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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예전 사용자 문자가 와요”…한 달도 안 돼 풀리는 번호
입력 2022.07.05 (07:00) 취재K

■ "개통한 폰으로 이전 사용자 명의 문자가 수시로 와요"

A씨는 얼마 전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해줬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특정인 이름으로 가입된 사이트들의 홍보 문자가 수시로 왔습니다. 해당 번호를 사용했던 사용자가 가입한 사이트에서 보내는 문자들로 추측됐습니다.

A씨는 혹시 모텔 등 숙박 플랫폼이나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사이트의 문자를 아이가 보게 될까 걱정이라면서 번호를 다시 바꿔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을 이른바 '맘카페'에 올렸습니다.

누리꾼 B씨는 휴대전화를 개통하자마자 엄청난 문자 폭탄이 날아왔던 경험을 개인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해당 번호를 사용했던 '박XX님'이 사용한 체크 카드 내역이나 '박XX님'이 가입한 사이트의 광고성 문자들이었다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 : 티스토리 grahams 계정)(이미지 출처 : 티스토리 grahams 계정)

B씨는 블로그에 관련 문자를 캡쳐해 올리면서 박 모씨의 동선과 행동을 원치 않게 알게 되는 '웃픈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박XX님, 편의점 가시고 맥줏집에서 술 드셨네요...그런데 저는 알고 싶지 않아요"

결국 B씨는 해당 사이트나 은행에 이를 알려 직접 문자 수신을 막는 수고를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금융권이나 사이트라면 아예 스팸처리하면 되지만 이용하는 서비스가 겹칠 경우 그 마저도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 이전 가입자 탓 뿐일까? … 한 달도 안 돼 '개통 시장'에 풀리는 번호

번호를 새로 개통할 경우 심심치 않게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지, 해당 번호를 사용했던 이전 사용자가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탓일까요?

우리나라 누리꾼은 1인당 평균 30개가 넘는 사이트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잡으면서 금융, 보험, 배달, 교통 등 모바일 플랫폼 이용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반면, 가입 해지된 번호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개통이 가능한 번호로 풀립니다.

국내 이동통신3사는 일반 해지의 경우 28일이 지나면 다시 개통할 수 있는 번호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성매매알선 등 범죄나 불법행위에 사용돼 이용정지 기간(12개월)을 거쳐 해지된 번호에 한해서만 6개월간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묶어둘 뿐입니다.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해지하거나 변경한 이용자들은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정보를 바꿔놓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정보가 의도치 않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해당 번호로 개통한 가입자 역시 원치 않은 문자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구조인 겁니다.

■ 과기정통부·이통사 "번호 자원 유한해 더 늘릴 수 없어"

해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번호가 다시 개통 시장에 '바삐' 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동통신 번호는 그 수를 무한하게 늘릴 수 없는, 그야말로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미사용으로 오래 잡아둘 수 없다는 것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업계 입장입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통신 3사가 보유한 번호 가운데 평균 80% 이상이 개통돼 사용 중입니다. 이 가운데 3천 380만 개의 번호를 보유하고 있는 SKT의 경우 개통 중인 번호가 90%에 육박합니다.

미개통 번호는 이통 3사마다 10~20% 선인데 이 가운데는 불법 사용으로 장기간 묶어둔 경우와 일반 해지 후 28일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바로 개통할 수 있는 번호 수는 훨씬 적습니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보유한 번호들은 한 번 이상 개통해 사용된 적이 있는 소위 '과거 있는' 번호가 대부분입니다.

SKT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3천 380만 개 번호 모두 '재사용 번호'입니다. KT(2천 456만 개 번호 보유) 역시 번호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개통 전력이 있습니다. LGU+(천556만 개 보유)도 개통하지 않은 번호를 스무 개 남짓만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통신사들이 개통과 해지를 통해 기존 번호를 돌려 쓰는 '재사용'을 하는 상황에서 자원이 유한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28일간만 번호를 묶어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개통 시장에 나오는 번호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사이 이전 사용자도, 새로 번호를 받는 가입자도 불편해지는 일이 이어지는 건 아닐까요?

■ 9월부터 단말기 하나로 번호 2개 개통 가능…관련 불만·민원 늘 듯

오는 9월부터 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인 e-SIM(이심)이 상용화됩니다. 기존 USIM(유심)과 더할 경우 스마트폰 하나로 번호를 2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도 각각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업무와 구분하기 위해 번호를 하나 더 부여받고자 하는 수요가 e-SIM 상용화 초기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 개통하려는 번호가 늘어날 경우 관련 불만이나 민원도 지금보다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28일보다 기간을 더 늘려 이전 사용자들이 개인정보를 수정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미사용 기간이 오래된 번호부터 우선 개통하는 등 지혜를 발휘하는 동시에 개통과 해지에 따른 정보 변경을 개인이 안전하면서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 “자꾸 예전 사용자 문자가 와요”…한 달도 안 돼 풀리는 번호
    • 입력 2022-07-05 07:00:15
    취재K

■ "개통한 폰으로 이전 사용자 명의 문자가 수시로 와요"

A씨는 얼마 전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해줬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특정인 이름으로 가입된 사이트들의 홍보 문자가 수시로 왔습니다. 해당 번호를 사용했던 사용자가 가입한 사이트에서 보내는 문자들로 추측됐습니다.

