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홀에 160억입니다”…나홀로 폭주하는 골프장 가치

입력 2022.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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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포스코, 1홀에 160억 원 주고 잭니클라우스GC 인수
팬데믹 끝났지만 골프장 거품 논란은 진행형
일부 골프장 관리 부실에도 릴레이 비용 인상


■부동산도 주식도 숨 고르는데…골프장은 '예외'

코로나를 거치면서 '자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던 코인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고 상반기 주식시장은 세계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할 정도로(코스피 20%↓)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도 하락 폭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연 0%에 가까운 초저금리로 생겼던 거품들이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앞에 빠른 속도로 사드러드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예외인 곳도 있습니다. 국내 골프장 이야기입니다.

■홀당 160억 원, 국내 최고가 매입은 '포스코'

포스코그룹은 인천 송도에 있는 잭니클라우스GC를 인수하기로 최근 결정했습니다. 그룹의 부동산·레저사업 전문사인 포스코O&M을 통한 방식이었지만 그룹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알려진 액수는 3,000억 원대 초반입니다.

포스코가 3,000억 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한 잭니클라우스GC (출처:골프장 홈페이지)포스코가 3,000억 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한 잭니클라우스GC (출처:골프장 홈페이지)

2010년 문을 연 잭니클라우스GC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입니다. 2015년에는 아시아국가 최초로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인터내셔널팀 간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이 열린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바로 비싼 인수가격 때문입니다.

총 3,000억 원의 인수가격(회원권 보증금 부채 2,356억+α)을 고려하면 1홀에 160억 원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골프장에서 1홀에 100억 원이 넘는 거래도 없었습니다. 단번에 신기록을 크게 갈아치운 것입니다. 포스코 O&M은 인수과정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와 경쟁을 펼쳤고, 당초 예상보다 500억 원 정도 가격을 더 올렸습니다. 골프장 인수를 놓고 과당 경쟁이 계속되고 있고 결국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거품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잭니클라우스GC가 해마다 1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알려진 점도 시장에서는 일부 논란거리입니다.

■달걀 1개 3,500원…덩달아 폭등하는 골프장 물가

이렇게 골프장 인수를 둘러싼 거품 논쟁은 이용객들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높은 인수가를 만회하기 위해, 아니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격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그린피는 물론 각종 부대 가격을 올려왔습니다.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식음료 판매가 다시 늘었는데도 가격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뛰고 있습니다. 외부음식 반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장소, 골프장 한 곳의 최근 식음료 가격은 이렇습니다. 다른 곳도 대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수도권 A골프장
*사골 우거지 해장국: 25,000원
*달걀 프라이 1개: 3,500원
*토마토 주스: 15,000원

이렇게 골프장 물가가 이미 천장을 뚫었지만,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골프장이용료가 포함돼 있지만, 올해 들어 추이를 보면 거의 변화가 없을 정도로 가격 상승 폭이 미미합니다. 실제 골프장 이용객이 느끼는 물가와는 적지 않은 온도 차이가 납니다. 아래에 나오는 '골프장 물가지수'에도 그런 점이 드러납니다.


■그린 다 망가진 골프장도…'거품 전가' 논란

골프장 가치가 오른 데에는 코로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팬데믹 이전 생존까지 걱정하던 골프장들은 코로나 19 이후 해외여행길이 막힌 이용객들을 발판삼아 호황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골프장 인수 합병도 활발했고, 큰 돈을 들여 골프장을 사들인 뒤 거기에 다시 웃돈을 받고 되파는 성공(?)사례가 잇따랐습니다. 막대한 인수 비용은 상당 부분 이용객들에게 전가됐고, 실제 그린피는 물론 이용객들이 선택할 수 없는 카트비·캐디피까지 모두 큰 폭으로 인상됐습니다.

