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누가 민주주의를 망치나…‘노벨상 수상자’ vs ‘메타’의 장외설전

입력 2022.07.04 (06:00) 수정 2024.01.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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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고발 시달리던 '메타'의 판 뒤집기…"우린 민주주의 수호자"

지난해 10월,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내부 고발자가 있었습니다. 프랜시스 하우겐. 전 세계가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직원이었던 하우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을 건넸고, 문건은 '페이스북 파일(Facebook File)'이라는 이름으로 기사화돼 미국 사회를 흔들었습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10대들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컨텐츠를 알면서도 방치해왔고,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내용들만 올리도록 작동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유명인들은 게시물 규제에서 예외를 적용받고 있고,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가짜뉴스 확산을 막는 정책도 폐기해버렸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이익과 기업의 이익 사이에서 페이스북은 항상 돈을 선택했다. IT 기업 중에서도 이런 경향이 가장 심하다"는 게 하우겐의 주장입니다.

사건이 미 의회의 청문회로까지 이어지면서 페이스북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창사 1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은 이름을 '메타'로 바꾸고 이미지 쇄신에 나섰지만, 한 때 6위였던 시가총액 순위가 이듬해 초 10위 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추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내부 고발한 프랜시스 하우겐 전 페이스북 직원 (사진=美 CBS ‘60 minutes’)‘페이스북’의 문제점을 내부 고발한 프랜시스 하우겐 전 페이스북 직원 (사진=美 CBS ‘60 minutes’)

그런 '메타'에 뜻밖의 반전 기회를 안겨준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이 터지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탱크를 막아서는 우크라이나 시민들, 평화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인터뷰가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확산됐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전쟁의 가장 좋은 무기'가 된 셈입니다.

지난달 28~30일, 미국 동서센터가 주관하고 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메타' 측은 한동안의 모습과 달리 자신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기능하고 있고, 러시아의 푸틴 정권 같은 권위주의 정부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다는 것입니다. '메타'의 보안정책 책임자인 나다니엘 글라이셔는 정교한 보안정책을 만들기 위해 '메타'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설명하면서도, 소셜미디어상에서 규제와 보안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대중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체제 비판에 해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말 좋은 예가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우크라이나의 목소리가 러시아에 전달될 수 있었던 핵심 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러시아가 결국 자국에서 인스타그램을 차단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비판자들을 침묵하게 하고 정권이 원하지 않는 열린 대화를 막기 위한 기술들이 사용되는 걸 앞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미국 IT기업 ‘메타’의 보안정책 책임자 나다니엘 글라이셔 (사진=미국 동서센터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미국 IT기업 ‘메타’의 보안정책 책임자 나다니엘 글라이셔 (사진=미국 동서센터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

하지만 글라이셔 책임자에게 던져진 청중의 질문들은 곱지 않았습니다. 특히 권위주의 정부를 가진 동남아시아 지역의 언론인들은 페이스북이 미국의 여론만 조금 신경 쓸 뿐, 자신들의 지역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방치하고 있다며 매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메타가 SNS 상에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저지시키겠다고는 하지만 페이스북 자체가 이미 나쁜 행위자 아닌가요? 알고리즘이 나쁜 행동을 확장하는 걸 돈 벌려고 놔두고 있잖아요?"
"민감한 컨텐츠를 걸러내려면 유럽에 연락을 해야 해요. 메타는 우리 지역에는 필터링을 위한 조직을 두고 있지 않으니까요."
"인도에선 정부 자체가 (허위정보를 흘리는) 나쁜 행위자예요. 페이스북이 이런 데 대한 검열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은 차단해놓고 우리 대통령은 그냥 놔두잖아요?"

■ 노벨상 수상자의 'SNS 격정 비판'…"민주주의 망치는 '악마의 메가폰'"

가장 강력했던 비판은 앞서 전 날 기조연설을 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에게서 나왔습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필리핀 정부가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서 저지른 인권 탄압을 보도하며 정권과 날을 세웠던 레사는 연설에서 권위주의 정권보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비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동서센터)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동서센터)

소셜미디어를 두고 "분노와 증오, 음모 이론을 조장하는 유독성 폐기물"이라면서 '악마의 메가폰'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실보다 거짓이 더 빨리 확산되는 게 SNS의 속성이고 이걸 권위주의 정부가 악용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목표는 사람들이 한 가지만 믿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두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갑자기 악마가 당신의 귀에서 속삭이고는 당신 어깨에 있던 천사를 발로 차서 밀어내버려요. 그리고 악마는 메가폰을 거머쥐죠. 그 메가폰이 소셜미디어예요. 그게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나쁜 인간의 본성을 보는 이유입니다. 사람의 행동을 바꿔버리는 그런 시스템이 지금 실시간으로 가동되고 있는 겁니다.