A씨는 혹시 모텔 등 숙박 플랫폼이나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사이트의 문자를 아이가 보게 될까 걱정이라면서 번호를 다시 바꿔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을 이른바 '맘카페'에 올렸습니다.

누리꾼 B씨는 휴대전화를 개통하자마자 엄청난 문자 폭탄이 날아왔던 경험을 개인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해당 번호를 사용했던 '박XX님'이 사용한 체크 카드 내역이나 '박XX님'이 가입한 사이트의 광고성 문자들이었다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 : 티스토리 grahams 계정)(이미지 출처 : 티스토리 grahams 계정)

B씨는 블로그에 관련 문자를 캡쳐해 올리면서 박 모씨의 동선과 행동을 원치 않게 알게 되는 '웃픈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박XX님, 편의점 가시고 맥줏집에서 술 드셨네요...그런데 저는 알고 싶지 않아요"

결국 B씨는 해당 사이트나 은행에 이를 알려 직접 문자 수신을 막는 수고를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금융권이나 사이트라면 아예 스팸처리하면 되지만 이용하는 서비스가 겹칠 경우 그 마저도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 이전 가입자 탓 뿐일까? … 한 달도 안 돼 '개통 시장'에 풀리는 번호

번호를 새로 개통할 경우 심심치 않게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지, 해당 번호를 사용했던 이전 사용자가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탓일까요?

우리나라 누리꾼은 1인당 평균 30개가 넘는 사이트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잡으면서 금융, 보험, 배달, 교통 등 모바일 플랫폼 이용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반면, 가입 해지된 번호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개통이 가능한 번호로 풀립니다.

국내 이동통신3사는 일반 해지의 경우 28일이 지나면 다시 개통할 수 있는 번호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성매매알선 등 범죄나 불법행위에 사용돼 이용정지 기간(12개월)을 거쳐 해지된 번호에 한해서만 6개월간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묶어둘 뿐입니다.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해지하거나 변경한 이용자들은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정보를 바꿔놓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정보가 의도치 않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해당 번호로 개통한 가입자 역시 원치 않은 문자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구조인 겁니다.

■ 과기정통부·이통사 "번호 자원 유한해 더 늘릴 수 없어"

해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번호가 다시 개통 시장에 '바삐' 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동통신 번호는 그 수를 무한하게 늘릴 수 없는, 그야말로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미사용으로 오래 잡아둘 수 없다는 것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업계 입장입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통신 3사가 보유한 번호 가운데 평균 80% 이상이 개통돼 사용 중입니다. 이 가운데 3천 380만 개의 번호를 보유하고 있는 SKT의 경우 개통 중인 번호가 90%에 육박합니다.

미개통 번호는 이통 3사마다 10~20% 선인데 이 가운데는 불법 사용으로 장기간 묶어둔 경우와 일반 해지 후 28일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바로 개통할 수 있는 번호 수는 훨씬 적습니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보유한 번호들은 한 번 이상 개통해 사용된 적이 있는 소위 '과거 있는' 번호가 대부분입니다.

SKT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3천 380만 개 번호 모두 '재사용 번호'입니다. KT(2천 456만 개 번호 보유) 역시 번호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개통 전력이 있습니다. LGU+(천556만 개 보유)도 개통하지 않은 번호를 스무 개 남짓만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통신사들이 개통과 해지를 통해 기존 번호를 돌려 쓰는 '재사용'을 하는 상황에서 자원이 유한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28일간만 번호를 묶어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개통 시장에 나오는 번호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사이 이전 사용자도, 새로 번호를 받는 가입자도 불편해지는 일이 이어지는 건 아닐까요?

■ 9월부터 단말기 하나로 번호 2개 개통 가능…관련 불만·민원 늘 듯

오는 9월부터 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인 e-SIM(이심)이 상용화됩니다. 기존 USIM(유심)과 더할 경우 스마트폰 하나로 번호를 2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도 각각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업무와 구분하기 위해 번호를 하나 더 부여받고자 하는 수요가 e-SIM 상용화 초기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 개통하려는 번호가 늘어날 경우 관련 불만이나 민원도 지금보다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28일보다 기간을 더 늘려 이전 사용자들이 개인정보를 수정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미사용 기간이 오래된 번호부터 우선 개통하는 등 지혜를 발휘하는 동시에 개통과 해지에 따른 정보 변경을 개인이 안전하면서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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