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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입력 2022.06.28 (07:00) 수정 2022.06.28 (07:01) 취재K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어촌 소멸이 임박했기 때문인데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3년 뒤 전국의 어촌마을 공동체 84.2%가 무너져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기획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자원 황폐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미더덕 양식장 그물에 달려있는 유령멍게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미더덕 양식장 그물에 달려있는 유령멍게

■'미더덕' 대신 양식장 그물을 차지한 '유령멍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앞바다는 전국 미더덕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주산지입니다. 미더덕은 수온 5~15도 사이 바다에서 잘 자라는데요. 진동면 인근 바다, 마산만이 미더덕이 자라기 좋은 환경입니다.

40대 정성원 씨는 이 마산만에서 미더덕 양식업을 하고 있는데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4년째 40,000㎡ 규모의 미더덕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 씨는 4~5년 전부터 바다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더덕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지난달, 정 씨의 미더덕 양식장을 방문해 그물을 걷어올려 봤습니다. 미더덕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할 양식장의 그물에는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만 가득했습니다.


■미더덕 생산량, 8년 만에 10분의 1로 줄어

유령멍게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유일한 해양생태계교란생물입니다. 미더덕이나 멍게, 굴 등이 먹어야 할 먹이를 흡수해 다른 해양 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많은 양의 배설물을 쏟아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킵니다.

경남수산안전기술원이 올해부터 마산만 일대의 유령멍게 개체 수를 조사하기 시작할 정도로 유령멍게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유령멍게의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고수온' 때문입니다. 유령멍게는 따뜻한 바다에서 번식력이 강합니다. 이전에는 유령멍게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생존하기 어려웠지만, 바다 온도가 계속 오르면서 1년 내내 번식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반면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은 유령멍게가 차지한 자리만큼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미더덕 생산량은 9.1톤에 불과해 8년 전 115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미더덕 양식장이 많은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표층 수온은 30도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의 24.3도보다 5.7도가 높았습니다.


■통영 추도, '물메기의 고향'은 옛말

경남 통영시의 추도 어민들도 바다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추도는 해마다 겨울이면 물메기가 많이 잡혀
'물메기의 고향'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겨울철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는데요. 하지만, '물메기의 고향'은 옛말이 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들이 추도 인근 바다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영 바다의 지난해 8월 평균 표층 수온은 29.7도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도 높습니다. 수온이 1도가 올라가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실제로 통영수협에서 위판된 물메기는 2018년에는 62,000여 마리였지만, 올해 10,800여 마리에 그쳤습니다.

귀어 10년 차인 추도 주민 김종진 씨는 귀어 초기, 하루에 물메기를 최대 300마리까지 잡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물메기가 안 잡히기 시작했다는데요. 대신 요즘에는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취재진은 김 씨와 함께 바다로 나가 4일 내내 쳐둔 그물을 걷어 올려보니 갑오징어가 가장 많았습니다. 봄철이면 많이 잡히던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갑오징어만 잡히는 겁니다.


■남해안 '고수온'으로 경남 '천만 마리' 양식어류 피해

단지 미더덕과 물메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 바다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 올랐습니다. 바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고수온으로 인한 어업 피해는 커졌습니다.

고수온으로 인한 경남지역 양식어류 어업 피해는 2012년 165만 마리, 2017년 342만 9,000마리, 2018년 686만 마리에 이어 지난해 1,042만 마리를 기록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경남 남해안에서만 1,000만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고수온으로 폐사했습니다.

이렇게 수산자원이 황폐화 되면 생산량이 줄어들어 어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어업 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어민들이 생길 텐데요. 실제로 통영 추도에 사는 일부 어민들은 물메기가 더는 잡히지 않자, 경남 거제시의 조선소에서 일하기 위해 섬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전국의 어가 인구는 9만여 명이었는데, 10년 전의 15만여 명보다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어가 인구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고령층일 만큼 어촌 소멸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2018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어촌주민 320여 명을 대상으로 '어촌 소멸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51.8%가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수산업 여건'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령화와 체험객 감소로 어촌 체험 휴양 마을을 포기한 사례를 통해 어촌 고령화 문제의 실태를 살펴봅니다.
  •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 입력 2022-06-28 07:00:28
    • 수정2022-06-28 07:01:34
    취재K
<strong>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어촌 소멸이 임박했기 때문인데요. </strong><strong>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3년 뒤 </strong><strong>전국의 어촌마을 공동체 84.2%가 무너져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strong><strong>이에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strong><strong>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기획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을 마련했습니다. </strong><strong>첫 순서로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자원 황폐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strong><br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미더덕 양식장 그물에 달려있는 유령멍게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미더덕 양식장 그물에 달려있는 유령멍게

