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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만 100만 원…통학 차량 브로커 횡포”
입력 2022.06.28 (07:00) 취재K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태우고 다니는 일명 '노랑 버스'. 보통 해당 교육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차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노랑 버스'는 기사님들이 개인 차주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차량 소유주가 일정한 돈을 받고 차량을 운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는 이른바 '지입차'인 겁니다.

'노랑 버스' 가운데 개인 지입차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학원총연합회에서는 70% 정도,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측에서는 90% 가까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의 '노랑 버스'가 지입차라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 '어린이집·유치원·학원'과 운전기사 사이엔 중개업체가

'노랑 버스' 기사들은 개인 차주이기 때문에 일거리를 '알아서'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사 10명 중 6명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라 스스로 일할 데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육기관들은 어떨까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들도 차를 사고 기사를 구해야 하는데, 직접 채용은 번거롭고 버스 구입비에 기사 4대 보험, 퇴직금까지 돈도 많이 듭니다. 개인 지입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통학차량 중개업체'입니다.

먼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원에서 중개업체 측에 원하는 차량 규모(12인승, 25인승 등)와 운영 시간대, 급여 정보를 제시합니다. 그러면 업체 측에서 차량 기사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해 일자리를 알선하는 식입니다. 방식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 운전기사 수백여 명을 초대해놓고 기사 모집정보를 제공하거나 회원으로 등록된 기사들에게 단체 문자를 돌리는 식입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일할 의사가 있다면 중개업체에 직접 연락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통학차량 중개업체가 운영하는 단체대화방통학차량 중개업체가 운영하는 단체대화방

■ 한 번에 100만 원 vs 매달 8만 원, 뭐가 더 나을까?

70대 운전기사 A 씨도 중개업체를 통해 어린이집 차량 기사 일을 구했습니다. A 씨는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된 25인승 승합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어린이들의 등·하원 시간에 차량을 운행하고, 한 달 2~3번 견학을 가기도 합니다.

한 달 급여는 250만 원 남짓. 나쁘지 않은 조건 같아 보였습니다. 문제는 중개업체 측이 제시한 '중개수수료'. 업체 측은 한 달 급여의 40%에 해당하는 1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250만 원을 받아서 소개비 100만 원을 주고 나면 150만 원이 남아요. 보통 60~70km 뛰면 지금 같은 경우는 (유류비가 한달에) 50만 원 넘게 들어가요. (보험료도) 1년에 100만 원이 훨씬 넘는데 한 달에 10만 원 꼴이야. 다 떼면 손에 별로 쥐는 게 없어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달라는 대로 줘야죠."
- 통학차량 운전기사 A 씨

또 다른 운전기사 B 씨는 중개업체에 관해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과거 한 중개업체의 소개로 일한 적이 있는데, 업체가 횡포를 부렸다는 겁니다.

이 업체는 일거리를 알선하면서 선지급으로 급여의 10%를 받아갔습니다. 그리고 매달 급여의 3~4% 정도를 관리비 명목으로 떼어갔습니다. 통학차량 기사 월급이 20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선지급 수수료는 20~25만 원, 매달 떼어가는 돈은 6~10만 원입니다. 불만을 제기하자 한동안 해당 업체에서 통학차량 모집 정보를 제공 받지 못했다고도 합니다.

"100만 원이라도 한번에 받아가는 게 낫죠. 매달 떼어가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중개업체가 학원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까, 학원들도 중개업체에 요청하면 무조건 사람을 빨리 구해주니까요. 우리는 억울해도 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죠. 일자리 소개해준다는 명목 하에 너무 폭리를 취할 뿐만 아니라 권력을 휘둘러요. 우리는 다들 나이가 많고, 약자거든요."
- 통학차량 운전기사 B 씨

■ 중계업체 "수수료 3%가 비싼가요?"

하지만 중개업체 측은 수수료가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학원들과 통학차량 기사들을 회원 형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만 수수료로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노년층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소득신고도 하고 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기사님들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이에요. 오갈 데 없는 분들 운전자 교육받게 해주고, 정년퇴임하신 분들 생활비, 용돈벌이 할 수 있게 해드리는 건데… 관리비, 회원비예요. 우리가 거래하는 학원이 2,500~2,600개쯤 되고, (운전기사) 회원은 4,500명 정도 되는데, 일자리가 있으면 문자 보내드리고. 수수료, 회원비로 3% 받는 거 갖고 돈 많이 받는다고 하면…"
- 통학차량 중개업체 대표 C 씨

■ 통학차량도 '공공 중개 플랫폼' 만들어야

사실 중개업체가 통학차량 기사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건 업계의 해묵은 문제입니다. 전문 중개업체가 수 천 개의 학원들을 관리하면서 중간에서 일감을 독점하다 보니 건건이 계약하는 기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있다 해도 업체 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급여 조건인데, 그런 조건에서 상당한 액수의 부당한 착취도 문제지만, 소개비나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갈취당하는 일터 자체가 결코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수 없어요. 결국 이용 학생들의 안전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는거죠."
- 박사훈 전국셔틀버스노조위원장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학차량이 어린이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통학차량 학원과 기사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공공 중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통학차량 안전지원센터'를 설치해서 교육시설이나 학부모들이 수수료 없이 통학차량 기사들과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사들도 일자리를 무상으로 얻을 수 있고요.

