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英 철도 33년 만에 최대 파업…유럽 줄파업 이유는?

입력 2022.06.27 (10:47) 수정 2022.06.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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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의 철도 노조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벨기에와 프랑스 등 유럽 곳곳에서 노조 파업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그 배경과 전망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영국은 대규모 파업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번 파업은 꽤 이례적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무려 33년 만에 최대 규모인데요.

현지시각 21일 영국 철도 노조 노조원 약 4만 명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선 중에 절반 정도가 폐쇄됐고, 기차 편수로 따지면 약 80%가 운행 중단됐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 대신 버스로 몰리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아예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파업 돌입 다음 날인 현지시각 22일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매튜 라킨/영국 철도 파업 노동자 :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공정한 임금 인상과 가까운 미래에도 우리 일자리가 안전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는 것입니다."]

철도 노조는 7% 임금 인상과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최대 3%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영국 정부는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앵커]

철도뿐 아니라 영국 내 다른 업계들 사이에서도 파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파업이 예고된 상황인데요,

이번주 영국의 국선 변호사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교사와 간호사 노조도 파업을 준비 중입니다.

사실 노조 파업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닌데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현지시각 20일, 생활비 폭등에 대한 대책 등을 요구하며 7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날 교통 업계 노조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 브뤼셀 공항의 모든 출발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교통망이 거의 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벨기에 시위대 : "우리의 구매력을 지키기 위해 여기 나왔습니다. 시위는 변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직원들도 다음 달부터 파업에 들어가는데요.

이 공항 근로자들은 이달 초에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바 있습니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직원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여러 지역에서 합동 파업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앵커]

주로 철도나 항공 같은 교통업계 근로자들이 파업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런건가요?

[기자]

교통 분야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업계 중 하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재택근무는 늘고 해외 이동은 줄면서 철도, 항공 업계 종사자 수가 크게 줄었는데요.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교통 수요가 갑자기 늘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업무 강도가 세졌습니다.

더욱이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 즉 EU를 탈퇴하면서 다른 유럽 국적자의 취업이 까다로워져 일손이 더욱 부족한 상황입니다.

여기다 최근 크게 오른 물가도 임금 인상 요구 시위에 불을 붙였습니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로버트 하벡/독일 경제및기후부 장관 : "이제 독일에서 천연가스가 희소상품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천연가스 공급이 보장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OECD 38개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2%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전쟁이 파업의 또 다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로서도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일단 영국 정부는 철도 파업 자체를 노사 문제로 본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실상 노조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철도 파업 기간 임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파업은 잘못됐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노조 주장대로 임금을 올리면, 이게 또 물가를 자극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탈 석탄 정책'을 아예 내려놓는 국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근 석탄 발전소를 긴급 재가동했고, 네덜란드도 가동 범위를 넓혔습니다.

외신들은 러시아 응징이라는 대의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유럽이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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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10:47:55
    • 수정2022-06-27 1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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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의 철도 노조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벨기에와 프랑스 등 유럽 곳곳에서 노조 파업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그 배경과 전망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영국은 대규모 파업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번 파업은 꽤 이례적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무려 33년 만에 최대 규모인데요.

현지시각 21일 영국 철도 노조 노조원 약 4만 명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선 중에 절반 정도가 폐쇄됐고, 기차 편수로 따지면 약 80%가 운행 중단됐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 대신 버스로 몰리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아예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파업 돌입 다음 날인 현지시각 22일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매튜 라킨/영국 철도 파업 노동자 :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공정한 임금 인상과 가까운 미래에도 우리 일자리가 안전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는 것입니다."]

철도 노조는 7% 임금 인상과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최대 3%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영국 정부는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앵커]

철도뿐 아니라 영국 내 다른 업계들 사이에서도 파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파업이 예고된 상황인데요,

이번주 영국의 국선 변호사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교사와 간호사 노조도 파업을 준비 중입니다.

사실 노조 파업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닌데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현지시각 20일, 생활비 폭등에 대한 대책 등을 요구하며 7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날 교통 업계 노조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 브뤼셀 공항의 모든 출발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교통망이 거의 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벨기에 시위대 : "우리의 구매력을 지키기 위해 여기 나왔습니다. 시위는 변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직원들도 다음 달부터 파업에 들어가는데요.

이 공항 근로자들은 이달 초에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바 있습니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직원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여러 지역에서 합동 파업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앵커]

주로 철도나 항공 같은 교통업계 근로자들이 파업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런건가요?

[기자]

교통 분야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업계 중 하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재택근무는 늘고 해외 이동은 줄면서 철도, 항공 업계 종사자 수가 크게 줄었는데요.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교통 수요가 갑자기 늘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업무 강도가 세졌습니다.

더욱이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 즉 EU를 탈퇴하면서 다른 유럽 국적자의 취업이 까다로워져 일손이 더욱 부족한 상황입니다.

여기다 최근 크게 오른 물가도 임금 인상 요구 시위에 불을 붙였습니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로버트 하벡/독일 경제및기후부 장관 : "이제 독일에서 천연가스가 희소상품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천연가스 공급이 보장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OECD 38개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2%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전쟁이 파업의 또 다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로서도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일단 영국 정부는 철도 파업 자체를 노사 문제로 본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실상 노조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철도 파업 기간 임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파업은 잘못됐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노조 주장대로 임금을 올리면, 이게 또 물가를 자극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탈 석탄 정책'을 아예 내려놓는 국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근 석탄 발전소를 긴급 재가동했고, 네덜란드도 가동 범위를 넓혔습니다.

외신들은 러시아 응징이라는 대의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유럽이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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