주말 그린피 최고 26만 원을 받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 그린(6월 중순 상황)주말 그린피 최고 26만 원을 받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 그린(6월 중순 상황)

이용요금은 대폭 올랐지만, 일부 골프장들의 배짱·얌체 영업도 여전합니다. 하루에 두 번도 모자라 야간까지 영업을 이어가면서 페어웨이와 그린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망가졌는데도 고가의 이용요금을 온전히 다 받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 흐름과 달리 골프장을 둘러싼 거품은 갈수록 커져 이용객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여론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구장들은 거품 논란을 무시한 채 가치 고공행진 하나만 믿고 여전히 직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대문사진: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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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홀에 160억입니다”…나홀로 폭주하는 골프장 가치
    • 입력 2022-06-29 07:00:13
    취재K
포스코, 1홀에 160억 원 주고 잭니클라우스GC 인수<br />팬데믹 끝났지만 골프장 거품 논란은 진행형<br />일부 골프장 관리 부실에도 릴레이 비용 인상

■부동산도 주식도 숨 고르는데…골프장은 '예외'

코로나를 거치면서 '자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던 코인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고 상반기 주식시장은 세계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할 정도로(코스피 20%↓)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도 하락 폭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연 0%에 가까운 초저금리로 생겼던 거품들이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앞에 빠른 속도로 사드러드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예외인 곳도 있습니다. 국내 골프장 이야기입니다.

■홀당 160억 원, 국내 최고가 매입은 '포스코'

포스코그룹은 인천 송도에 있는 잭니클라우스GC를 인수하기로 최근 결정했습니다. 그룹의 부동산·레저사업 전문사인 포스코O&M을 통한 방식이었지만 그룹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알려진 액수는 3,000억 원대 초반입니다.

포스코가 3,000억 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한 잭니클라우스GC (출처:골프장 홈페이지)
2010년 문을 연 잭니클라우스GC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입니다. 2015년에는 아시아국가 최초로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인터내셔널팀 간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이 열린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바로 비싼 인수가격 때문입니다.

총 3,000억 원의 인수가격(회원권 보증금 부채 2,356억+α)을 고려하면 1홀에 160억 원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골프장에서 1홀에 100억 원이 넘는 거래도 없었습니다. 단번에 신기록을 크게 갈아치운 것입니다. 포스코 O&M은 인수과정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와 경쟁을 펼쳤고, 당초 예상보다 500억 원 정도 가격을 더 올렸습니다. 골프장 인수를 놓고 과당 경쟁이 계속되고 있고 결국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거품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잭니클라우스GC가 해마다 1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알려진 점도 시장에서는 일부 논란거리입니다.

■달걀 1개 3,500원…덩달아 폭등하는 골프장 물가

이렇게 골프장 인수를 둘러싼 거품 논쟁은 이용객들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높은 인수가를 만회하기 위해, 아니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격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그린피는 물론 각종 부대 가격을 올려왔습니다.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식음료 판매가 다시 늘었는데도 가격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뛰고 있습니다. 외부음식 반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장소, 골프장 한 곳의 최근 식음료 가격은 이렇습니다. 다른 곳도 대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수도권 A골프장
*사골 우거지 해장국: 25,000원
*달걀 프라이 1개: 3,500원
*토마토 주스: 15,000원

이렇게 골프장 물가가 이미 천장을 뚫었지만,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골프장이용료가 포함돼 있지만, 올해 들어 추이를 보면 거의 변화가 없을 정도로 가격 상승 폭이 미미합니다. 실제 골프장 이용객이 느끼는 물가와는 적지 않은 온도 차이가 납니다. 아래에 나오는 '골프장 물가지수'에도 그런 점이 드러납니다.


■그린 다 망가진 골프장도…'거품 전가' 논란

골프장 가치가 오른 데에는 코로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팬데믹 이전 생존까지 걱정하던 골프장들은 코로나 19 이후 해외여행길이 막힌 이용객들을 발판삼아 호황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골프장 인수 합병도 활발했고, 큰 돈을 들여 골프장을 사들인 뒤 거기에 다시 웃돈을 받고 되파는 성공(?)사례가 잇따랐습니다. 막대한 인수 비용은 상당 부분 이용객들에게 전가됐고, 실제 그린피는 물론 이용객들이 선택할 수 없는 카트비·캐디피까지 모두 큰 폭으로 인상됐습니다.

주말 그린피 최고 26만 원을 받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 그린(6월 중순 상황)
이용요금은 대폭 올랐지만, 일부 골프장들의 배짱·얌체 영업도 여전합니다. 하루에 두 번도 모자라 야간까지 영업을 이어가면서 페어웨이와 그린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망가졌는데도 고가의 이용요금을 온전히 다 받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 흐름과 달리 골프장을 둘러싼 거품은 갈수록 커져 이용객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여론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구장들은 거품 논란을 무시한 채 가치 고공행진 하나만 믿고 여전히 직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대문사진: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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