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A매치 ‘0’…연습장 된 광주월드컵경기장

입력 2022.07.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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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8강전이 열렸던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모습2002년 월드컵 8강전이 열렸던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스페인 공격수 호아킨의 슛을 막아낸 이운재의 미소. 마지막 슛을 성공시키고 환하게 웃는 주장 홍명보. 2002년 월드컵 8강전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4강 진출을 확정 짓는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이었습니다.

4강 진출의 역사를 쓴 장소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었습니다. 이곳은 월드컵의 유산이자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주 경기장입니다. 그런데 4강 신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경기장에서는 지금 경기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선수들의 훈련 장소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월드컵 이후 '단 한 번'...18년째 A매치 없어

2002년 월드컵 이후 '4강 신화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월드컵경기장. 이곳에서 열린 마지막 국가대표 축구경기는 2004년 7월에 열린 한국과 바레인의 친선 경기였습니다. 당시 아시안컵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이었는데요. 하지만 이후 18년간 국가대표 축구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비수도권 월드컵경기장 7곳 가운데 광주가 가장 외면받았습니다.


국가대표 경기가 개최되려면 경기장은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국제 공항에서 2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시설이나 관중 동원력, 출입국의 편리함이 있는 수도권에서 국가대표 경기가 자주 열립니다.

광주월드컵경기장 역시 이 조건을 충족합니다. 관중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고, 2시간 이내 거리에 무안국제공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도권보다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각 지역에 있는 월드컵경기장도 국가대표 경기 개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축구협회의 의지가 있다면 국가대표 축구경기 개최는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 예산과 경기장 안전 탓...유치 추진 불발

아예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광주광역시축구협회는 지난해 월드컵 20주년을 앞두고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추진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 경기 유치 신청도 하고 관련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경기 개최는 무산됐습니다.

왜일까요? 광주광역시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광주광역시축구협회 이병권 사무국장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와 관련해서 대한축구협회에서도 긍정적인 답이 왔지만, 광주광역시에서 난색을 보였다"며, "지자체 유치신청비 3억 원 등 예산문제와 경기장 보수공사를 이유로 들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2018년, 광주월드컵경기장은 국토교통부의 정밀안전진단 종합안전평가에서 ‘B’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안전이 우선인 만큼 보수 공사를 끝내고 국가대표 경기 개최를 유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붕 보수 공사 중인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모습지붕 보수 공사 중인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모습

한편으로는 1,500억여 원을 투입하고도 국가대표 경기를 몇 번 치러보지 못한 월드컵경기장에 대한 관리에도 문제점도 있어 보입니다. 경기장에 대한 시설 개·보수가 제때 이뤄졌다면, 국가대표 경기를 유치 못 할 정도로 시설 노후화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경기장 관리를 맡은 광주광역시 체육회 관계자는 "지붕과 천장에 새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조망을 잡아주는 시설물이 오래된 것"이라며, "구조적 문제는 없고, 내년 초에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연습장이 된 경기장...누더기 잔디 교체는 언제쯤?

그렇다고 지금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축구 광주FC의 연습장과 육상선수들의 훈련 장소로 사용 중입니다. 경기는 안 열리고, 훈련장소로만 쓰인다고요? 광주월드컵경기장 대신 바로 옆 보조구장이 프로팀의 홈구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광주FC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4만 석 규모에다 육상트랙까지 있어서 축구를 관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 관중석을 짓고 2020년 홈구장을 옮긴 겁니다.

문제는 광주FC의 훈련 장소입니다. 축구 경기는 잔디가 중요한데요. 이 때문에 경기가 열리기 전에는 잔디를 일정 시간 동안 보호해야 합니다. 당연히 경기를 앞두고 훈련할 수 없습니다. 훈련용으로 사용하던 보조구장이 홈구장이 됐으니, 연습할 곳이 따로 필요하겠죠?

광주FC의 연습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 축구센터의 모습광주FC의 연습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 축구센터의 모습

현재 광주FC의 훈련장은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연습구장의 잔디 상태가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핀 벽처럼 잔디 곳곳이 상했습니다. 관리 담당인 광주광역시체육회는 "집중호우가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배수시설과 흙이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 보수 공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광주에는 이 훈련장과 월드컵경기장, 광주FC 홈구장 등 천연잔디 구장이 3곳뿐입니다. 선수들은 훈련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월드컵경기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결국, 광주월드컵경기장이 훈련장으로 전락하게 된 겁니다.

■ BTS 방문 뒤 텅 빈 관중석...광주에서도 손흥민 보고 싶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콘서트장으로 활용된 적이 있습니다. 공연 당시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해 모처럼 관중석이 꽉 찼습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로 더이상 큰 행사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18년 간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지 않은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광역시축구협회는 우선 대한축구협회가 유치를 추진 중인 2023 아시안컵 개최 도시에 광주가 포함될 수 있게 신청서를 낼 계획입니다. 광주광역시도 경기장 보수공사가 마무리되고 안전이 보장되면 국가대표 경기 유치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월드컵 20주년 행사는 비록 없었지만, 광주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뛰는 국가대표 경기를 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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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째 A매치 ‘0’…연습장 된 광주월드컵경기장
    • 입력 2022-07-03 08:01:41
    취재K
2002년 월드컵 8강전이 열렸던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스페인 공격수 호아킨의 슛을 막아낸 이운재의 미소. 마지막 슛을 성공시키고 환하게 웃는 주장 홍명보. 2002년 월드컵 8강전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4강 진출을 확정 짓는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이었습니다.

