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버그 저리 비켜!”…붉은불개미 ‘독종’인 이유

입력 2022.07.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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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더워도 창문도 못 연다” 외래종 벌레의 습격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 외래종 벌레들이 장마철 습한 기운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 서북부에 나타난 털파리떼가 대표적입니다.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별칭도 ‘러브 버그’로 불립니다. 요 며칠 새 경기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주택가, 지하철 등 도심 곳곳에 나타나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털파리 목격담과 피해 사례를 적은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벌레를 보고 너무 무서워한다” “더워도 벌레가 들어올까봐 창문도 못 연다” “벌레 잡아주면 사례하겠다” 등 내용도 다양합니다.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서울 응암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요즘 들어 처음 보는 벌레떼가 집 안으로 들어와 몸에 들러붙어 곤혹스럽다”며 “근처 이웃들도 다들 이 벌레를 잡느라 골치가 아프다고 하더라. 구청에도 벌레를 잡아달라고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털파리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입니다. 미국 남동부 해안과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되며, 크기는 1㎝가 조금 안 됩니다. 외래종 파리과 곤충으로 원래는 사람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합니다. 독성도 없고 물지도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환경 정화 및 진드기 제거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변 야산 등에 긴급 방역을 실시, 퇴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방역을 요청하는 전화가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내부에서도 담당 부서와 전화 연결이 힘들다”며 “최근 감염병 관리팀이 곳곳에서 방역하고 있고, 지금도 벌레를 퇴치하러 나가 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러브 버그는 날씨가 건조하면 자연적으로 사멸합니다. 그러나 최근 이어진 장마로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한 비로 인해 해충 약을 뿌려 봤자 효과가 없어 구청이나 보건소에서 제때 방역을 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파리과인 만큼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사용해 가정에서도 러브 버그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러브 버그'(털파리) 능가, 불개미 상륙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된 붉은불개미가 올해 세 차례 발견됨에 따라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연출된 이미지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된 붉은불개미가 올해 세 차례 발견됨에 따라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연출된 이미지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그런데 얼마 전 털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공격적이고 유해한 외래종 벌레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붉은불개미입니다.

붉은불개미는 올해만 지난 6월 들어 세 번이나 발견됐습니다. 13일 전남 광양, 21일 경기 평택, 22일 충북 옥천에서 일개미·번데기 등 수백 마리가 출현한 것입니다. 모두 외국발(發) 컨테이너가 적재되는 항구에서 처음 나타났습니다. 옥천의 경우 그달 17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출발, 부산항을 거쳐 온 컨테이너에서 개미들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6월 22일 충북 옥천군 한 물류창고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 (사진 출처=연합뉴스)지난 6월 22일 충북 옥천군 한 물류창고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 (사진 출처=연합뉴스)

이 때문에 붉은불개미가 ‘중국에서 넘어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에서는 2005년부터 광둥성 지역을 중심으로 붉은불개미가 확산하기 시작, 곡식을 갉아먹고 사람과 가축을 공격하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각지에서 목격 및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방역 당국도 “중국발 컨테이너를 통해 묻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한 붉은불개미는 중국에서 ‘살인 개미’로 불립니다. 지난 4월에는 어린아이가 물려 쇼크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과연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닌 독충(毒蟲)이기에 이런 무서운 별칭을 지니게 된 걸까요?

쏘이면 ‘불타는 통증’... 심하게는 쇼크도

곤충학계 취재를 종합하면,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1939년 처음 미국 남부에 침입한 뒤로 캘리포니아주 등으로 확산했습니다. 이후 2003년 대만, 2004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까지 퍼졌습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9월 부산 감만항에서 처음 발견됐고,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몸길이 3~6㎜에 진한 적갈색이 특징인 붉은불개미는 꽁무니에 독침을 갖고 있습니다. 이 침에 쏘이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불개미’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요. 통증은 즉시 나타나고 심하게는 구토·현기증에 아나필락시스(일종의 알레르기 쇼크) 반응까지 보일 수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1년에 평균 8만 명 이상이 쏘이고,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도 1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가 미국에서 연구할 때 쏘여봤습니다. 쏘인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하루 정도 있으면 누런 고름이 찬 수포가 커집니다. (저는) 시간이 지나 별다른 증상 없이 회복됐지만, 독액(毒液)에 민감한 사람 또는 여러 차례 노출될 경우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쏘인 즉시 가까운 병원에 가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 김효중 군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붉은불개미 침에는 벌, 지네, 독거미가 지닌 독 성분이 있습니다. 혈압을 떨어뜨리고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합니다. 독성 수준은 꿀벌과 말벌의 중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공격으로 치명적인 상해를 입을 확률은 적다”면서도 “다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 경우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개미가 뿜어낸 산(酸)에 의한 ‘전기 합선’으로 건물 화재가 나서 사람이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계에 보고된 붉은불개미 모습. (사진=김효중 교수 제공, 원 출처: Mlot and Tovey 2011, https://doi.org/10.1073/pnas.1016658108)학계에 보고된 붉은불개미 모습. (사진=김효중 교수 제공, 원 출처: Mlot and Tovey 2011, https://doi.org/10.1073/pnas.1016658108)

