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경찰에 ‘점자 통지’ 요청했지만…못 받은 이유는?

입력 2022.06.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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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통지문' 제공 안 한 경찰
- 점자법 제정됐지만…"점자 제공 의무 몰라"
- 권익위원회, 경찰청에 지침 마련 권고


■ 경찰에 '점자' 요청했지만…

지난해 6월, 1급 시각장애인인 50대 김 모 씨는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와 온라인에서 시비가 붙었습니다. 도를 넘는 비방이 이어졌고, 김 씨는 결국 명예훼손과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상대방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시각장애 1급은 좋은 눈의 시력이 0.02 이하로, 눈 앞에 있는 물체의 형체만 겨우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경찰이 보내 온 사건 처리 안내나 통지문을 읽을 수 없습니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활동 지원사 방문이 제한돼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사건을 고소한 당사자인데도, 사건 처리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김 씨는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점자 문서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나도록 점자 문서를 받을 수 없었고, 그 사이 경찰은 일부 고소 건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3월, 김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사 과정에서 적절한 점자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며 고충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 "점자 제공 의무 몰라"…권익위, 지침 마련 권고

2016년에 만들어진 점자법은 '공공기관은 시각장애인의 요청이 있을 때, 일반 활자 문서를 점자로 고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도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모두 누리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법과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권익위 조사 결과, 김 씨의 사건 담당 경찰관은 "점자 문서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 몰랐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공공기관 점자 문서 제공 안내서'에는 범죄피해안내서와 사건 처분 통지서 등을 점자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권익위는 오늘(28일) 경찰청장에게 점자 문서 제공과 관련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된 수사 결과 통지서를 요청할 경우, 점자 출판시설에 의뢰해 점자 문서를 제공하라고 주문했습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 동등한 서비스 받아야"

이번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권익위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이 관련 법 규정과 점자 문서 제공 방법을 잘 모르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사건을 맡은 담당 경찰관처럼, 일선 수사기관은 점자 문서 제공 의무를 인지조차 못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정묵 권익위 경찰 옴부즈만은 "공공기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로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점자 문서 제공 관련 내용을 잘 숙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권익을 침해받는 일이 발생한다면, 권익위나 국민신문고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방법 : 민원인의 이름·주소·전화번호·민원 내용 기재
접수처 : 국민권익위 누리집(www.acrc.go.kr)·국민신문고(www.epeople.go.kr)
방문·우편 : 세종특별자치시 도움 5로 20 국민권익위원회(30102), 팩스 044-200-7971
전화 상담 : 국번 없이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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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각장애인, 경찰에 ‘점자 통지’ 요청했지만…못 받은 이유는?
    • 입력 2022-06-28 14:14:24
    취재K
-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통지문' 제공 안 한 경찰<br />- 점자법 제정됐지만…"점자 제공 의무 몰라"<br />- 권익위원회, 경찰청에 지침 마련 권고

■ 경찰에 '점자' 요청했지만…

지난해 6월, 1급 시각장애인인 50대 김 모 씨는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와 온라인에서 시비가 붙었습니다. 도를 넘는 비방이 이어졌고, 김 씨는 결국 명예훼손과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상대방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시각장애 1급은 좋은 눈의 시력이 0.02 이하로, 눈 앞에 있는 물체의 형체만 겨우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경찰이 보내 온 사건 처리 안내나 통지문을 읽을 수 없습니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활동 지원사 방문이 제한돼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사건을 고소한 당사자인데도, 사건 처리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김 씨는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점자 문서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나도록 점자 문서를 받을 수 없었고, 그 사이 경찰은 일부 고소 건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3월, 김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사 과정에서 적절한 점자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며 고충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 "점자 제공 의무 몰라"…권익위, 지침 마련 권고

2016년에 만들어진 점자법은 '공공기관은 시각장애인의 요청이 있을 때, 일반 활자 문서를 점자로 고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도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모두 누리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법과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권익위 조사 결과, 김 씨의 사건 담당 경찰관은 "점자 문서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 몰랐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공공기관 점자 문서 제공 안내서'에는 범죄피해안내서와 사건 처분 통지서 등을 점자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권익위는 오늘(28일) 경찰청장에게 점자 문서 제공과 관련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된 수사 결과 통지서를 요청할 경우, 점자 출판시설에 의뢰해 점자 문서를 제공하라고 주문했습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 동등한 서비스 받아야"

이번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권익위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이 관련 법 규정과 점자 문서 제공 방법을 잘 모르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사건을 맡은 담당 경찰관처럼, 일선 수사기관은 점자 문서 제공 의무를 인지조차 못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정묵 권익위 경찰 옴부즈만은 "공공기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로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점자 문서 제공 관련 내용을 잘 숙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권익을 침해받는 일이 발생한다면, 권익위나 국민신문고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방법 : 민원인의 이름·주소·전화번호·민원 내용 기재
접수처 : 국민권익위 누리집(www.acrc.go.kr)·국민신문고(www.epeople.go.kr)
방문·우편 : 세종특별자치시 도움 5로 20 국민권익위원회(30102), 팩스 044-200-7971
전화 상담 : 국번 없이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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