로빈에 들러붙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HbCO)은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고, 세포 손상을 치유하지도 못합니다.

■ 수술받고 재활하는 선수에게 흡연은 자해 행위

위와 같은 이유로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거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하는 선수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자해 행위가 바로 흡연입니다.

흡연 선수들은 또 대개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데, 이때 발생하는 간접 흡연은 직접 흡연보다 불완전 연소된 발암 물질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직접 흡연보다 니코틴은 3배, 타르는 3.5배, 일산화탄소는 5배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흡연으로 인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전자 담배로 바꾸기도 하지만, 어떤 형태든 그것 역시 담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의사들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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