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절경 달리는 하나사키선…저무는 철도대국

입력 2022.07.02 (22:18) 수정 2022.07.04 (14: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일본은 철도대국이라고 할 만큼 국토 구석구석까지 철도가 뻗어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인구 감소에 고령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오래된 철도 노선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백 년 넘게 지역민의 발이 돼 온 북부 홋카이도 지역 열차의 사례를 통해 일본 재래선 철도의 위기를 지종익 특파원이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홋카이도 동쪽의 항구도시 구시로.

해무가 자주 끼는 서늘한 여름과, 세계적인 습지로 유명합니다.

아담한 크기의 은빛 열차가 구시로역에 들어옵니다.

한 량짜리 열차. 1인 운전에 승객 정원은 50명 정돕니다.

오랜 기간 주민들의 발이 돼 온 이 지역의 오래된 열차인데요.

열차가 달리는 구간은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취재진도 이곳에서 탑승해 종착역까지 가보겠습니다.

홋카이도 동쪽을 횡단하는 하나사키 노선입니다.

도심을 흐르는 강을 건너고, 주택가를 빠져나가 숲길을 달립니다.

철길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녹색의 향연.

열차가 바닷가를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드넓은 습지 사이로 들어옵니다.

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들.

도로 위에선 맛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입니다.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질 떄면 열차는 속도를 줄이고, 승객들은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태평양과 마주한 오치이시 해안.

열차는 해안절벽 위를 달리며 또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홋카이도 동쪽 재래선 열차의 여정은 일본의 최동단 무인역과 유인역을 차례대로 거치며 끝이 납니다.

[에토리 미에코 : "바다가 보이더니 습지가 보이고, 볼만한 곳이 정말 많아서 매우 좋았습니다."]

[에토리 히로시 : "디젤로 움직이는 열차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소리와 진동이 좋습니다."]

관광객들의 인기를 꾸준히 누려온 하나사키선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역 인구는 자꾸만 줄어드는데, 자동차 이용은 늘고... 열차 승객은 더 이상 줄 곳도 없습니다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는 학생들과 고령의 노인 승객들이 일부 있지만, 관광객마저 없는 날이면 빈 열차만 달리는 날이 허다합니다.

노선의 적자폭이 계속 커지자 JR홋카이도는 2016년 하나사키선의 단독 경영이 어렵다고 발표하고, 개혁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JR홋카이도의 모든 구간이 적자를 내자, 기차역 100여 곳을 없앴습니다.

또 홋카이도 후라노시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연간 11억 엔의 분담금을 거부해, 올해 초 80킬로미터 구간의 폐지가 결정됐습니다.

하나사키선의 무인역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열차의 애칭과 같은 이름의 하나사키역이 있던 자립니다.

역은 2016년에 없어졌는데 지금은 이렇게 약 100년 전에는 하루 평균 5백 명 이상이 이용했다는 기록만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역의 흔적들을 돌아보는 게 철도 마니아들의 새로운 여행 방식입니다

[아이소 마코토/철도애호가 : "최대한 모든 역에서 하차하면서 잘 눈에 띄지 않는 곳도 가보려고 합니다."]

1921년 개통해 101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발이 돼 온 하나사키선, 그 종착역이자 일본 최동단역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네무로시는 노선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세 차례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에서 2만 4천여 명이 3억 6천만 엔의 기부금을 보냈습니다.

러시아와 일본 간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와 가깝다는 점도 노선 유지를 주장하는 근거입니다.

하나사키선은 이곳 쿠릴열도 인접지역과 홋카이도 중심지역을 잇는 유일한 철도노선입니다.

그 존폐여부가 일본의 외교정책과도 무관치 않은 이윱니다.

지역 주민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하나사키선을 지키기 위한 모임을 결성한 스즈키 씨.

10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첫차와 마지막 차의 승객 수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스즈키 가즈오 : "조금이라도 홍보를 해서 이용객이 한두 명이라도 늘 수 있다면 노선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래선 열차의 위기는 일본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45개 노선 천백여km가 사라졌고, 코로나 이후 지역 철도 사업자들은 유지가 어려운 구간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모리모토 아키노리/일본도시계획학회 부회장 : "철도뿐만 아니라 빈집, 빈땅이 는다든지, 인구감소와 함께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방도시 중심부의 쇠퇴 같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철도대국 일본의 명성을 지탱해 온 재래선 열차들, 시대가 변하면서 그 노선들도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 네무로에서 지종익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홋카이도 절경 달리는 하나사키선…저무는 철도대국
    • 입력 2022-07-02 22:18:36
    • 수정2022-07-04 14:15:4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일본은 철도대국이라고 할 만큼 국토 구석구석까지 철도가 뻗어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인구 감소에 고령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오래된 철도 노선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백 년 넘게 지역민의 발이 돼 온 북부 홋카이도 지역 열차의 사례를 통해 일본 재래선 철도의 위기를 지종익 특파원이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홋카이도 동쪽의 항구도시 구시로.

