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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로 달라”…‘짬밥’의 진화
입력 2022.07.01 (07:00) 취재K

짬밥.

'군대에서 먹는 밥'이라는 뜻의 엄연한 표준어다. 먹고 남은 음식인 '잔반'에서 유래돼서인지 본 뜻보다 하찮게 여겨지는 인상이 있고, 발음도 된소리인 '짬빱'인 탓에 어감도 다소 경박하다.

하지만 마냥 그리 볼 수만은 없겠다. '짬밥'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오늘(7월 1일)부터 장병 한 명당 1일 기본급식비를 11,000원에서 13,000원으로 2,000원(18.2%) 올린다. 최근 도입한 선택형 급식체계 안정화와 식재료 물가 상승 등이 이유다. 지난달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1,125억 원을 확보한 데 따른 조치다.

■ 급증하는 장병 급식비

장병 1인당 기본급식비 증가세는 최근 가파르다. 6,000원을 넘어선 것은 10년 전인 2012년. 전년도인 2011년보다 3% 인상된 6,155원이었다. 이후 7,000원대에 올라서기까지 3년이 걸렸고, 8,000원을 넘는데 4년이 더 걸려 2019년 8,012원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두 차례 인상됐다. 전년도 8,493원에서 상반기에 8,790원이 됐고, 하반기에는 만 원까지 급증했다. '부실급식'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계획에 따르면 급식비는 2024년 15,000원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 '짬밥' 비용, 초등학생보다 적다?

이렇게 올라도 아직 부족하다는 시선은 여전하다. 학교 급식비 또는 직장 구내식당 값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1인당 학교 급식비 단가는 한 끼 당 초등학생이 5,256원, 중학생이 6,043원, 고등학생이 6,225원이다. 한 외식업체 분석에 따르면 직장인의 구내식당 점심 가격은 평균 5,571원이다. 반면 장병급식비는 이번 조치로 13,000원이 된다 해도 한 끼 당 4,333원이다. 금액만 비교하면 아직도 많이 낮은 셈이다.


국방부는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해명해왔다. 초·중등학교 급식비와 민간에서의 단체 급식비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전기세, 수도세 등 운영비와 이윤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라는 것이다. 반면 장병 급식비는 순수 식재료비이기 때문에 둘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학교급식비 단가 가운데 식품비는 60~7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난해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방부는 이 같은 '변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 대신 국회와 언론 등에서 학교 급식비보다 장병 급식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 뜨는 메뉴·지는 메뉴는?

'짬밥' 비용을 올리는 이유는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장병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매년 새로 도입되는 품목들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2016년에 광어와 팝콘형 치킨, 탕수육이 등장했고, 2017년 쌀국수 비빔면, 2018년에는 꽃게와 미더덕, 한라봉과 거봉포도가 채택됐다. 2019년 깐쇼새우, 낙지젓, 갑오징어, 2020년 꼬막과 바다장어, 소양념갈비찜에 인기 과일인 샤인 머스캣까지 급식판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닭강정, 햄버거 스테이크, 돼지 갈비찜, 갈비 등의 가공식품과 연어, 숭어, 아귀, 샐러리 등의 농・수산물이 신규 도입됐다.

반면 인기를 잃어가는 것들도 있다. 장병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 명태는 2017년 80g씩 1년에 24번씩 배식 되다 70g씩 18번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5번으로 감소했다. 고등어의 경우 2016년 1년에 24번에서 36번까지 늘렸다가 장병들의 '변심' 탓에 2020년 다시 24번으로 감소했다.

김치도 인기가 시들하지만 대신 품목 다양화로 '필수 반찬'으로서의 명예 회복을 노리는 중이다. 일반 김치는 과도한 배식 탓에 잔반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2017년 한 끼에 70~85g에서 이듬해 50~60g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2019년 45~55g까지 감소했다. 대신 파김치나 갓김치, 백김치, 오이소박이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 공급이 연 15회에서 60회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김치만두라는 형태로 '변신'해 급식판에 오르기도 했다.

■ '흰 우유'와 '군대리아'의 부침

'급식의 상징'인 흰 우유의 변화는 가장 극적이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장병 등이 많다는 이유로 2017년 1년에 무려 456번씩 지급되다 2018년 437회, 2021년 393회, 올해 313회로 점차 줄었다. 2019년에는 강력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등 가공 우유들이 소량(월 2회)이나마 새로 도입됐고, 단호박 우유카레 등 우유를 활용한 메뉴 보급도 모색됐다.


2021년에는 두유가 정규 급식 품목으로 들어오면서 설 자리는 더 줄었고, 심지어 '락토프리' 우유가 시범 공급되기 시작했다. 락토프리 우유는 유당을 미리 분해한 것으로, 소화 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마실 경우 배가 아픈 병사들을 위한 것이었다. 흰 우유 공급 물량의 5% 수준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명맥을 이어왔던 '흰 우유'의 시대는 이제 곧 저물게 된다. 내년 235회까지 공급이 축소된 뒤 2024년 아예 의무 공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20년 실시된 장병들의 우유별 선호도 조사에서 흰 우유가 '꼴찌'를 기록한 것이 결정타였다. 5점 만점에 바나나우유가 4.44점으로 가장 높았고 초코우유 4.40점, 딸기우유 4.38점 순이었다. 흰 우유는 3.75점에 불과했다.