■ ‘집단 공격’ ‘번식 능력’도 무기

전문가들은 독 자체의 위력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이 더 도드라진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맹렬한 ‘집단 공격’과 왕성한 ‘번식 능력’입니다. 김병진 세계곤충학회 상임위원은 “붉은불개미가 위험한 이유는 상당히 빨리 움직이고 워낙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집 하나에 수천 마리가 생기는데, 번식력이 좋아서 금방 수만 마리가 된다”며 “한 마리에게 물리면 병원 가서 치료하면 되지만, 여러 마리가 집단으로 공격할 때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잡식성이자 호전적인 붉은불개미는 떼 지어 다니면서 소, 돼지 등 가축에 달라붙거나 농작물을 갉아먹어 전 세계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토착 개미를 몰아내고 새, 쥐,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을 공격해 생태계 교란의 위험도 있습니다. 사람이 서식지를 자극하면 다리를 타고 올라가 한꺼번에 침을 쏘기도 합니다.

붉은불개미는 복부 끝에 독침이 있는 ‘일개미’, 번식 능력이 있는 ‘수개미’와 ‘공주개미’로 나뉩니다. 일개미는 다시 크기에 따라 나뉘는데 작은 것은 청소, 알·유충 관리, 사체 처리를 담당합니다. 큰 것은 사냥을 맡는 병정개미 역할을 합니다.

공주개미는 수개미와 비행 중 교미하는 이른바 ‘결혼 비행’을 마친 뒤 날개가 떨어지면 여왕개미가 됩니다. 여왕개미는 교미로 가져온 수개미 정자를 통해 지상에서 산란을 하는데, 하루에 최대 1,500개까지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날개가 있을 때는 수 ㎞ 거리를 날아가 정착하기도 합니다. 붉은불개미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여왕개미를 색출·제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붉은불개미에 물린 뒤 증상을 보이는 김효중 군산대 교수의 손. (사진 출처=김효중 교수 제공)붉은불개미에 물린 뒤 증상을 보이는 김효중 군산대 교수의 손. (사진 출처=김효중 교수 제공)

■ “아파트 공사장까지 침입... 개미 뗏목으로 ‘래프팅’”

“이 개미는 살충제를 살포하거나 집을 파괴하면 더 신속히 집과 개체 수를 늘려요. 한 번 정착하면 퇴치하기가 어렵죠. 우리나라에서는 컨테이너가 오가는 부두뿐 아니라 내륙 지방의 아파트 공사장까지 침입한 경우도 있었어요. 아파트 조경을 위해 중국에서 수입해온 석재(石材)에 묻어온 거죠. (제때 막지 못하면) 국내 전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김병진 세계곤충학회 상임위원

“여왕개미가 다수 존재하는 군체(群體)가 유입된다면 충분히 잔존할 수 있는 곤충입니다. 전파 속도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장마철에 특히 확산 이동이 빠를 수 있습니다. ‘개미 뗏목’을 만들어 래프팅(Rafting)이 가능한 종이기 때문이죠. 물론 인간의 운송 수단에 의해 인위적으로 전파되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 김효중 군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붉은불개미는 지금처럼 6월부터 9월까지가 번식기입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장마철 홍수에도 서로 몸을 엮어 만든 뗏목으로 여왕개미를 보호한 채 물을 건널 정도로 생존력이 강합니다. 검역 당국은 현재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지역의 방제를 완료하고 예찰 트랩을 설치해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과는 “붉은불개미 유입 우려 물품, 검출 품목은 현장 검역과 정밀 관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중국발 컨테이너 반입이 많은 부산·인천·광양항에 조사 인력을 집중, 국경 지역에서의 조기 발견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남 광양항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방역 요원들이 긴급 방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전남 광양항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방역 요원들이 긴급 방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발견 시 신고하고 물리면 병원 가야

붉은불개미를 목격하거나 물렸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발견 지점을 확인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054-912-0616)로 즉시 신고합니다. 발견 장소가 자연(도심·주택가 등)인 경우 환경부(044-201-7440)에 신고합니다. 신고자에게는 3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됩니다.