해무가 자주 끼는 서늘한 여름과, 세계적인 습지로 유명합니다.

아담한 크기의 은빛 열차가 구시로역에 들어옵니다.

한 량짜리 열차. 1인 운전에 승객 정원은 50명 정돕니다.

오랜 기간 주민들의 발이 돼 온 이 지역의 오래된 열차인데요.

열차가 달리는 구간은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취재진도 이곳에서 탑승해 종착역까지 가보겠습니다.

홋카이도 동쪽을 횡단하는 하나사키 노선입니다.

도심을 흐르는 강을 건너고, 주택가를 빠져나가 숲길을 달립니다.

철길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녹색의 향연.

열차가 바닷가를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드넓은 습지 사이로 들어옵니다.

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들.

도로 위에선 맛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입니다.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질 떄면 열차는 속도를 줄이고, 승객들은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태평양과 마주한 오치이시 해안.

열차는 해안절벽 위를 달리며 또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홋카이도 동쪽 재래선 열차의 여정은 일본의 최동단 무인역과 유인역을 차례대로 거치며 끝이 납니다.

[에토리 미에코 : "바다가 보이더니 습지가 보이고, 볼만한 곳이 정말 많아서 매우 좋았습니다."]

[에토리 히로시 : "디젤로 움직이는 열차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소리와 진동이 좋습니다."]

관광객들의 인기를 꾸준히 누려온 하나사키선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역 인구는 자꾸만 줄어드는데, 자동차 이용은 늘고... 열차 승객은 더 이상 줄 곳도 없습니다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는 학생들과 고령의 노인 승객들이 일부 있지만, 관광객마저 없는 날이면 빈 열차만 달리는 날이 허다합니다.

노선의 적자폭이 계속 커지자 JR홋카이도는 2016년 하나사키선의 단독 경영이 어렵다고 발표하고, 개혁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JR홋카이도의 모든 구간이 적자를 내자, 기차역 100여 곳을 없앴습니다.

또 홋카이도 후라노시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연간 11억 엔의 분담금을 거부해, 올해 초 80킬로미터 구간의 폐지가 결정됐습니다.

하나사키선의 무인역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열차의 애칭과 같은 이름의 하나사키역이 있던 자립니다.

역은 2016년에 없어졌는데 지금은 이렇게 약 100년 전에는 하루 평균 5백 명 이상이 이용했다는 기록만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역의 흔적들을 돌아보는 게 철도 마니아들의 새로운 여행 방식입니다

[아이소 마코토/철도애호가 : "최대한 모든 역에서 하차하면서 잘 눈에 띄지 않는 곳도 가보려고 합니다."]

1921년 개통해 101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발이 돼 온 하나사키선, 그 종착역이자 일본 최동단역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네무로시는 노선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세 차례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에서 2만 4천여 명이 3억 6천만 엔의 기부금을 보냈습니다.

러시아와 일본 간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와 가깝다는 점도 노선 유지를 주장하는 근거입니다.

하나사키선은 이곳 쿠릴열도 인접지역과 홋카이도 중심지역을 잇는 유일한 철도노선입니다.

그 존폐여부가 일본의 외교정책과도 무관치 않은 이윱니다.

지역 주민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하나사키선을 지키기 위한 모임을 결성한 스즈키 씨.

10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첫차와 마지막 차의 승객 수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스즈키 가즈오 : "조금이라도 홍보를 해서 이용객이 한두 명이라도 늘 수 있다면 노선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래선 열차의 위기는 일본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45개 노선 천백여km가 사라졌고, 코로나 이후 지역 철도 사업자들은 유지가 어려운 구간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모리모토 아키노리/일본도시계획학회 부회장 : "철도뿐만 아니라 빈집, 빈땅이 는다든지, 인구감소와 함께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방도시 중심부의 쇠퇴 같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철도대국 일본의 명성을 지탱해 온 재래선 열차들, 시대가 변하면서 그 노선들도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 네무로에서 지종익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