군대에서 주는 햄버거, 이른바 '군대리아', 국방부 공식 명칭으로는 '빵식'의 변신도 눈에 띈다. 빵의 지름이 9㎝로 시중보다 작고 안에 들어가는 고기, 즉 패티도 45g으로 부실하다는 불만이 쇄도하자 2015년 햄버거빵 지름을 12㎝로 늘리고 불고기와 새우 패티 무게도 80g으로 늘렸다. 또 시리얼, 감자튀김도 빵식을 월 6회 공급할 때마다 매번 같이 주기로 했다.

2017년에는 새우 패티에 새우 함량이 낮다는 지적이 일자 순살 새우 함량을 40%까지 증가시켰고, 새우살이 보이고 씹힐 수 있도록 가공방법을 개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빵식'은 지난해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월 6회 가운데 한 번은 시중의 햄버거 세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대리아'가 바나나 우유를 만나 몰락한 흰 우유의 전철을 밟을지 지켜볼 일이다.

■ 먹이기(feeding)에서 식사(dining)로

닭고기 없는 닭볶음탕, 1인분 고기가 35g뿐인 제육볶음, 소고기 없이 당면만 있는 잡채….

지난해 불거졌던 군대 급식에 대한 다양한 폭로들이다. 이른바 'MZ' 세대 장병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품목의 개발뿐 아니라 기존 메뉴의 내실화도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해 군은 그동안 같은 품목이라도 여러 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을 시켰고, 아침과 점심을 통합한 이른바 '브런치'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식사도 확대해 왔다.

지난해에는 관행화된 공급방식을 개선하고 수의 계약을 축소, 폐지하는 등 조달체계를 개편하고, 조리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등의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기본 급식비를 13,000원까지 인상하고 나선 것도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이유가 크지만 결국 같은 맥락이다.

과거 군에서의 급식이 일종의 '짬밥' 먹이기(feeding)였다면 이제는 어엿한 식사(dining)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누구나 먹어야 산다. 밥상 앞에 귀천이 있을 수 없다.

(그래픽 : 이지호, 권세라)
  • “바나나 우유로 달라”…‘짬밥’의 진화
    • 입력 2022-07-01 07:00:23
    취재K

짬밥.

'군대에서 먹는 밥'이라는 뜻의 엄연한 표준어다. 먹고 남은 음식인 '잔반'에서 유래돼서인지 본 뜻보다 하찮게 여겨지는 인상이 있고, 발음도 된소리인 '짬빱'인 탓에 어감도 다소 경박하다.

하지만 마냥 그리 볼 수만은 없겠다. '짬밥'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오늘(7월 1일)부터 장병 한 명당 1일 기본급식비를 11,000원에서 13,000원으로 2,000원(18.2%) 올린다. 최근 도입한 선택형 급식체계 안정화와 식재료 물가 상승 등이 이유다. 지난달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1,125억 원을 확보한 데 따른 조치다.

■ 급증하는 장병 급식비

장병 1인당 기본급식비 증가세는 최근 가파르다. 6,000원을 넘어선 것은 10년 전인 2012년. 전년도인 2011년보다 3% 인상된 6,155원이었다. 이후 7,000원대에 올라서기까지 3년이 걸렸고, 8,000원을 넘는데 4년이 더 걸려 2019년 8,012원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두 차례 인상됐다. 전년도 8,493원에서 상반기에 8,790원이 됐고, 하반기에는 만 원까지 급증했다. '부실급식'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계획에 따르면 급식비는 2024년 15,000원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 '짬밥' 비용, 초등학생보다 적다?

이렇게 올라도 아직 부족하다는 시선은 여전하다. 학교 급식비 또는 직장 구내식당 값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1인당 학교 급식비 단가는 한 끼 당 초등학생이 5,256원, 중학생이 6,043원, 고등학생이 6,225원이다. 한 외식업체 분석에 따르면 직장인의 구내식당 점심 가격은 평균 5,571원이다. 반면 장병급식비는 이번 조치로 13,000원이 된다 해도 한 끼 당 4,333원이다. 금액만 비교하면 아직도 많이 낮은 셈이다.


국방부는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해명해왔다. 초·중등학교 급식비와 민간에서의 단체 급식비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전기세, 수도세 등 운영비와 이윤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라는 것이다. 반면 장병 급식비는 순수 식재료비이기 때문에 둘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학교급식비 단가 가운데 식품비는 60~7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난해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방부는 이 같은 '변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 대신 국회와 언론 등에서 학교 급식비보다 장병 급식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 뜨는 메뉴·지는 메뉴는?

