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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장관과의 98분 통화…무슨 일 있었길래 ‘사퇴’?
입력 2022.06.27 (19:22) 수정 2022.06.27 (19:23) 취재K
사의 표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사의 표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

김창룡 경찰청장이 오늘(27일) 오전 8시 반쯤,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지난주 내내 '용퇴론'에 휩싸였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하다가 돌연 경찰을 떠난 이유, 무엇일까요?

■ 사퇴? 지난주까진 "경찰청장 역할 다할 것"

지난 한주, 경찰청장은 안팎으로 '용퇴설'과 '사퇴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시작은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권고안을 낸 지난 21일입니다. 권고안은 수사권 등 권력이 비대해진 경찰을 행안부가 직접 지휘,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김 청장은 경찰 내부망에 서한문을 올리고 "경찰 독립성은 영원 불변의 가치"라며 우회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사퇴하신다는 뜻이냐"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당시 김 청장은 "경찰청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무를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답했습니다.


■ 대통령 "국기문란"…경찰청장 "…"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인사 번복' 논란이 터집니다. 경찰 치안감 인사가 오후 7시쯤 발표됐는데, 2시간쯤 뒤 '번복 발표'가 난 것입니다. 7명의 인사가 뒤집혔습니다.

이를 두고 경찰은 "실무적 실수" "행안부에서 잘못된 인사안이 온 게 발표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정부 입장이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경찰청장이 인사를 추천하고, 이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대통령이 결재하는 시스템인데 '경찰이 대통령 결재 전에 인사 발표를 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결재 전 발표가 관행이었다'고 했지만, 대통령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했고, 다음날인 24일엔 김 청장의 거취에 대해선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한가"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기간 내내 청장은 "대통령 말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만 했습니다. 행안부 권고안만으로도 청장이 '직을 걸고' 반대에 나설 상황에 놓였는데, '인사 번복 책임'이라는 복병까지 만난 것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을 설명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2022.06.27.)행정안전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을 설명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2022.06.27.)

■ 98분의 통화 끝 '사의 표명'

오늘(27일), 경찰청장은 오전 11시 경찰청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사퇴설, 인사번복, 권고안에 대한 경찰 입장 등 질문을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11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 통제 방안을 직접 발표하겠다는 일정이 나왔습니다. '경찰국' 신설 등 행안부가 직접 경찰을 지휘·관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지난주 청장이 신청한 장관 면담을 행안부가 '거부'하고 경찰과의 추가 협의 없이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김 청장은 출근한 뒤 바로 사의를 표명하고, 기자회견 시간도 미뤘습니다.

사의 표명 기자회견 뒤 곧장 경찰청사를 떠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사의 표명 기자회견 뒤 곧장 경찰청사를 떠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

김 청장의 기자회견, 행안부 장관 브리핑을 고려해 시간을 미룬 12시에 열렸습니다. 김 청장은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김 청장은 회견 전에 경찰청 회의를 열고 지휘부에 공식적으로 사의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회의에 참여한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사의를 전하는 자리여서, 우리가 말릴 여유도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청장은 이 회의에서 행안부 장관과 98분간 통화한 사실도 전했다고 합니다. 김 청장은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한 경찰 입장을 모두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민 장관, 이 통화에 대해 "경찰청장이 (행안부 취지를) 상당 부분 수긍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각자 받아들이는 뉘앙스의 차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 "지금 나가면 어쩌나"…"지휘부 나서라"

경찰 내부, 청장 사표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흐릅니다.

KBS 취재진에게 한 경찰 관계자는 "사표를 더 일찍 내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줘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대로 "지금 지휘부는 정치적 입장 때문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청장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할 때인데 나가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나 국회에 경찰이 '공식입장'을 서류로 전한 적조차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관들이나 국민들이 절대 놀라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아주 조용히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는 조소부터, "지휘부가 먼저 나서든지, 힘들면 대응전략을 하달하든지 행동을 하라"는 요구까지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청장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만간 후임 경찰청장 후보가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경찰청장, 장관과의 98분 통화…무슨 일 있었길래 ‘사퇴’?
    • 입력 2022-06-27 19:22:43
    • 수정2022-06-27 19:23:15
    취재K
사의 표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사의 표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

김창룡 경찰청장이 오늘(27일) 오전 8시 반쯤,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지난주 내내 '용퇴론'에 휩싸였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하다가 돌연 경찰을 떠난 이유, 무엇일까요?