4강 진출의 역사를 쓴 장소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었습니다. 이곳은 월드컵의 유산이자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주 경기장입니다. 그런데 4강 신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경기장에서는 지금 경기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선수들의 훈련 장소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월드컵 이후 '단 한 번'...18년째 A매치 없어

2002년 월드컵 이후 '4강 신화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월드컵경기장. 이곳에서 열린 마지막 국가대표 축구경기는 2004년 7월에 열린 한국과 바레인의 친선 경기였습니다. 당시 아시안컵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이었는데요. 하지만 이후 18년간 국가대표 축구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비수도권 월드컵경기장 7곳 가운데 광주가 가장 외면받았습니다.


국가대표 경기가 개최되려면 경기장은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국제 공항에서 2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시설이나 관중 동원력, 출입국의 편리함이 있는 수도권에서 국가대표 경기가 자주 열립니다.

광주월드컵경기장 역시 이 조건을 충족합니다. 관중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고, 2시간 이내 거리에 무안국제공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도권보다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각 지역에 있는 월드컵경기장도 국가대표 경기 개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축구협회의 의지가 있다면 국가대표 축구경기 개최는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 예산과 경기장 안전 탓...유치 추진 불발

아예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광주광역시축구협회는 지난해 월드컵 20주년을 앞두고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추진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 경기 유치 신청도 하고 관련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경기 개최는 무산됐습니다.

왜일까요? 광주광역시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광주광역시축구협회 이병권 사무국장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와 관련해서 대한축구협회에서도 긍정적인 답이 왔지만, 광주광역시에서 난색을 보였다"며, "지자체 유치신청비 3억 원 등 예산문제와 경기장 보수공사를 이유로 들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2018년, 광주월드컵경기장은 국토교통부의 정밀안전진단 종합안전평가에서 ‘B’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안전이 우선인 만큼 보수 공사를 끝내고 국가대표 경기 개최를 유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붕 보수 공사 중인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모습
한편으로는 1,500억여 원을 투입하고도 국가대표 경기를 몇 번 치러보지 못한 월드컵경기장에 대한 관리에도 문제점도 있어 보입니다. 경기장에 대한 시설 개·보수가 제때 이뤄졌다면, 국가대표 경기를 유치 못 할 정도로 시설 노후화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경기장 관리를 맡은 광주광역시 체육회 관계자는 "지붕과 천장에 새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조망을 잡아주는 시설물이 오래된 것"이라며, "구조적 문제는 없고, 내년 초에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연습장이 된 경기장...누더기 잔디 교체는 언제쯤?

그렇다고 지금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축구 광주FC의 연습장과 육상선수들의 훈련 장소로 사용 중입니다. 경기는 안 열리고, 훈련장소로만 쓰인다고요? 광주월드컵경기장 대신 바로 옆 보조구장이 프로팀의 홈구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광주FC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4만 석 규모에다 육상트랙까지 있어서 축구를 관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 관중석을 짓고 2020년 홈구장을 옮긴 겁니다.

문제는 광주FC의 훈련 장소입니다. 축구 경기는 잔디가 중요한데요. 이 때문에 경기가 열리기 전에는 잔디를 일정 시간 동안 보호해야 합니다. 당연히 경기를 앞두고 훈련할 수 없습니다. 훈련용으로 사용하던 보조구장이 홈구장이 됐으니, 연습할 곳이 따로 필요하겠죠?

광주FC의 연습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 축구센터의 모습
현재 광주FC의 훈련장은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연습구장의 잔디 상태가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핀 벽처럼 잔디 곳곳이 상했습니다. 관리 담당인 광주광역시체육회는 "집중호우가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배수시설과 흙이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 보수 공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광주에는 이 훈련장과 월드컵경기장, 광주FC 홈구장 등 천연잔디 구장이 3곳뿐입니다. 선수들은 훈련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월드컵경기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결국, 광주월드컵경기장이 훈련장으로 전락하게 된 겁니다.

■ BTS 방문 뒤 텅 빈 관중석...광주에서도 손흥민 보고 싶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콘서트장으로 활용된 적이 있습니다. 공연 당시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해 모처럼 관중석이 꽉 찼습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로 더이상 큰 행사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18년 간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지 않은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광역시축구협회는 우선 대한축구협회가 유치를 추진 중인 2023 아시안컵 개최 도시에 광주가 포함될 수 있게 신청서를 낼 계획입니다. 광주광역시도 경기장 보수공사가 마무리되고 안전이 보장되면 국가대표 경기 유치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월드컵 20주년 행사는 비록 없었지만, 광주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뛰는 국가대표 경기를 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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