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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가 ‘두 줄’ 신고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입력 2022.06.29 (15:15) 취재K

■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첫 신고 대상 된 한덕수 국무총리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지난달 19일 시행됐다.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5월 19일 이후 새로 임용되는 고위공직자들은 최근 3년간 민간 부문에서 업무 활동을 한 내역을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내각 구성원 가운데 법 적용을 받은 첫 사례는 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이다. 1기 내각 상당수가 법 시행일 전에 취임해 신고 대상이 아니지만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 일정이 지연돼 법 시행 나흘 뒤인 지난 5월 23일에 취임했다.

한 총리는 민간 부분 업무 활동 내역 제출 시한인 지난 20일 이전에 관련 내용을 정리해 제출했다고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밝혔다.

한덕수 총리 신고 내역에는 김앤장 활동 내역 '두 줄'뿐

KBS 취재진은 국무조정실에 한덕수 총리의 민간 부문 활동 신고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국무조정실은 답변 기한을 1차례 연장한 뒤 마감일인 어제(28일) 자료를 공개했다.

한 총리의 내역서는 A4 1장. 인사청문회 때 논란이 됐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당시의 활동 내용은 단 두 줄로 설명됐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시 주요 업무내용>
·국제 통상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주요국 경제변화에 따른 국내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이 두 줄로는 한 총리가 김앤장 고문 시절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고, 어떤 업무를 할 때 이해충돌이 될지 알 수가 없다.

한 총리는 2018년부터 재경회 대표이사, 서울국제포럼 영산외교인상위원회 위원장, 서울국제포럼 이사, 에쓰오일 이사 등도 맡았는데 이와 관련한 업무 내용도 모두 한 줄씩으로 갈음됐다. '법인 대표 역임, 수상자 선정 심의, 이사회 참석 및 상정안건 검토·분석 등'으로 해당 직책의 사전적 정의에 가까웠다.

인사청문회 당시 답변보다도 부실한 신고

한 총리가 제출한 내역서는 지난 4월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 제출했던 '김앤장 주요 활동사항' 보다 더 간결했다.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7장짜리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는데, 김앤장 고문 시절 4건의 활동을 공개했다. 해외 기업의 국내유치를 지원한 ①2019년 홍콩 라운드 테이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왔다는 ②2019년 11월 베트남 총리 기업간담회, 기업활동을 지원한 ③2019년 6월 한-베트남 금융 투자 협력 간담회, ④2021년 12월 베트남 국회의장 공식 방한 기업인 간담회 등이다.

한덕수 총리는 2차례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했는데, 한 총리가 받은 고문료는 52개월 동안 약 20억 원. 월평균 3,802만 원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청문위원들은 한 총리가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고액의 고문료를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공직에서 얻은 정보, 공직 재직 당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기업에 도움을 준 게 아니냐는 의심에서였다.

하지만 한 총리 측이 공개한 활동내용 4건은 20억 원에 달하는 고문료를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이번에 제출한 신고 내역은 그보다도 더욱 부족한 것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에 따라 소속기관장은 제출받은 업무 활동 내역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고위공직자에게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신고자가 소속기관장인 경우는 해당 부처 이해충돌방지 담당관에게 보완 요청 권한이 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한 총리 제출 내용에 대해 보완 요청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 한 총리 '두 줄' 신고…고위공직자 신고 기준 되나?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공개한 자료에 대해 "한 총리가 신고한 내역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서에는 한 총리가 서명도 했다.

한덕수 총리 민간부문 업무 활동 내역서(출처:국무조정실)한덕수 총리 민간부문 업무 활동 내역서(출처:국무조정실)

한 총리는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른 고문 활동 내역 제출과 관련해 지난 21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률에서 정한 게 언론이 보기에 충분한지는 논란 지점이 될 수 있겠지만, 법률에 따라서 다 (제출)했다"며 "과거에 일했던 건 분명하고, 그것에 의해서 이해가 충돌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과거에 그런 (이해충돌) 일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고위공직자의 최근 3년간 민간 부문 업무 활동 내역을 제출하도록 한 것은 공직 업무를 수행할 때 이해충돌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한 총리가 제출한 두 줄짜리 '약식 내역'은 행정부를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이해충돌방지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윤석열 내각에서 처음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적용을 받은 한 총리의 신고 내역이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게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총리도 '두 줄'만 적었는데 다른 공직자들이라고 해서 구체적으로 제출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응이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한 총리의 '두 줄' 신고와 관련해 특정 사례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 한덕수 총리가 ‘두 줄’ 신고를 하면 안 되는 이유
    • 입력 2022-06-29 15:15:51
    취재K

■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첫 신고 대상 된 한덕수 국무총리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지난달 19일 시행됐다.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5월 19일 이후 새로 임용되는 고위공직자들은 최근 3년간 민간 부문에서 업무 활동을 한 내역을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내각 구성원 가운데 법 적용을 받은 첫 사례는 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이다. 1기 내각 상당수가 법 시행일 전에 취임해 신고 대상이 아니지만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 일정이 지연돼 법 시행 나흘 뒤인 지난 5월 23일에 취임했다.