■ 사퇴? 지난주까진 "경찰청장 역할 다할 것"

지난 한주, 경찰청장은 안팎으로 '용퇴설'과 '사퇴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시작은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권고안을 낸 지난 21일입니다. 권고안은 수사권 등 권력이 비대해진 경찰을 행안부가 직접 지휘,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김 청장은 경찰 내부망에 서한문을 올리고 "경찰 독립성은 영원 불변의 가치"라며 우회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사퇴하신다는 뜻이냐"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당시 김 청장은 "경찰청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무를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답했습니다.


■ 대통령 "국기문란"…경찰청장 "…"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인사 번복' 논란이 터집니다. 경찰 치안감 인사가 오후 7시쯤 발표됐는데, 2시간쯤 뒤 '번복 발표'가 난 것입니다. 7명의 인사가 뒤집혔습니다.

이를 두고 경찰은 "실무적 실수" "행안부에서 잘못된 인사안이 온 게 발표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정부 입장이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경찰청장이 인사를 추천하고, 이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대통령이 결재하는 시스템인데 '경찰이 대통령 결재 전에 인사 발표를 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결재 전 발표가 관행이었다'고 했지만, 대통령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했고, 다음날인 24일엔 김 청장의 거취에 대해선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한가"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기간 내내 청장은 "대통령 말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만 했습니다. 행안부 권고안만으로도 청장이 '직을 걸고' 반대에 나설 상황에 놓였는데, '인사 번복 책임'이라는 복병까지 만난 것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을 설명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2022.06.27.)행정안전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을 설명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2022.06.27.)

■ 98분의 통화 끝 '사의 표명'

오늘(27일), 경찰청장은 오전 11시 경찰청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사퇴설, 인사번복, 권고안에 대한 경찰 입장 등 질문을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11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 통제 방안을 직접 발표하겠다는 일정이 나왔습니다. '경찰국' 신설 등 행안부가 직접 경찰을 지휘·관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지난주 청장이 신청한 장관 면담을 행안부가 '거부'하고 경찰과의 추가 협의 없이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김 청장은 출근한 뒤 바로 사의를 표명하고, 기자회견 시간도 미뤘습니다.

사의 표명 기자회견 뒤 곧장 경찰청사를 떠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사의 표명 기자회견 뒤 곧장 경찰청사를 떠나는 김창룡 경찰청장(2022.06.27.)

김 청장의 기자회견, 행안부 장관 브리핑을 고려해 시간을 미룬 12시에 열렸습니다. 김 청장은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김 청장은 회견 전에 경찰청 회의를 열고 지휘부에 공식적으로 사의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회의에 참여한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사의를 전하는 자리여서, 우리가 말릴 여유도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청장은 이 회의에서 행안부 장관과 98분간 통화한 사실도 전했다고 합니다. 김 청장은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한 경찰 입장을 모두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민 장관, 이 통화에 대해 "경찰청장이 (행안부 취지를) 상당 부분 수긍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각자 받아들이는 뉘앙스의 차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 "지금 나가면 어쩌나"…"지휘부 나서라"

경찰 내부, 청장 사표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흐릅니다.

KBS 취재진에게 한 경찰 관계자는 "사표를 더 일찍 내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줘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대로 "지금 지휘부는 정치적 입장 때문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청장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할 때인데 나가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나 국회에 경찰이 '공식입장'을 서류로 전한 적조차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관들이나 국민들이 절대 놀라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아주 조용히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는 조소부터, "지휘부가 먼저 나서든지, 힘들면 대응전략을 하달하든지 행동을 하라"는 요구까지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청장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만간 후임 경찰청장 후보가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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