실제로 지난 2016년 서울시에서는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의 건의에 따라 콜센터가 포함된 '통학버스 지원센터' 설치가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토론회와 특별 프로젝트팀까지 꾸려졌지만, 아직까지도 센터는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 “수수료만 100만 원…통학 차량 브로커 횡포”
    • 입력 2022-06-28 07:00:27
    취재K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태우고 다니는 일명 '노랑 버스'. 보통 해당 교육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차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노랑 버스'는 기사님들이 개인 차주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차량 소유주가 일정한 돈을 받고 차량을 운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는 이른바 '지입차'인 겁니다.

'노랑 버스' 가운데 개인 지입차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학원총연합회에서는 70% 정도,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측에서는 90% 가까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의 '노랑 버스'가 지입차라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 '어린이집·유치원·학원'과 운전기사 사이엔 중개업체가

'노랑 버스' 기사들은 개인 차주이기 때문에 일거리를 '알아서'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사 10명 중 6명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라 스스로 일할 데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육기관들은 어떨까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들도 차를 사고 기사를 구해야 하는데, 직접 채용은 번거롭고 버스 구입비에 기사 4대 보험, 퇴직금까지 돈도 많이 듭니다. 개인 지입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통학차량 중개업체'입니다.

먼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원에서 중개업체 측에 원하는 차량 규모(12인승, 25인승 등)와 운영 시간대, 급여 정보를 제시합니다. 그러면 업체 측에서 차량 기사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해 일자리를 알선하는 식입니다. 방식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 운전기사 수백여 명을 초대해놓고 기사 모집정보를 제공하거나 회원으로 등록된 기사들에게 단체 문자를 돌리는 식입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일할 의사가 있다면 중개업체에 직접 연락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통학차량 중개업체가 운영하는 단체대화방통학차량 중개업체가 운영하는 단체대화방

■ 한 번에 100만 원 vs 매달 8만 원, 뭐가 더 나을까?

70대 운전기사 A 씨도 중개업체를 통해 어린이집 차량 기사 일을 구했습니다. A 씨는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된 25인승 승합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어린이들의 등·하원 시간에 차량을 운행하고, 한 달 2~3번 견학을 가기도 합니다.

한 달 급여는 250만 원 남짓. 나쁘지 않은 조건 같아 보였습니다. 문제는 중개업체 측이 제시한 '중개수수료'. 업체 측은 한 달 급여의 40%에 해당하는 1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250만 원을 받아서 소개비 100만 원을 주고 나면 150만 원이 남아요. 보통 60~70km 뛰면 지금 같은 경우는 (유류비가 한달에) 50만 원 넘게 들어가요. (보험료도) 1년에 100만 원이 훨씬 넘는데 한 달에 10만 원 꼴이야. 다 떼면 손에 별로 쥐는 게 없어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달라는 대로 줘야죠."
- 통학차량 운전기사 A 씨

또 다른 운전기사 B 씨는 중개업체에 관해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과거 한 중개업체의 소개로 일한 적이 있는데, 업체가 횡포를 부렸다는 겁니다.

이 업체는 일거리를 알선하면서 선지급으로 급여의 10%를 받아갔습니다. 그리고 매달 급여의 3~4% 정도를 관리비 명목으로 떼어갔습니다. 통학차량 기사 월급이 20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선지급 수수료는 20~25만 원, 매달 떼어가는 돈은 6~10만 원입니다. 불만을 제기하자 한동안 해당 업체에서 통학차량 모집 정보를 제공 받지 못했다고도 합니다.

"100만 원이라도 한번에 받아가는 게 낫죠. 매달 떼어가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중개업체가 학원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까, 학원들도 중개업체에 요청하면 무조건 사람을 빨리 구해주니까요. 우리는 억울해도 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죠. 일자리 소개해준다는 명목 하에 너무 폭리를 취할 뿐만 아니라 권력을 휘둘러요. 우리는 다들 나이가 많고, 약자거든요."
- 통학차량 운전기사 B 씨

■ 중계업체 "수수료 3%가 비싼가요?"

하지만 중개업체 측은 수수료가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학원들과 통학차량 기사들을 회원 형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만 수수료로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노년층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소득신고도 하고 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기사님들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이에요. 오갈 데 없는 분들 운전자 교육받게 해주고, 정년퇴임하신 분들 생활비, 용돈벌이 할 수 있게 해드리는 건데… 관리비, 회원비예요. 우리가 거래하는 학원이 2,500~2,600개쯤 되고, (운전기사) 회원은 4,500명 정도 되는데, 일자리가 있으면 문자 보내드리고. 수수료, 회원비로 3% 받는 거 갖고 돈 많이 받는다고 하면…"
- 통학차량 중개업체 대표 C 씨

■ 통학차량도 '공공 중개 플랫폼' 만들어야

사실 중개업체가 통학차량 기사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건 업계의 해묵은 문제입니다. 전문 중개업체가 수 천 개의 학원들을 관리하면서 중간에서 일감을 독점하다 보니 건건이 계약하는 기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있다 해도 업체 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급여 조건인데, 그런 조건에서 상당한 액수의 부당한 착취도 문제지만, 소개비나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갈취당하는 일터 자체가 결코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수 없어요. 결국 이용 학생들의 안전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는거죠."
- 박사훈 전국셔틀버스노조위원장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학차량이 어린이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통학차량 학원과 기사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공공 중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통학차량 안전지원센터'를 설치해서 교육시설이나 학부모들이 수수료 없이 통학차량 기사들과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사들도 일자리를 무상으로 얻을 수 있고요.

실제로 지난 2016년 서울시에서는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의 건의에 따라 콜센터가 포함된 '통학버스 지원센터' 설치가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토론회와 특별 프로젝트팀까지 꾸려졌지만, 아직까지도 센터는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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