물렸을 때는 먼저 개미를 세게 쓸어서 뜯어내고, 상처 부위의 농포를 터뜨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어지럼증, 호흡 곤란 등이 발생하면 119 신고를 통해 응급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의료진에게 꼭 ‘개미에 물렸음’을 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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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 버그 저리 비켜!”…붉은불개미 ‘독종’인 이유
    • 입력 2022-07-04 12:06:57
    취재K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더워도 창문도 못 연다” 외래종 벌레의 습격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 외래종 벌레들이 장마철 습한 기운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 서북부에 나타난 털파리떼가 대표적입니다.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별칭도 ‘러브 버그’로 불립니다. 요 며칠 새 경기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주택가, 지하철 등 도심 곳곳에 나타나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털파리 목격담과 피해 사례를 적은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벌레를 보고 너무 무서워한다” “더워도 벌레가 들어올까봐 창문도 못 연다” “벌레 잡아주면 사례하겠다” 등 내용도 다양합니다.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한 털파리떼, 종일 짝짓기만 한다고 해서 일명 ‘러브 버그’로 불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서울 응암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요즘 들어 처음 보는 벌레떼가 집 안으로 들어와 몸에 들러붙어 곤혹스럽다”며 “근처 이웃들도 다들 이 벌레를 잡느라 골치가 아프다고 하더라. 구청에도 벌레를 잡아달라고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털파리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입니다. 미국 남동부 해안과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되며, 크기는 1㎝가 조금 안 됩니다. 외래종 파리과 곤충으로 원래는 사람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합니다. 독성도 없고 물지도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환경 정화 및 진드기 제거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변 야산 등에 긴급 방역을 실시, 퇴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방역을 요청하는 전화가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내부에서도 담당 부서와 전화 연결이 힘들다”며 “최근 감염병 관리팀이 곳곳에서 방역하고 있고, 지금도 벌레를 퇴치하러 나가 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러브 버그는 날씨가 건조하면 자연적으로 사멸합니다. 그러나 최근 이어진 장마로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한 비로 인해 해충 약을 뿌려 봤자 효과가 없어 구청이나 보건소에서 제때 방역을 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파리과인 만큼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사용해 가정에서도 러브 버그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러브 버그'(털파리) 능가, 불개미 상륙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된 붉은불개미가 올해 세 차례 발견됨에 따라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연출된 이미지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그런데 얼마 전 털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공격적이고 유해한 외래종 벌레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붉은불개미입니다.

붉은불개미는 올해만 지난 6월 들어 세 번이나 발견됐습니다. 13일 전남 광양, 21일 경기 평택, 22일 충북 옥천에서 일개미·번데기 등 수백 마리가 출현한 것입니다. 모두 외국발(發) 컨테이너가 적재되는 항구에서 처음 나타났습니다. 옥천의 경우 그달 17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출발, 부산항을 거쳐 온 컨테이너에서 개미들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6월 22일 충북 옥천군 한 물류창고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 (사진 출처=연합뉴스)
이 때문에 붉은불개미가 ‘중국에서 넘어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에서는 2005년부터 광둥성 지역을 중심으로 붉은불개미가 확산하기 시작, 곡식을 갉아먹고 사람과 가축을 공격하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각지에서 목격 및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방역 당국도 “중국발 컨테이너를 통해 묻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한 붉은불개미는 중국에서 ‘살인 개미’로 불립니다. 지난 4월에는 어린아이가 물려 쇼크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과연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닌 독충(毒蟲)이기에 이런 무서운 별칭을 지니게 된 걸까요?

쏘이면 ‘불타는 통증’... 심하게는 쇼크도

곤충학계 취재를 종합하면,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1939년 처음 미국 남부에 침입한 뒤로 캘리포니아주 등으로 확산했습니다. 이후 2003년 대만, 2004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까지 퍼졌습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9월 부산 감만항에서 처음 발견됐고,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몸길이 3~6㎜에 진한 적갈색이 특징인 붉은불개미는 꽁무니에 독침을 갖고 있습니다. 이 침에 쏘이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불개미’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요. 통증은 즉시 나타나고 심하게는 구토·현기증에 아나필락시스(일종의 알레르기 쇼크) 반응까지 보일 수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1년에 평균 8만 명 이상이 쏘이고,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도 1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가 미국에서 연구할 때 쏘여봤습니다. 쏘인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하루 정도 있으면 누런 고름이 찬 수포가 커집니다. (저는) 시간이 지나 별다른 증상 없이 회복됐지만, 독액(毒液)에 민감한 사람 또는 여러 차례 노출될 경우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쏘인 즉시 가까운 병원에 가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 김효중 군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붉은불개미 침에는 벌, 지네, 독거미가 지닌 독 성분이 있습니다. 혈압을 떨어뜨리고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합니다. 독성 수준은 꿀벌과 말벌의 중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공격으로 치명적인 상해를 입을 확률은 적다”면서도 “다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 경우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개미가 뿜어낸 산(酸)에 의한 ‘전기 합선’으로 건물 화재가 나서 사람이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계에 보고된 붉은불개미 모습. (사진=김효중 교수 제공, 원 출처: Mlot and Tovey 2011, https://doi.org/10.1073/pnas.1016658108)
■ ‘집단 공격’ ‘번식 능력’도 무기