한 총리는 민간 부분 업무 활동 내역 제출 시한인 지난 20일 이전에 관련 내용을 정리해 제출했다고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밝혔다.

한덕수 총리 신고 내역에는 김앤장 활동 내역 '두 줄'뿐

KBS 취재진은 국무조정실에 한덕수 총리의 민간 부문 활동 신고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국무조정실은 답변 기한을 1차례 연장한 뒤 마감일인 어제(28일) 자료를 공개했다.

한 총리의 내역서는 A4 1장. 인사청문회 때 논란이 됐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당시의 활동 내용은 단 두 줄로 설명됐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시 주요 업무내용>
·국제 통상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주요국 경제변화에 따른 국내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이 두 줄로는 한 총리가 김앤장 고문 시절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고, 어떤 업무를 할 때 이해충돌이 될지 알 수가 없다.

한 총리는 2018년부터 재경회 대표이사, 서울국제포럼 영산외교인상위원회 위원장, 서울국제포럼 이사, 에쓰오일 이사 등도 맡았는데 이와 관련한 업무 내용도 모두 한 줄씩으로 갈음됐다. '법인 대표 역임, 수상자 선정 심의, 이사회 참석 및 상정안건 검토·분석 등'으로 해당 직책의 사전적 정의에 가까웠다.

인사청문회 당시 답변보다도 부실한 신고

한 총리가 제출한 내역서는 지난 4월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 제출했던 '김앤장 주요 활동사항' 보다 더 간결했다.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7장짜리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는데, 김앤장 고문 시절 4건의 활동을 공개했다. 해외 기업의 국내유치를 지원한 ①2019년 홍콩 라운드 테이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왔다는 ②2019년 11월 베트남 총리 기업간담회, 기업활동을 지원한 ③2019년 6월 한-베트남 금융 투자 협력 간담회, ④2021년 12월 베트남 국회의장 공식 방한 기업인 간담회 등이다.

한덕수 총리는 2차례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했는데, 한 총리가 받은 고문료는 52개월 동안 약 20억 원. 월평균 3,802만 원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청문위원들은 한 총리가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고액의 고문료를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공직에서 얻은 정보, 공직 재직 당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기업에 도움을 준 게 아니냐는 의심에서였다.

하지만 한 총리 측이 공개한 활동내용 4건은 20억 원에 달하는 고문료를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이번에 제출한 신고 내역은 그보다도 더욱 부족한 것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에 따라 소속기관장은 제출받은 업무 활동 내역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고위공직자에게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신고자가 소속기관장인 경우는 해당 부처 이해충돌방지 담당관에게 보완 요청 권한이 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한 총리 제출 내용에 대해 보완 요청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 한 총리 '두 줄' 신고…고위공직자 신고 기준 되나?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공개한 자료에 대해 "한 총리가 신고한 내역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서에는 한 총리가 서명도 했다.

한덕수 총리 민간부문 업무 활동 내역서(출처:국무조정실)한덕수 총리 민간부문 업무 활동 내역서(출처:국무조정실)

한 총리는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른 고문 활동 내역 제출과 관련해 지난 21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률에서 정한 게 언론이 보기에 충분한지는 논란 지점이 될 수 있겠지만, 법률에 따라서 다 (제출)했다"며 "과거에 일했던 건 분명하고, 그것에 의해서 이해가 충돌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과거에 그런 (이해충돌) 일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고위공직자의 최근 3년간 민간 부문 업무 활동 내역을 제출하도록 한 것은 공직 업무를 수행할 때 이해충돌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한 총리가 제출한 두 줄짜리 '약식 내역'은 행정부를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이해충돌방지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윤석열 내각에서 처음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적용을 받은 한 총리의 신고 내역이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게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총리도 '두 줄'만 적었는데 다른 공직자들이라고 해서 구체적으로 제출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응이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한 총리의 '두 줄' 신고와 관련해 특정 사례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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