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이라던 곤충산업…“망해서 인터뷰 못해요”

입력 2022.07.05 (06:00) 수정 2022.07.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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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기후 위기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곧 식량 위기인 만큼, 세계는 미래 식량과 대체 단백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소재로서 곤충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은 곤충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제 곤충은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사료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국내 곤충 판매액은 2020년 기준 410억 원 수준으로 아직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가능성을 인정받고 꾸준히 규모를 불리고 있습니다. 블루오션이라 촉망받는 곤충 산업,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농가들은 마냥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일일까요?

■뜨는 곤충산업…국내 사육 농가만 2천8백여 가구

경북 문경시의 한 농장. 바닥에 모이를 뿌리니 저 멀리서 닭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옵니다. 닭들이 먹고 있는 먹이는 일반 사료가 아닌 파리과 곤충, 동애등에입니다. 고단백질에 알레르기 위험도 낮춰줘, 닭과 돼지는 물론 반려동물 사료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엄재성 /곤충 농업회사법인 대표
"곤충을 사료로 이용하면, 일단 폐사율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축들이 성장하는 것에 있어서도 상당히 큰 효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에 활용 가능한 곤충은 식용 10종, 사료용 8종 등 총 150여 종. 곤충은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료용 소재 등 산업 전반으로 그 활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곤충은 왜 주목받고 있을까요?

육류를 얻기 위해선 가축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 동안 시간과 비용, 인력 등에 대한 비용이 투입됩니다. 그에 비해 곤충은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가 면적 대비 생산량이 높고, 사육 과정에서의 평균 탄소 발생량도 가축인 소의 34분의 1 수준이어서 친환경 원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곤충 사육 농가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 기준 전국에 2천8백여 가구에 달합니다. 농촌진흥청 측은 "앞으로 생산, 가공, 유통 등 영역에서 곤충산업 종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산업규모를 천4백억 원, 고용 규모를 9천 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팔 곳 마땅치 않아 사기 당하기도…"홍보·판로 개척이 관건"

곤충산업은 수년 전부터 유망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곤충 사육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2015년 귀농해 곤충 농가의 문을 열었던 A씨는 여러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곤충 사육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A씨/ 과거 곤충 농가 운영
"'곤충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가축 대신 곤충으로도 단백질 섭취 가능하다'라고 농가 차원에서 홍보해도 소비자들에겐 아직까진 피부에 와닿지 않는 거죠. '굳이 이걸 왜 먹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농가 입장에선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안 되다 보니까 다들 포기하시는 거죠."

취재진은 농가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인터뷰를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A씨는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 지으려고 내려왔는데, 어떻게 보면 실패를 한 것"이라면서 "나 자신에게 창피한 부분도 있어서 인터뷰는 어렵다"고 조심스레 거부 의사를 전했습니다.

경북 상주시에 굼벵이 농장을 열었던 임원식 씨(오른쪽)와 한때 곤충 사육통으로 빼곡했던 농장 선반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경북 상주시에 굼벵이 농장을 열었던 임원식 씨(오른쪽)와 한때 곤충 사육통으로 빼곡했던 농장 선반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

7년 전, 은퇴 후 굼벵이 농장을 연 임원식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때 곤충 사육통으로 빼곡했던 농장 선반이 지금은 텅텅 비었습니다. 굼벵이를 키워 건조한 뒤 건강식품업체 등에 납품했는데 안정적인 판로를 찾지 못해 지난해부터 잠정 휴업 상태입니다. 적자만 계속되다 보니 얼마 전부턴 두릅나무를 심는 등 노지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임원식/ 식용 곤충 농가 운영
"제품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팔 수가 없습니다. 납품을 대량으로 할 수 있는 데가 없으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쪼들리게 되는 거죠. 이렇게 농가들이 곤충을 팔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100% 구매해서 갖다 팔아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한테 사기를 당한 분들도 많이 계세요."

박일우 씨(왼쪽)는 3년 전부터 사료용 곤충인 동애등에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제대로 된  소득이 없는 상황.박일우 씨(왼쪽)는 3년 전부터 사료용 곤충인 동애등에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제대로 된 소득이 없는 상황.

3년 전 사료용 곤충 사육을 시작한 박일우 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수억 원을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소득이 없는 데다 기술 개발이나 인력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박일우/사료용 곤충농가 운영
"사료용 곤충은 새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영역이기 때문에 식용 곤충에 비해 그렇게 많은 지원은 없었습니다. 또, 이 곤충들을 어떻게 사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이 알아서 배우려다 보니 준비 과정이 쉽진 않았습니다. 사료용 곤충인 동애등에는 가공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자라는데, 냄새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해서 어려움이 있죠."

