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 ‘늑장 대응’ 춘천시에 경고…“대응체계 정비할 것”

입력 2022.06.29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KBS는 이달 초 강원도 춘천 도심 하천에서 일어난 물고기 떼죽음을 취재했습니다. 6차례에 걸쳐 해당 유해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연속 보도를 했습니다. 특히 물고기 떼죽음 직후 춘천시 당국이 부실 조사와 늑장 대응으로 사태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발했습니다. 취재 결과 춘천시는 관련 내용을 원주지방환경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관련 기관에 경고성 공문을 보내는 한편, 대응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일 강원도 춘천 도심 하천에서 폐사한 물고기들. 배수 펌프 고장으로 오·폐수가 유입돼 폐사했다.지난 3일 강원도 춘천 도심 하천에서 폐사한 물고기들. 배수 펌프 고장으로 오·폐수가 유입돼 폐사했다.

■ 폐사 물고기 폐기처분…"검사 시작부터 문제"

대낮 도심 하천 바닥을 가득 메운 죽은 물고기 수천 마리. 사고는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천 인근에 설치돼 있던 배수펌프가 고장나면서, 오·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돼 집단 폐사가 일어난 겁니다.

물고기 집단 폐수의 원인에 대해 춘천시는 '생활 오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강원대 연구팀은 '독극물 유입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두 기관의 상반된 결과는 현장 대응 체계부터 달랐기 때문입니다. 춘천시는 현장에 도착한 뒤, 하천수의 수질 분석을 하겠다며 물을 떠 갔지만, 물고기 폐사체는 버렸습니다. 반면 강원대 연구팀은 폐사체 분석도 실시했습니다.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폐사체도 채취해 여기에서 나온 물질과 물속에 있는 물질을 비교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춘천시는 농공단지로부터 독성물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했습니다. 업체에 대한 수질 검사는 사고가 난 지 2주가 지난 뒤 실시했고, 그마저도 자체 정화시설이 설치된 4곳에 대해서만 검사했습니다. 사고 원인의 여러 가능성을 애당초 닫아버리면서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놓쳐버린 겁니다.

지난 3일,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일어난 하천에서 인부들이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수거된 폐사체는 모두 폐기처분됐다.지난 3일,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일어난 하천에서 인부들이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수거된 폐사체는 모두 폐기처분됐다.

■ 원주지방환경청, '경고성'공문…대응 체계 정비 나서

이번 사태는 보고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질오염 의심 사고가 나면 지자체는 강원도나 원주지방환경청에 보고해야 합니다. 원인 분석이나 후속 대응을 할 때 공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춘천시가 원주지방환경청에 보고를 한 건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강원도에는 아예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박장완 춘천시 환경정책과장은 보고가 늦었던 이유에 대해 "사고 당시 춘천시 인력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공문을 통해 유사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보고를 요청하고, 비상연락망과 방제장비 보유현황 등 정비도 요구했다.원주지방환경청은 공문을 통해 유사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보고를 요청하고, 비상연락망과 방제장비 보유현황 등 정비도 요구했다.

관할 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은 뒤늦게 이번 춘천시 사례를 들어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관련 기관 30여 곳에 경고성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에는 '사고내용이 신속히 보고되지 않아 수질 오염사고 대응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언급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보고 체계부터 비상연락망, 방제장비 현황까지 일제 정비를 요구했습니다.

김효영 원주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은 "수질 오염 업무를 좀 이렇게 미흡하게 처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환경공단 전문가를 모시고, 시군 방제 담당자들 불러서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부도 수질 오염사고 발생 시 연구진이 직접 현장에 출동하는 방안과 유출 금지 독성물질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천의 규모에 상관없이, 지자체와 환경 부처가 함께 초동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지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전문가들은 하천의 규모에 상관없이, 지자체와 환경 부처가 함께 초동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지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경고만 하면 끝?