레사의 이런 비판은 개인적인 경험과 피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레사가 독립미디어 '래플러(Rappler)'를 창간하고 꾸준히 두테르테 정권의 폭력과 비리를 고발하자,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에는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을 찬양하고 레사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내용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언론인인 레사는 외모 비하나 성적 모욕에도 시달렸다는 사실을 한참 동안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리아 레사가 여성 언론인들의 SNS상 피해를 설명하며 공개한 자료. 여성 언론인 73%가 온라인 학대를, 25%는 살해 협박 같은 신체적 폭력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 (사진=KBS)마리아 레사가 여성 언론인들의 SNS상 피해를 설명하며 공개한 자료. 여성 언론인 73%가 온라인 학대를, 25%는 살해 협박 같은 신체적 폭력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 (사진=KBS)

레사는 이런 가짜 뉴스들이 걸러지는 과정 없이 그대로 퍼져나가면서, 권위주의 정권의 선전 도구 역할을 했다고 강조합니다. 레사는 이전에도 여러 번 정권에 장악된 필리핀의 SNS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려주고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레사와 그의 언론사 '래플러'는 반복되는 기소와 소송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SNS가 너무나도 쉽게 정권의 손에 넘어가고 이용당하는 걸 목격해온 셈입니다.

레사는 적어도 세계 80개 나라가 소셜미디어를 '값싼 군대'로 두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미국과 브라질 등 3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어 더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온전한 사실이 전해지지 않는데 어떻게 온전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 '양날'의 소셜미디어…'나쁜 행위자'는 누구인가

소셜미디어가 거짓을 확산하는 스피커가 되고 있다는 점을 '메타'가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쏟아지는 비판에 글라이셔 '메타' 보안 책임자는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SNS의 거대한 스피커를 악용하는 걸 사실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플랫폼에서 적은 수의 사람들이 많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들의 속도를 늦추고 나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제지한다고 해서 그들이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런 나쁜 시도들은 점점 효과를 잃어갈 거예요. 시민사회와 언론, 정부와 함께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이런 위협에 맞서는 효과적 방안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사의 문제보다 사용자들에게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는 말입니다. 선의를 만나면 '꽃'이 되고 악의를 만나면 '칼'이 되는 SNS. 운영하는 IT 기업들엔 과연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려야 할까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앞세운 언론인들과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의 장외 설전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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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누가 민주주의를 망치나…‘노벨상 수상자’ vs ‘메타’의 장외설전
    • 입력 2022-07-04 06:00:10
    • 수정2024-01-25 12: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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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고발 시달리던 '메타'의 판 뒤집기…"우린 민주주의 수호자"

지난해 10월,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내부 고발자가 있었습니다. 프랜시스 하우겐. 전 세계가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직원이었던 하우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을 건넸고, 문건은 '페이스북 파일(Facebook File)'이라는 이름으로 기사화돼 미국 사회를 흔들었습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10대들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컨텐츠를 알면서도 방치해왔고,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내용들만 올리도록 작동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유명인들은 게시물 규제에서 예외를 적용받고 있고,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가짜뉴스 확산을 막는 정책도 폐기해버렸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이익과 기업의 이익 사이에서 페이스북은 항상 돈을 선택했다. IT 기업 중에서도 이런 경향이 가장 심하다"는 게 하우겐의 주장입니다.

사건이 미 의회의 청문회로까지 이어지면서 페이스북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창사 1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은 이름을 '메타'로 바꾸고 이미지 쇄신에 나섰지만, 한 때 6위였던 시가총액 순위가 이듬해 초 10위 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추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내부 고발한 프랜시스 하우겐 전 페이스북 직원 (사진=美 CBS ‘60 minutes’)
그런 '메타'에 뜻밖의 반전 기회를 안겨준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이 터지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탱크를 막아서는 우크라이나 시민들, 평화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인터뷰가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확산됐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전쟁의 가장 좋은 무기'가 된 셈입니다.

