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늪’에 빠진 서울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해법?

입력 2022.06.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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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분들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2년간, 매년 5월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내 대중교통 승객은 900만 명대로 급감했었는데요.

지난달에는 1,029만 명으로 상승 전환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85%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등 일상회복과 최근 고유가 때문에 대중 교통이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 7년째 동결 대중교통 요금, 원가보전율은 60% ↓

'시민의 발' 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교통 요금은 현재 지하철 1,250원, 버스 1,200원입니다. 2015년 이후로 7년째 오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지하철·버스 요금이 적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비싸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여러분은 실제 비용보다 훨씬 싼 값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2020년 기준 지하철과 버스의 원가보전율은 각각 57.6%, 59.9%입니다. 운송 원가를 1,000원이라고 치면, 지하철은 576원, 버스는 599원만 내고 타고 있는 셈입니다.

■ 적자 '눈덩이'… 밑 빠진 독에 '세금' 붓기

그럼 부족한 돈은 어디서 채워질까요? 바로 여러분이 낸 세금입니다. 적자난이 심각해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지원 예산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가 버스업계에 4천5백억 원 넘게 지원했습니다.

서울시가 올해는 버스 업계 재정 지원 규모를 3,838억 원으로 배정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1,000억 원 더 늘렸습니다.

이마저도 충분치 못해 시내버스 조합은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서울시가 대출원금과 이자 비용을 갚고 있는데요.

지난해 대출원금은 8,000억 원에 달하고, 한해 이자만 236억 원에 이릅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울시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하철은 더 심각합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손실은 9,644억 원입니다. 누적 적자는 17조 원에 달합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교통공사에 보조금으로 1,000억 원을 지원했고, 출자금 형식으로 951억 원을 줬습니다. 또 국고 보조금으로 379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 역명에 이어 정류소 이름도 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16년부터 부대사업으로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33개 역이름을 팔아 118억 원의 이익을 거뒀는데, 최근 42개 역이름을 추가로 팔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적자난 해소에는 '새 발의 피' 수준입니다.


서울시도 가세했습니다. 버스정류소 이름을 민간에 팔기로 한건데요. 올 하반기 정류소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 "65살 이상 무임승차, 정부가 보전해야"

전문가들은 7년째 동결 중인 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다만, 논의에 앞서 현재 지하철에서 시행 중인 65살 이상 등에 대한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중앙 정부가 보전한 뒤, 정확한 운송 원가를 따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무임승차로 발생한 서울교통공사의 손실금은 2,784억 원. 매년 2~3천억 원의 손실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떠안고 있는데,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유정훈/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2단계로 가야 합니다. 일단 첫 번째는 무임수송 등 각종 그런 할인 혜택에 대해서 원인 제공자인 중앙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됩니다. 일단 그게 먼저 돼야 하고요. 그렇게 되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원가와 요금과의 격차가 생기는 거죠. 그랬을 때 그 격차를 지금처럼 그냥 우리가 낸 세금으로 메우자고 할 수 있는 거고요. 아니다, 이 세금도 다 쓸 때가 있는데 우리가 요금을 올려서라도 이 세금을 좀 줄이자. 이렇게 공론화가 될 수 있거든요.

서울시도 10년 넘게 정부에 무임승차 국고 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편성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속에 관련법 개정안은 번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등은 현재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지하철 운영은 지자체 책임'이란 기조에 변함이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손실을 메워주는 버스 준공영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운송원가만큼 요금을 현실화하는 대신 서울시가 인상분을 승객에게 보전해주는 게,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예산 집행과 교통기본권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대중교통 요금 조정을 정례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대중교통 요금 수준은 조례에 따라 지자체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요금 인상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제3의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어, 매년 대중교통 요금 수준을 논의하는게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 서민들의 빠듯해진 지갑 사정을 고려할 때 당분간 요금 인상은 고려하기 어렵다는게 서울시와 교통공사의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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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늪’에 빠진 서울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해법?
    • 입력 2022-06-30 07:00:15
    취재K

최근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분들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2년간, 매년 5월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내 대중교통 승객은 900만 명대로 급감했었는데요.