'짬밥' 비용을 올리는 이유는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장병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매년 새로 도입되는 품목들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2016년에 광어와 팝콘형 치킨, 탕수육이 등장했고, 2017년 쌀국수 비빔면, 2018년에는 꽃게와 미더덕, 한라봉과 거봉포도가 채택됐다. 2019년 깐쇼새우, 낙지젓, 갑오징어, 2020년 꼬막과 바다장어, 소양념갈비찜에 인기 과일인 샤인 머스캣까지 급식판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닭강정, 햄버거 스테이크, 돼지 갈비찜, 갈비 등의 가공식품과 연어, 숭어, 아귀, 샐러리 등의 농・수산물이 신규 도입됐다.

반면 인기를 잃어가는 것들도 있다. 장병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 명태는 2017년 80g씩 1년에 24번씩 배식 되다 70g씩 18번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5번으로 감소했다. 고등어의 경우 2016년 1년에 24번에서 36번까지 늘렸다가 장병들의 '변심' 탓에 2020년 다시 24번으로 감소했다.

김치도 인기가 시들하지만 대신 품목 다양화로 '필수 반찬'으로서의 명예 회복을 노리는 중이다. 일반 김치는 과도한 배식 탓에 잔반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2017년 한 끼에 70~85g에서 이듬해 50~60g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2019년 45~55g까지 감소했다. 대신 파김치나 갓김치, 백김치, 오이소박이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 공급이 연 15회에서 60회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김치만두라는 형태로 '변신'해 급식판에 오르기도 했다.

■ '흰 우유'와 '군대리아'의 부침

'급식의 상징'인 흰 우유의 변화는 가장 극적이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장병 등이 많다는 이유로 2017년 1년에 무려 456번씩 지급되다 2018년 437회, 2021년 393회, 올해 313회로 점차 줄었다. 2019년에는 강력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등 가공 우유들이 소량(월 2회)이나마 새로 도입됐고, 단호박 우유카레 등 우유를 활용한 메뉴 보급도 모색됐다.


2021년에는 두유가 정규 급식 품목으로 들어오면서 설 자리는 더 줄었고, 심지어 '락토프리' 우유가 시범 공급되기 시작했다. 락토프리 우유는 유당을 미리 분해한 것으로, 소화 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마실 경우 배가 아픈 병사들을 위한 것이었다. 흰 우유 공급 물량의 5% 수준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명맥을 이어왔던 '흰 우유'의 시대는 이제 곧 저물게 된다. 내년 235회까지 공급이 축소된 뒤 2024년 아예 의무 공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20년 실시된 장병들의 우유별 선호도 조사에서 흰 우유가 '꼴찌'를 기록한 것이 결정타였다. 5점 만점에 바나나우유가 4.44점으로 가장 높았고 초코우유 4.40점, 딸기우유 4.38점 순이었다. 흰 우유는 3.75점에 불과했다.

군대에서 주는 햄버거, 이른바 '군대리아', 국방부 공식 명칭으로는 '빵식'의 변신도 눈에 띈다. 빵의 지름이 9㎝로 시중보다 작고 안에 들어가는 고기, 즉 패티도 45g으로 부실하다는 불만이 쇄도하자 2015년 햄버거빵 지름을 12㎝로 늘리고 불고기와 새우 패티 무게도 80g으로 늘렸다. 또 시리얼, 감자튀김도 빵식을 월 6회 공급할 때마다 매번 같이 주기로 했다.

2017년에는 새우 패티에 새우 함량이 낮다는 지적이 일자 순살 새우 함량을 40%까지 증가시켰고, 새우살이 보이고 씹힐 수 있도록 가공방법을 개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빵식'은 지난해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월 6회 가운데 한 번은 시중의 햄버거 세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대리아'가 바나나 우유를 만나 몰락한 흰 우유의 전철을 밟을지 지켜볼 일이다.

■ 먹이기(feeding)에서 식사(dining)로

닭고기 없는 닭볶음탕, 1인분 고기가 35g뿐인 제육볶음, 소고기 없이 당면만 있는 잡채….

지난해 불거졌던 군대 급식에 대한 다양한 폭로들이다. 이른바 'MZ' 세대 장병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품목의 개발뿐 아니라 기존 메뉴의 내실화도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해 군은 그동안 같은 품목이라도 여러 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을 시켰고, 아침과 점심을 통합한 이른바 '브런치'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식사도 확대해 왔다.

지난해에는 관행화된 공급방식을 개선하고 수의 계약을 축소, 폐지하는 등 조달체계를 개편하고, 조리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등의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기본 급식비를 13,000원까지 인상하고 나선 것도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이유가 크지만 결국 같은 맥락이다.

과거 군에서의 급식이 일종의 '짬밥' 먹이기(feeding)였다면 이제는 어엿한 식사(dining)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누구나 먹어야 산다. 밥상 앞에 귀천이 있을 수 없다.

(그래픽 : 이지호,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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