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브리핑’ 부활…‘잊히지 않길’ 바라는 공수처?

입력 2022.06.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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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정례 브리핑을 시작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앞으로는 공수처장의 출근길을 통해 기자들과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공수처장이 출근길 브리핑을 해 왔지만, 같은 해 4월 검사들을 임명한 뒤부터는 1년 넘게 출근길 브리핑을 중단해 왔습니다.

수사와 관련된 발언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없앴던 공수처장의 출근길 브리핑을 재개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 공수처장 출근길 소통 부활…"잊혀지지 않고 부딪히겠다"

공수처 황상진 대변인은 오늘(2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과 공수처가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며 "언론에서 처장에게 직접 듣고 싶은 현안이 있는 경우 간단하게라도 입장을 정리해 출근길에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변인은 "수사기관장이 언론을 매일 만나는 모습은 여러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출근길 인터뷰를 진행하면 보다 깊이 있게 소통하고, 또 수사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수사기관장의 언론 응대는 드문 일은 아닙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이나, 김오수 전 총장도 검찰의 굵직한 현안에는 정무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어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해 헌법소송을 청구하거나, 교정 시설 정책 홍보를 위해 청주교도소를 찾을 때 기자들에게 미리 '출·퇴근길 소통'을 공지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앞서 공수처 핵심 관계자 또한 "국민들에게 잊혀지는 것보다는 자주 언론에 부딪히면서, 어떤 수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듣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고민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다만, 공수처가 현재 검찰이나 법무부와 같이 진행되는 굵직한 수사나 현안이 없는 상황에서 '출근길 소통'을 잘 활용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됐던 '고발 사주'나 '옵티머스 수사' 개입 의혹 등 민감한 수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등, 오히려 수사력 자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된 상황도 또 다른 부담일 수 있습니다.

■ 공수처, 출범 1년 5개월 만에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가동

공수처의 '잊히지 않을' 계획에는 다음 달 1일부터 가동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정비도 포함돼 있습니다. KICS란 경찰과 검찰 등에서 사건 접수·수사·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건 처리 업무를 온라인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동안 공수처는 모든 사건을 수기로 정리해 왔지만, 앞으로 법원·법무부·경찰 등과 킥스 전산망으로 연결해 수사와 사건 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수처는 브리핑에서 "공수처의 형사사법 업무를 전자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며 "두 번째는 검찰과 경찰, 법원, 법무부 등 형사사법 업무를 맡는 연계 기관들과 정보 공동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다른 수사기관에서도 KICS가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렸던 만큼 지켜봐 달라는 입장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로는 경찰에 입력된 범죄 경력 자료를 공수처 KICS로 불러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타 수사기관에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에 뒤늦게 들어가는 거라서, 기능 개선이라든지 오류를 지속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호된 시행착오를 거치고 출범 1년여 만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공수처. 과연 지금까지의 논란을 털어내고 최고 수사기관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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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길 브리핑’ 부활…‘잊히지 않길’ 바라는 공수처?
    • 입력 2022-06-28 17:00:00
    취재K

지난주부터 정례 브리핑을 시작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앞으로는 공수처장의 출근길을 통해 기자들과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공수처장이 출근길 브리핑을 해 왔지만, 같은 해 4월 검사들을 임명한 뒤부터는 1년 넘게 출근길 브리핑을 중단해 왔습니다.

수사와 관련된 발언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없앴던 공수처장의 출근길 브리핑을 재개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 공수처장 출근길 소통 부활…"잊혀지지 않고 부딪히겠다"

공수처 황상진 대변인은 오늘(2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과 공수처가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며 "언론에서 처장에게 직접 듣고 싶은 현안이 있는 경우 간단하게라도 입장을 정리해 출근길에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변인은 "수사기관장이 언론을 매일 만나는 모습은 여러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출근길 인터뷰를 진행하면 보다 깊이 있게 소통하고, 또 수사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수사기관장의 언론 응대는 드문 일은 아닙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이나, 김오수 전 총장도 검찰의 굵직한 현안에는 정무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어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해 헌법소송을 청구하거나, 교정 시설 정책 홍보를 위해 청주교도소를 찾을 때 기자들에게 미리 '출·퇴근길 소통'을 공지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앞서 공수처 핵심 관계자 또한 "국민들에게 잊혀지는 것보다는 자주 언론에 부딪히면서, 어떤 수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듣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고민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다만, 공수처가 현재 검찰이나 법무부와 같이 진행되는 굵직한 수사나 현안이 없는 상황에서 '출근길 소통'을 잘 활용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됐던 '고발 사주'나 '옵티머스 수사' 개입 의혹 등 민감한 수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등, 오히려 수사력 자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된 상황도 또 다른 부담일 수 있습니다.

■ 공수처, 출범 1년 5개월 만에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가동

공수처의 '잊히지 않을' 계획에는 다음 달 1일부터 가동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정비도 포함돼 있습니다. KICS란 경찰과 검찰 등에서 사건 접수·수사·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건 처리 업무를 온라인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동안 공수처는 모든 사건을 수기로 정리해 왔지만, 앞으로 법원·법무부·경찰 등과 킥스 전산망으로 연결해 수사와 사건 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수처는 브리핑에서 "공수처의 형사사법 업무를 전자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며 "두 번째는 검찰과 경찰, 법원, 법무부 등 형사사법 업무를 맡는 연계 기관들과 정보 공동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다른 수사기관에서도 KICS가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렸던 만큼 지켜봐 달라는 입장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로는 경찰에 입력된 범죄 경력 자료를 공수처 KICS로 불러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타 수사기관에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에 뒤늦게 들어가는 거라서, 기능 개선이라든지 오류를 지속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호된 시행착오를 거치고 출범 1년여 만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공수처. 과연 지금까지의 논란을 털어내고 최고 수사기관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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