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돌아온 ‘탑건’과 신냉전…“세계화는 끝났다?”

입력 2022.06.27 (18:06) 수정 2022.06.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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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냉전 시대 미국의 문화와 군사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던 영화, '탑건'의 속편이 3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진영 대결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한 요즘 개봉을 해서 이런저런 해석이 있다는데,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얼마 전 칸 영화제도 보니까 톰 크루즈는 환갑이 됐어도 여전히 멋지더라고요.

[기자]

네, 영화 '탑건' 개봉 당시 24살이던 톰 크루즈, 올해 환갑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핵 추진 항공모함은 '탑건' 속편에서도 여전한 모습인데요.

함재기들만 신형 기종으로 바뀌었습니다.

전편과 같이 선글라스에 항공 점퍼를 입고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톰 크루즈의 모습, 인상적이죠.

그런데 이 항공 점퍼 때문에 중국과 마찰이 생겼습니다.

[앵커]

영화에 나온 '옷' 때문에 중국과 마찰이 생겼다고요? 왜죠?

[기자]

네, 톰 크루즈가 입은 항공 점퍼 뒤에 '타이완'의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보이시죠?

영화에서 냉전 시대 태평양에서 복무했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입는다는 설정인데요, 예고편에선 점퍼 뒤에 다른 문양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한 영화에선 전편과 똑같이 '타이완'의 상징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타이완에선 관객들이 환호했다고 하고, 중국 네티즌들은 떨떠름한 반응이었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미 할리우드의 일부 경영진이 중국 당국의 검열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세계 2위의 영화 시장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내 갈 길 갔다'는 건데요.

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이 영화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돌연 철회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공교롭게 아직 중국에서는 '탑건'의 속편이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고요.

두 나라를 빼고도 '탑건' 속편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조 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요.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중에서도 최고 흥행이라고 합니다.

[앵커]

영화 시장에도 미·중 갈등,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향을 미치나 봐요?

[기자]

네, '신냉전'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냉전은 핵미사일 대결로 상징되는데, 신냉전은 주로 경제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지난달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선 '30년간 이어진 세계화가 끝났다'는 경고가 쏟아졌는데요.

구소련이 붕괴된 뒤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됐던 국제 경제 질서가 코로나와 전쟁 이후 다시 '끼리끼리 모임'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앵커]

영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계화라고 하니까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가 떠올라요?

[기자]

네. 그때 토익시험이 처음 유행했었죠.

미국 중심의 세계화로 '황금 아치 이론'이라는 게 있어요.

맥도날드의 상징이기도 하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에 나오는데요.

맥도날드가 입점해있는 나라들 사이에선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논리의 핵심이 자유무역을 통한 중산층의 확대거든요.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깨져버렸죠.

전쟁과 제재로 에너지와 식량의 글로벌 공급망이 막혔고, 당장 저개발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밀의 절반가량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하는 튀니지에선 식량 부족과 경제난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국가 부도 상황인 스리랑카에서는 차량 연료 부족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극빈층이 최대 9천50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앵커]

'경제적 편 가르기'로 가는 것 같은데, '끼리끼리'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예전처럼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의 대결 구도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토와 브릭스로 끼리끼리 뭉치고 있습니다.

전선은 개발도상국에서 형성됐는데요.

며칠 전 끝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13개 개도국을 초청하며 세몰이에 나섰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참석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끼리' 경제권을 설파했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대하며 개도국에 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미국과 유럽도 이달 29일부터 나토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인데요.

여기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초청했습니다.

'신냉전' 구도에서 미국은 과거보다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인데요.

'탑건' 속편의 흥행 요인 중 하나로 극 중 적보다 구식 전투기를 몰면서도 조종사의 능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앵커]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네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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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18:06:13
    • 수정2022-06-27 18: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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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냉전 시대 미국의 문화와 군사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던 영화, '탑건'의 속편이 3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진영 대결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한 요즘 개봉을 해서 이런저런 해석이 있다는데,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얼마 전 칸 영화제도 보니까 톰 크루즈는 환갑이 됐어도 여전히 멋지더라고요.

[기자]

네, 영화 '탑건' 개봉 당시 24살이던 톰 크루즈, 올해 환갑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핵 추진 항공모함은 '탑건' 속편에서도 여전한 모습인데요.

함재기들만 신형 기종으로 바뀌었습니다.

전편과 같이 선글라스에 항공 점퍼를 입고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톰 크루즈의 모습, 인상적이죠.

그런데 이 항공 점퍼 때문에 중국과 마찰이 생겼습니다.

[앵커]

영화에 나온 '옷' 때문에 중국과 마찰이 생겼다고요? 왜죠?

[기자]

네, 톰 크루즈가 입은 항공 점퍼 뒤에 '타이완'의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보이시죠?

영화에서 냉전 시대 태평양에서 복무했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입는다는 설정인데요, 예고편에선 점퍼 뒤에 다른 문양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한 영화에선 전편과 똑같이 '타이완'의 상징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타이완에선 관객들이 환호했다고 하고, 중국 네티즌들은 떨떠름한 반응이었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미 할리우드의 일부 경영진이 중국 당국의 검열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세계 2위의 영화 시장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내 갈 길 갔다'는 건데요.

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이 영화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돌연 철회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공교롭게 아직 중국에서는 '탑건'의 속편이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고요.

두 나라를 빼고도 '탑건' 속편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조 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요.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중에서도 최고 흥행이라고 합니다.

[앵커]

영화 시장에도 미·중 갈등,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향을 미치나 봐요?

[기자]

네, '신냉전'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냉전은 핵미사일 대결로 상징되는데, 신냉전은 주로 경제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지난달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선 '30년간 이어진 세계화가 끝났다'는 경고가 쏟아졌는데요.

구소련이 붕괴된 뒤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됐던 국제 경제 질서가 코로나와 전쟁 이후 다시 '끼리끼리 모임'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앵커]

영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계화라고 하니까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가 떠올라요?

[기자]

네. 그때 토익시험이 처음 유행했었죠.

미국 중심의 세계화로 '황금 아치 이론'이라는 게 있어요.

맥도날드의 상징이기도 하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에 나오는데요.

맥도날드가 입점해있는 나라들 사이에선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논리의 핵심이 자유무역을 통한 중산층의 확대거든요.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깨져버렸죠.

전쟁과 제재로 에너지와 식량의 글로벌 공급망이 막혔고, 당장 저개발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밀의 절반가량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하는 튀니지에선 식량 부족과 경제난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국가 부도 상황인 스리랑카에서는 차량 연료 부족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극빈층이 최대 9천50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앵커]

'경제적 편 가르기'로 가는 것 같은데, '끼리끼리'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예전처럼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의 대결 구도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토와 브릭스로 끼리끼리 뭉치고 있습니다.

전선은 개발도상국에서 형성됐는데요.

며칠 전 끝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13개 개도국을 초청하며 세몰이에 나섰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참석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끼리' 경제권을 설파했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대하며 개도국에 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미국과 유럽도 이달 29일부터 나토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인데요.

여기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초청했습니다.

'신냉전' 구도에서 미국은 과거보다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인데요.

'탑건' 속편의 흥행 요인 중 하나로 극 중 적보다 구식 전투기를 몰면서도 조종사의 능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앵커]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네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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