전문가들은 독 자체의 위력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이 더 도드라진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맹렬한 ‘집단 공격’과 왕성한 ‘번식 능력’입니다. 김병진 세계곤충학회 상임위원은 “붉은불개미가 위험한 이유는 상당히 빨리 움직이고 워낙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집 하나에 수천 마리가 생기는데, 번식력이 좋아서 금방 수만 마리가 된다”며 “한 마리에게 물리면 병원 가서 치료하면 되지만, 여러 마리가 집단으로 공격할 때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잡식성이자 호전적인 붉은불개미는 떼 지어 다니면서 소, 돼지 등 가축에 달라붙거나 농작물을 갉아먹어 전 세계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토착 개미를 몰아내고 새, 쥐,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을 공격해 생태계 교란의 위험도 있습니다. 사람이 서식지를 자극하면 다리를 타고 올라가 한꺼번에 침을 쏘기도 합니다.

붉은불개미는 복부 끝에 독침이 있는 ‘일개미’, 번식 능력이 있는 ‘수개미’와 ‘공주개미’로 나뉩니다. 일개미는 다시 크기에 따라 나뉘는데 작은 것은 청소, 알·유충 관리, 사체 처리를 담당합니다. 큰 것은 사냥을 맡는 병정개미 역할을 합니다.

공주개미는 수개미와 비행 중 교미하는 이른바 ‘결혼 비행’을 마친 뒤 날개가 떨어지면 여왕개미가 됩니다. 여왕개미는 교미로 가져온 수개미 정자를 통해 지상에서 산란을 하는데, 하루에 최대 1,500개까지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날개가 있을 때는 수 ㎞ 거리를 날아가 정착하기도 합니다. 붉은불개미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여왕개미를 색출·제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붉은불개미에 물린 뒤 증상을 보이는 김효중 군산대 교수의 손. (사진 출처=김효중 교수 제공)
■ “아파트 공사장까지 침입... 개미 뗏목으로 ‘래프팅’”

“이 개미는 살충제를 살포하거나 집을 파괴하면 더 신속히 집과 개체 수를 늘려요. 한 번 정착하면 퇴치하기가 어렵죠. 우리나라에서는 컨테이너가 오가는 부두뿐 아니라 내륙 지방의 아파트 공사장까지 침입한 경우도 있었어요. 아파트 조경을 위해 중국에서 수입해온 석재(石材)에 묻어온 거죠. (제때 막지 못하면) 국내 전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김병진 세계곤충학회 상임위원

“여왕개미가 다수 존재하는 군체(群體)가 유입된다면 충분히 잔존할 수 있는 곤충입니다. 전파 속도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장마철에 특히 확산 이동이 빠를 수 있습니다. ‘개미 뗏목’을 만들어 래프팅(Rafting)이 가능한 종이기 때문이죠. 물론 인간의 운송 수단에 의해 인위적으로 전파되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 김효중 군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붉은불개미는 지금처럼 6월부터 9월까지가 번식기입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장마철 홍수에도 서로 몸을 엮어 만든 뗏목으로 여왕개미를 보호한 채 물을 건널 정도로 생존력이 강합니다. 검역 당국은 현재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지역의 방제를 완료하고 예찰 트랩을 설치해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과는 “붉은불개미 유입 우려 물품, 검출 품목은 현장 검역과 정밀 관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중국발 컨테이너 반입이 많은 부산·인천·광양항에 조사 인력을 집중, 국경 지역에서의 조기 발견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남 광양항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방역 요원들이 긴급 방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발견 시 신고하고 물리면 병원 가야

붉은불개미를 목격하거나 물렸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발견 지점을 확인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054-912-0616)로 즉시 신고합니다. 발견 장소가 자연(도심·주택가 등)인 경우 환경부(044-201-7440)에 신고합니다. 신고자에게는 3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됩니다.

물렸을 때는 먼저 개미를 세게 쓸어서 뜯어내고, 상처 부위의 농포를 터뜨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어지럼증, 호흡 곤란 등이 발생하면 119 신고를 통해 응급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의료진에게 꼭 ‘개미에 물렸음’을 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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