지난달에는 1,029만 명으로 상승 전환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85%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등 일상회복과 최근 고유가 때문에 대중 교통이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 7년째 동결 대중교통 요금, 원가보전율은 60% ↓

'시민의 발' 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교통 요금은 현재 지하철 1,250원, 버스 1,200원입니다. 2015년 이후로 7년째 오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지하철·버스 요금이 적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비싸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여러분은 실제 비용보다 훨씬 싼 값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2020년 기준 지하철과 버스의 원가보전율은 각각 57.6%, 59.9%입니다. 운송 원가를 1,000원이라고 치면, 지하철은 576원, 버스는 599원만 내고 타고 있는 셈입니다.

■ 적자 '눈덩이'… 밑 빠진 독에 '세금' 붓기

그럼 부족한 돈은 어디서 채워질까요? 바로 여러분이 낸 세금입니다. 적자난이 심각해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지원 예산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가 버스업계에 4천5백억 원 넘게 지원했습니다.

서울시가 올해는 버스 업계 재정 지원 규모를 3,838억 원으로 배정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1,000억 원 더 늘렸습니다.

이마저도 충분치 못해 시내버스 조합은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서울시가 대출원금과 이자 비용을 갚고 있는데요.

지난해 대출원금은 8,000억 원에 달하고, 한해 이자만 236억 원에 이릅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울시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하철은 더 심각합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손실은 9,644억 원입니다. 누적 적자는 17조 원에 달합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교통공사에 보조금으로 1,000억 원을 지원했고, 출자금 형식으로 951억 원을 줬습니다. 또 국고 보조금으로 379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 역명에 이어 정류소 이름도 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16년부터 부대사업으로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33개 역이름을 팔아 118억 원의 이익을 거뒀는데, 최근 42개 역이름을 추가로 팔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적자난 해소에는 '새 발의 피' 수준입니다.


서울시도 가세했습니다. 버스정류소 이름을 민간에 팔기로 한건데요. 올 하반기 정류소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 "65살 이상 무임승차, 정부가 보전해야"

전문가들은 7년째 동결 중인 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다만, 논의에 앞서 현재 지하철에서 시행 중인 65살 이상 등에 대한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중앙 정부가 보전한 뒤, 정확한 운송 원가를 따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무임승차로 발생한 서울교통공사의 손실금은 2,784억 원. 매년 2~3천억 원의 손실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떠안고 있는데,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유정훈/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2단계로 가야 합니다. 일단 첫 번째는 무임수송 등 각종 그런 할인 혜택에 대해서 원인 제공자인 중앙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됩니다. 일단 그게 먼저 돼야 하고요. 그렇게 되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원가와 요금과의 격차가 생기는 거죠. 그랬을 때 그 격차를 지금처럼 그냥 우리가 낸 세금으로 메우자고 할 수 있는 거고요. 아니다, 이 세금도 다 쓸 때가 있는데 우리가 요금을 올려서라도 이 세금을 좀 줄이자. 이렇게 공론화가 될 수 있거든요.

서울시도 10년 넘게 정부에 무임승차 국고 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편성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속에 관련법 개정안은 번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등은 현재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지하철 운영은 지자체 책임'이란 기조에 변함이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손실을 메워주는 버스 준공영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운송원가만큼 요금을 현실화하는 대신 서울시가 인상분을 승객에게 보전해주는 게,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예산 집행과 교통기본권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대중교통 요금 조정을 정례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대중교통 요금 수준은 조례에 따라 지자체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요금 인상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제3의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어, 매년 대중교통 요금 수준을 논의하는게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 서민들의 빠듯해진 지갑 사정을 고려할 때 당분간 요금 인상은 고려하기 어렵다는게 서울시와 교통공사의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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