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광의 시대”…자화자찬 뒤의 위기감

입력 2022.07.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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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김정은 시대는 인민의 반만년 숙원이 성취되는 영광의 시대'

오늘(4일) 자 북한 노동신문 1면 논설 제목입니다.

10,000자가 넘는 장문의 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의 성과를 찬양하고 있는데요.

논설을 잘 들여다보면, 이런 자화자찬 뒤에 숨은 위기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절대적 힘' 소유해야 "…핵무기 고도화 의지

논설은 "외세의 침략과 간섭 책동을 영원히 끝장내는 유일한 방책은 누구도 범접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절대적 힘, 세계 최강의 자위력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역사와 현실이 보여주듯 외부적 압력에 굴복하여 군력 강화를 중도반단(중간에 흐지부지됨)하는 나라와 민족은 애당초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라고도 했습니다.

국제정세에 따라 북한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군사력 강화를 천명한 겁니다.

'절대적 힘', '세계 최강의 자위력'은 핵무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1994년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 (7월 4일자)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 (7월 4일자)

■ 北 내부는 "사상 최악의 시련기"

외부 못지 않게 북한 내부 사정 역시 어렵다는 걸 논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논설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특출한 영도실력은 사상 최악의 시련기가 국력 강화의 최전성기로 전환되게 한 중요한 요인이다."라고 했습니다.

김정은의 업적을 칭송하면서도 북한이 '사상 최악의 시련기'를 겪었음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다 코로나 위기까지 겹쳐 최악의 경제난에 빠져 있습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북한이 외치는 국가 주도의 자력갱생은 구조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이라는 주제의 공개 강연에서 "북한 가계는 대부분 생계를 비공식 경제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자생하기 시작한 장마당 등이 북한 가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건데, 김 교수는 "전체 소득 중 비공식 부문의 비중이 구소련이 16~23%였는데, 북한은 70% 이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북한은 어떤 면에서 무늬만 사회주의이고, 실제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은 시장"이라는 얘기인데, 이 시장이 국제사회 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흔들리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도 내부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장사 경험이 있는 탈북민은 집단보다 개인이나 가족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김정일이 (상대적으로) 편한 시대에 통치했다면, 김정은은 언덕 위로 오르며 전투하는 것처럼 개인주의화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김정은에 대한 충성은 물론 주체 정신을 재차 강조하는 것도 이런 북한 내부의 동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의 현대식 마트 (조선중앙TV 캡처)평양의 현대식 마트 (조선중앙TV 캡처)

■ 외부에 책임 전가…대남 강경책 시동?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 한국 등에 대한 위협·비방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외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건데요.

'강대강, 정면승부' 노선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데 이어, 코로나 19 확산의 감염원으로 대북전단을 지목했습니다.

관영매체에는 남측을 폄훼하는 표현인 '괴뢰도당'이 4년 만에 다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50주년인 오늘(4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남한으로 떠넘기며 그동안 남측 정부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강경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원칙적이고 일관된 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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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영광의 시대”…자화자찬 뒤의 위기감
    • 입력 2022-07-04 17:38:42
    취재K

'위대한 김정은 시대는 인민의 반만년 숙원이 성취되는 영광의 시대'

오늘(4일) 자 북한 노동신문 1면 논설 제목입니다.

10,000자가 넘는 장문의 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의 성과를 찬양하고 있는데요.

논설을 잘 들여다보면, 이런 자화자찬 뒤에 숨은 위기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절대적 힘' 소유해야 "…핵무기 고도화 의지

논설은 "외세의 침략과 간섭 책동을 영원히 끝장내는 유일한 방책은 누구도 범접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절대적 힘, 세계 최강의 자위력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역사와 현실이 보여주듯 외부적 압력에 굴복하여 군력 강화를 중도반단(중간에 흐지부지됨)하는 나라와 민족은 애당초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라고도 했습니다.

국제정세에 따라 북한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군사력 강화를 천명한 겁니다.

'절대적 힘', '세계 최강의 자위력'은 핵무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1994년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 (7월 4일자)
■ 北 내부는 "사상 최악의 시련기"

외부 못지 않게 북한 내부 사정 역시 어렵다는 걸 논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논설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특출한 영도실력은 사상 최악의 시련기가 국력 강화의 최전성기로 전환되게 한 중요한 요인이다."라고 했습니다.

김정은의 업적을 칭송하면서도 북한이 '사상 최악의 시련기'를 겪었음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다 코로나 위기까지 겹쳐 최악의 경제난에 빠져 있습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북한이 외치는 국가 주도의 자력갱생은 구조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이라는 주제의 공개 강연에서 "북한 가계는 대부분 생계를 비공식 경제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자생하기 시작한 장마당 등이 북한 가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건데, 김 교수는 "전체 소득 중 비공식 부문의 비중이 구소련이 16~23%였는데, 북한은 70% 이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북한은 어떤 면에서 무늬만 사회주의이고, 실제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은 시장"이라는 얘기인데, 이 시장이 국제사회 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흔들리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도 내부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장사 경험이 있는 탈북민은 집단보다 개인이나 가족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김정일이 (상대적으로) 편한 시대에 통치했다면, 김정은은 언덕 위로 오르며 전투하는 것처럼 개인주의화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김정은에 대한 충성은 물론 주체 정신을 재차 강조하는 것도 이런 북한 내부의 동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의 현대식 마트 (조선중앙TV 캡처)
■ 외부에 책임 전가…대남 강경책 시동?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 한국 등에 대한 위협·비방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외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건데요.

'강대강, 정면승부' 노선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데 이어, 코로나 19 확산의 감염원으로 대북전단을 지목했습니다.

관영매체에는 남측을 폄훼하는 표현인 '괴뢰도당'이 4년 만에 다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50주년인 오늘(4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남한으로 떠넘기며 그동안 남측 정부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강경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원칙적이고 일관된 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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