그런데 원주지방환경청의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경고'에 그치고 있습니다. 어느 한 기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체계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권용범 춘천물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사태는 시스템상의 구멍을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천 규모나 보고 순서를 따질 게 아니라, 하천 오염 사고가 생겼을 때 어떻게 같이 초기부터 대응할지에 대한 체계를 만들어야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환경청, ‘늑장 대응’ 춘천시에 경고…“대응체계 정비할 것”
    • 입력 2022-06-29 08:00:20
    취재K
<strong>KBS는 이달 초 강원도 춘천 도심 하천에서 일어난 물고기 떼죽음을 취재했습니다. 6차례에 걸쳐 해당 유해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연속 보도를 했습니다. 특히 물고기 떼죽음 직후 춘천시 당국이 부실 조사와 늑장 대응으로 사태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발했습니다. 취재 결과 춘천시는 관련 내용을 원주지방환경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관련 기관에 경고성 공문을 보내는 한편, 대응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strong><br />

지난 3일 강원도 춘천 도심 하천에서 폐사한 물고기들. 배수 펌프 고장으로 오·폐수가 유입돼 폐사했다.
■ 폐사 물고기 폐기처분…"검사 시작부터 문제"

대낮 도심 하천 바닥을 가득 메운 죽은 물고기 수천 마리. 사고는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천 인근에 설치돼 있던 배수펌프가 고장나면서, 오·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돼 집단 폐사가 일어난 겁니다.

물고기 집단 폐수의 원인에 대해 춘천시는 '생활 오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강원대 연구팀은 '독극물 유입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두 기관의 상반된 결과는 현장 대응 체계부터 달랐기 때문입니다. 춘천시는 현장에 도착한 뒤, 하천수의 수질 분석을 하겠다며 물을 떠 갔지만, 물고기 폐사체는 버렸습니다. 반면 강원대 연구팀은 폐사체 분석도 실시했습니다.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폐사체도 채취해 여기에서 나온 물질과 물속에 있는 물질을 비교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춘천시는 농공단지로부터 독성물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했습니다. 업체에 대한 수질 검사는 사고가 난 지 2주가 지난 뒤 실시했고, 그마저도 자체 정화시설이 설치된 4곳에 대해서만 검사했습니다. 사고 원인의 여러 가능성을 애당초 닫아버리면서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놓쳐버린 겁니다.

지난 3일,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일어난 하천에서 인부들이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수거된 폐사체는 모두 폐기처분됐다.
■ 원주지방환경청, '경고성'공문…대응 체계 정비 나서

이번 사태는 보고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질오염 의심 사고가 나면 지자체는 강원도나 원주지방환경청에 보고해야 합니다. 원인 분석이나 후속 대응을 할 때 공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춘천시가 원주지방환경청에 보고를 한 건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강원도에는 아예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박장완 춘천시 환경정책과장은 보고가 늦었던 이유에 대해 "사고 당시 춘천시 인력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공문을 통해 유사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보고를 요청하고, 비상연락망과 방제장비 보유현황 등 정비도 요구했다.
관할 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은 뒤늦게 이번 춘천시 사례를 들어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관련 기관 30여 곳에 경고성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에는 '사고내용이 신속히 보고되지 않아 수질 오염사고 대응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언급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보고 체계부터 비상연락망, 방제장비 현황까지 일제 정비를 요구했습니다.

김효영 원주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은 "수질 오염 업무를 좀 이렇게 미흡하게 처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환경공단 전문가를 모시고, 시군 방제 담당자들 불러서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부도 수질 오염사고 발생 시 연구진이 직접 현장에 출동하는 방안과 유출 금지 독성물질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천의 규모에 상관없이, 지자체와 환경 부처가 함께 초동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지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경고만 하면 끝?

그런데 원주지방환경청의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경고'에 그치고 있습니다. 어느 한 기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체계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권용범 춘천물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사태는 시스템상의 구멍을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천 규모나 보고 순서를 따질 게 아니라, 하천 오염 사고가 생겼을 때 어떻게 같이 초기부터 대응할지에 대한 체계를 만들어야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