■'미더덕' 대신 양식장 그물을 차지한 '유령멍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앞바다는 전국 미더덕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주산지입니다. 미더덕은 수온 5~15도 사이 바다에서 잘 자라는데요. 진동면 인근 바다, 마산만이 미더덕이 자라기 좋은 환경입니다.

40대 정성원 씨는 이 마산만에서 미더덕 양식업을 하고 있는데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4년째 40,000㎡ 규모의 미더덕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 씨는 4~5년 전부터 바다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더덕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지난달, 정 씨의 미더덕 양식장을 방문해 그물을 걷어올려 봤습니다. 미더덕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할 양식장의 그물에는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만 가득했습니다.


■미더덕 생산량, 8년 만에 10분의 1로 줄어

유령멍게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유일한 해양생태계교란생물입니다. 미더덕이나 멍게, 굴 등이 먹어야 할 먹이를 흡수해 다른 해양 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많은 양의 배설물을 쏟아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킵니다.

경남수산안전기술원이 올해부터 마산만 일대의 유령멍게 개체 수를 조사하기 시작할 정도로 유령멍게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유령멍게의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고수온' 때문입니다. 유령멍게는 따뜻한 바다에서 번식력이 강합니다. 이전에는 유령멍게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생존하기 어려웠지만, 바다 온도가 계속 오르면서 1년 내내 번식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반면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은 유령멍게가 차지한 자리만큼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미더덕 생산량은 9.1톤에 불과해 8년 전 115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미더덕 양식장이 많은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표층 수온은 30도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의 24.3도보다 5.7도가 높았습니다.


■통영 추도, '물메기의 고향'은 옛말

경남 통영시의 추도 어민들도 바다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추도는 해마다 겨울이면 물메기가 많이 잡혀
'물메기의 고향'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겨울철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는데요. 하지만, '물메기의 고향'은 옛말이 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들이 추도 인근 바다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영 바다의 지난해 8월 평균 표층 수온은 29.7도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도 높습니다. 수온이 1도가 올라가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실제로 통영수협에서 위판된 물메기는 2018년에는 62,000여 마리였지만, 올해 10,800여 마리에 그쳤습니다.

귀어 10년 차인 추도 주민 김종진 씨는 귀어 초기, 하루에 물메기를 최대 300마리까지 잡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물메기가 안 잡히기 시작했다는데요. 대신 요즘에는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취재진은 김 씨와 함께 바다로 나가 4일 내내 쳐둔 그물을 걷어 올려보니 갑오징어가 가장 많았습니다. 봄철이면 많이 잡히던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갑오징어만 잡히는 겁니다.


■남해안 '고수온'으로 경남 '천만 마리' 양식어류 피해

단지 미더덕과 물메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 바다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 올랐습니다. 바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고수온으로 인한 어업 피해는 커졌습니다.

고수온으로 인한 경남지역 양식어류 어업 피해는 2012년 165만 마리, 2017년 342만 9,000마리, 2018년 686만 마리에 이어 지난해 1,042만 마리를 기록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경남 남해안에서만 1,000만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고수온으로 폐사했습니다.

이렇게 수산자원이 황폐화 되면 생산량이 줄어들어 어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어업 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어민들이 생길 텐데요. 실제로 통영 추도에 사는 일부 어민들은 물메기가 더는 잡히지 않자, 경남 거제시의 조선소에서 일하기 위해 섬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전국의 어가 인구는 9만여 명이었는데, 10년 전의 15만여 명보다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어가 인구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고령층일 만큼 어촌 소멸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2018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어촌주민 320여 명을 대상으로 '어촌 소멸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51.8%가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수산업 여건'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령화와 체험객 감소로 어촌 체험 휴양 마을을 포기한 사례를 통해 어촌 고령화 문제의 실태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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