지난달 28~30일, 미국 동서센터가 주관하고 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메타' 측은 한동안의 모습과 달리 자신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기능하고 있고, 러시아의 푸틴 정권 같은 권위주의 정부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다는 것입니다. '메타'의 보안정책 책임자인 나다니엘 글라이셔는 정교한 보안정책을 만들기 위해 '메타'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설명하면서도, 소셜미디어상에서 규제와 보안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대중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체제 비판에 해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말 좋은 예가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우크라이나의 목소리가 러시아에 전달될 수 있었던 핵심 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러시아가 결국 자국에서 인스타그램을 차단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비판자들을 침묵하게 하고 정권이 원하지 않는 열린 대화를 막기 위한 기술들이 사용되는 걸 앞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미국 IT기업 ‘메타’의 보안정책 책임자 나다니엘 글라이셔 (사진=미국 동서센터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
하지만 글라이셔 책임자에게 던져진 청중의 질문들은 곱지 않았습니다. 특히 권위주의 정부를 가진 동남아시아 지역의 언론인들은 페이스북이 미국의 여론만 조금 신경 쓸 뿐, 자신들의 지역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방치하고 있다며 매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메타가 SNS 상에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저지시키겠다고는 하지만 페이스북 자체가 이미 나쁜 행위자 아닌가요? 알고리즘이 나쁜 행동을 확장하는 걸 돈 벌려고 놔두고 있잖아요?"
"민감한 컨텐츠를 걸러내려면 유럽에 연락을 해야 해요. 메타는 우리 지역에는 필터링을 위한 조직을 두고 있지 않으니까요."
"인도에선 정부 자체가 (허위정보를 흘리는) 나쁜 행위자예요. 페이스북이 이런 데 대한 검열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은 차단해놓고 우리 대통령은 그냥 놔두잖아요?"

■ 노벨상 수상자의 'SNS 격정 비판'…"민주주의 망치는 '악마의 메가폰'"

가장 강력했던 비판은 앞서 전 날 기조연설을 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에게서 나왔습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필리핀 정부가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서 저지른 인권 탄압을 보도하며 정권과 날을 세웠던 레사는 연설에서 권위주의 정권보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비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2022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동서센터)
소셜미디어를 두고 "분노와 증오, 음모 이론을 조장하는 유독성 폐기물"이라면서 '악마의 메가폰'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실보다 거짓이 더 빨리 확산되는 게 SNS의 속성이고 이걸 권위주의 정부가 악용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목표는 사람들이 한 가지만 믿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두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갑자기 악마가 당신의 귀에서 속삭이고는 당신 어깨에 있던 천사를 발로 차서 밀어내버려요. 그리고 악마는 메가폰을 거머쥐죠. 그 메가폰이 소셜미디어예요. 그게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나쁜 인간의 본성을 보는 이유입니다. 사람의 행동을 바꿔버리는 그런 시스템이 지금 실시간으로 가동되고 있는 겁니다.

레사의 이런 비판은 개인적인 경험과 피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레사가 독립미디어 '래플러(Rappler)'를 창간하고 꾸준히 두테르테 정권의 폭력과 비리를 고발하자,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에는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을 찬양하고 레사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내용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언론인인 레사는 외모 비하나 성적 모욕에도 시달렸다는 사실을 한참 동안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리아 레사가 여성 언론인들의 SNS상 피해를 설명하며 공개한 자료. 여성 언론인 73%가 온라인 학대를, 25%는 살해 협박 같은 신체적 폭력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 (사진=KBS)
레사는 이런 가짜 뉴스들이 걸러지는 과정 없이 그대로 퍼져나가면서, 권위주의 정권의 선전 도구 역할을 했다고 강조합니다. 레사는 이전에도 여러 번 정권에 장악된 필리핀의 SNS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려주고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레사와 그의 언론사 '래플러'는 반복되는 기소와 소송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SNS가 너무나도 쉽게 정권의 손에 넘어가고 이용당하는 걸 목격해온 셈입니다.

레사는 적어도 세계 80개 나라가 소셜미디어를 '값싼 군대'로 두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미국과 브라질 등 3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어 더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온전한 사실이 전해지지 않는데 어떻게 온전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 '양날'의 소셜미디어…'나쁜 행위자'는 누구인가

소셜미디어가 거짓을 확산하는 스피커가 되고 있다는 점을 '메타'가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쏟아지는 비판에 글라이셔 '메타' 보안 책임자는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SNS의 거대한 스피커를 악용하는 걸 사실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플랫폼에서 적은 수의 사람들이 많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들의 속도를 늦추고 나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제지한다고 해서 그들이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런 나쁜 시도들은 점점 효과를 잃어갈 거예요. 시민사회와 언론, 정부와 함께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이런 위협에 맞서는 효과적 방안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사의 문제보다 사용자들에게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는 말입니다. 선의를 만나면 '꽃'이 되고 악의를 만나면 '칼'이 되는 SNS. 운영하는 IT 기업들엔 과연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려야 할까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앞세운 언론인들과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의 장외 설전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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