농림축산식품부의 실태조사 결과, 전국의 곤충 사육 농가는 2천8백여 가구 중 법인(단체형)으로 등록한 비율은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는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 농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곤충 산업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인 만큼 여러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윤은영 교수(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는 "곤충 사육농가의 생산비를 절감시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품질 관리라든가 판로 개척까지 이어서 할 수 있는 자체 조직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농촌진흥청 등 관련 부처 역시 곤충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현재 농가단위의 소규모 생산에서 더 나아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스마트 곤충사육 시설 등을 통해 원료의 안전성을 더하고 제품 표준화를 이뤄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곤충시장 규모가 2030년 6천3백억 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을지도 모르는 신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육성 정책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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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오션이라던 곤충산업…“망해서 인터뷰 못해요”
    • 입력 2022-07-05 06:00:47
    • 수정2022-07-05 17:48:29
    취재K

지구촌 곳곳이 기후 위기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곧 식량 위기인 만큼, 세계는 미래 식량과 대체 단백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소재로서 곤충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은 곤충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제 곤충은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사료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국내 곤충 판매액은 2020년 기준 410억 원 수준으로 아직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가능성을 인정받고 꾸준히 규모를 불리고 있습니다. 블루오션이라 촉망받는 곤충 산업,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농가들은 마냥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일일까요?

■뜨는 곤충산업…국내 사육 농가만 2천8백여 가구

경북 문경시의 한 농장. 바닥에 모이를 뿌리니 저 멀리서 닭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옵니다. 닭들이 먹고 있는 먹이는 일반 사료가 아닌 파리과 곤충, 동애등에입니다. 고단백질에 알레르기 위험도 낮춰줘, 닭과 돼지는 물론 반려동물 사료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엄재성 /곤충 농업회사법인 대표
"곤충을 사료로 이용하면, 일단 폐사율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축들이 성장하는 것에 있어서도 상당히 큰 효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에 활용 가능한 곤충은 식용 10종, 사료용 8종 등 총 150여 종. 곤충은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료용 소재 등 산업 전반으로 그 활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곤충은 왜 주목받고 있을까요?

육류를 얻기 위해선 가축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 동안 시간과 비용, 인력 등에 대한 비용이 투입됩니다. 그에 비해 곤충은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가 면적 대비 생산량이 높고, 사육 과정에서의 평균 탄소 발생량도 가축인 소의 34분의 1 수준이어서 친환경 원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곤충 사육 농가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 기준 전국에 2천8백여 가구에 달합니다. 농촌진흥청 측은 "앞으로 생산, 가공, 유통 등 영역에서 곤충산업 종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산업규모를 천4백억 원, 고용 규모를 9천 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팔 곳 마땅치 않아 사기 당하기도…"홍보·판로 개척이 관건"

곤충산업은 수년 전부터 유망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곤충 사육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2015년 귀농해 곤충 농가의 문을 열었던 A씨는 여러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곤충 사육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A씨/ 과거 곤충 농가 운영
"'곤충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가축 대신 곤충으로도 단백질 섭취 가능하다'라고 농가 차원에서 홍보해도 소비자들에겐 아직까진 피부에 와닿지 않는 거죠. '굳이 이걸 왜 먹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농가 입장에선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안 되다 보니까 다들 포기하시는 거죠."

취재진은 농가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인터뷰를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A씨는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 지으려고 내려왔는데, 어떻게 보면 실패를 한 것"이라면서 "나 자신에게 창피한 부분도 있어서 인터뷰는 어렵다"고 조심스레 거부 의사를 전했습니다.

경북 상주시에 굼벵이 농장을 열었던 임원식 씨(오른쪽)와 한때 곤충 사육통으로 빼곡했던 농장 선반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
7년 전, 은퇴 후 굼벵이 농장을 연 임원식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때 곤충 사육통으로 빼곡했던 농장 선반이 지금은 텅텅 비었습니다. 굼벵이를 키워 건조한 뒤 건강식품업체 등에 납품했는데 안정적인 판로를 찾지 못해 지난해부터 잠정 휴업 상태입니다. 적자만 계속되다 보니 얼마 전부턴 두릅나무를 심는 등 노지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임원식/ 식용 곤충 농가 운영
"제품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팔 수가 없습니다. 납품을 대량으로 할 수 있는 데가 없으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쪼들리게 되는 거죠. 이렇게 농가들이 곤충을 팔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100% 구매해서 갖다 팔아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한테 사기를 당한 분들도 많이 계세요."

박일우 씨(왼쪽)는 3년 전부터 사료용 곤충인 동애등에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제대로 된  소득이 없는 상황.
3년 전 사료용 곤충 사육을 시작한 박일우 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수억 원을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소득이 없는 데다 기술 개발이나 인력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박일우/사료용 곤충농가 운영
"사료용 곤충은 새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영역이기 때문에 식용 곤충에 비해 그렇게 많은 지원은 없었습니다. 또, 이 곤충들을 어떻게 사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이 알아서 배우려다 보니 준비 과정이 쉽진 않았습니다. 사료용 곤충인 동애등에는 가공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자라는데, 냄새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해서 어려움이 있죠."

농림축산식품부의 실태조사 결과, 전국의 곤충 사육 농가는 2천8백여 가구 중 법인(단체형)으로 등록한 비율은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는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 농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곤충 산업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인 만큼 여러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윤은영 교수(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는 "곤충 사육농가의 생산비를 절감시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품질 관리라든가 판로 개척까지 이어서 할 수 있는 자체 조직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농촌진흥청 등 관련 부처 역시 곤충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현재 농가단위의 소규모 생산에서 더 나아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스마트 곤충사육 시설 등을 통해 원료의 안전성을 더하고 제품 표준화를 이뤄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곤충시장 규모가 2030년 6천3백억 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을지도 모르는 신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육성 정책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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