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의미 없는’ 근로장학…“기업·기관 연계 늘려주세요”
입력 2022.07.08 (07:00) 수정 2022.07.25 (08:16) 취재후·사건후
제도 취지 안 맞죠. 암요!제도 취지 안 맞죠. 암요!

■ 쓰레기 비우고 개인 컵 설거지…"전공 살려준다면서요?"

근로장학생에 선발된 A 학생은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설명된 '근로장학제도' 취지를 보고, 업무 전 기대감이 컸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며 외부와 같은 시급을 벌 수 있고, 학업성취도와 취업 능력에 도움이 되는 전공 연계 업무, 다양한 근로체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 꽤 그럴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근로장학' 현장은 설명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부여된 업무는 쓰레기통 비우기와 걸레질하기 등 사무실 청소가 대부분이었고 커피 내리기와 교직원들의 개인 컵 설거지하기 등 개인적인 일까지 도맡았습니다.

업무 매뉴얼에는 설거지할 때 립스틱 자국을 주의하라는 문구도 적혀있었습니다. 사기업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금기시하는 일들이 관행처럼 이어졌던 겁니다.

대전 한 대학교의 근로장학생 업무 매뉴얼, 학생들이 이걸 왜?대전 한 대학교의 근로장학생 업무 매뉴얼, 학생들이 이걸 왜?

이 같은 논란이 계속 일자 한국장학재단은 최근 청소 등 단순업무 같은 '지양'하는 업무를 아예 '금지' 업무로 바꿨습니다. 이건 한국장학재단 근로장학팀장은 "취업 역량과 무관한 청소, 설거지 등 단순 노동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사업 참여대학으로 해당 사항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더 고되더라도…"취지에 맞는 일 하고 싶을 뿐"

기사가 나가고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 가운데는 학생들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학교 입장을 더 다뤄주는 과정에서, 마치 학생들이 이미 편한데 더 편해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린 것처럼 비쳐졌다는 것입니다. 취재 내용을 축약해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진의가 일부 오해됐다는 점을 취재기자로서 인정하지 않을 수없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곱고 편한 일만 하고 싶다거나, 청소 등을 하기 싫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근로장학생이라는 혜택을 받는 것에 감사하지만,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돈을 받는 데 회의감이 든다는 게 문제제기의 주요 이유였습니다. 근로장학제도 취지에 맞게, 좀 더 고되더라도 정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을 달라는 것이었으니, 일도 편하고 돈도 잘 나오는 '꿀 알바'를 양심에 따라 스스로 고발한 셈입니다.

■ 학교도 난감…"학교 평가 때문에 과대 신청 불가피"

몇몇 대학 관계자에게도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교 측도 난감하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우선 근로장학생들을 배정받으면, 시킬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문서를 다루는 업무는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따라야 해서 섣불리 맡기기 어렵고, 필연적으로 사무실 청소와 문서 수발 등 단순 노동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시킬 일이 없는데, 굳이 근로장학제도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국가근로장학금은 공짜도 아닙니다. 제원의 80%는 세금으로, 20%는 학교가 부담합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평가'가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장학재단 등에서 장학금을 잘 받고, 또 잘 나눠줘야 교육비 환원율 등이 올라가고 만에 하나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 대학' 같은 살생부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성적에 빗대 나오는 장학금은 등록금보다 많은 돈이 지급될 수 없지만, 근로장학은 생활비성 장학금으로 등록금보다 많은 금액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근로장학금이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 돈 주려 억지로 만든 자리…"기업 연계 인턴, 공공기관 투입 늘려야"

교육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전대넷은 학교에 머무르는 국가장학제도는 의미가 없다고 비판합니다. 김민정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정말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는 공공기관, 사기업 등과의 연계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재단과 학교 모두 돈이 장학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 성장할 수 있는 비전과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 바람과 달리, 근로장학생들이 학교 교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사적 업무 대행자로, 학교의 말단 부하 직원으로 왜곡된 상황. 한국장학재단은 각 학교에 전화를 돌려 청소 등 단순업무를 시키지 말라고 지시하는 데에 그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제시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연관 기사] ‘쓰레기통 비우고 설거지’…근로장학생이 잔심부름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01242
  • [취재후] ‘의미 없는’ 근로장학…“기업·기관 연계 늘려주세요”
    • 입력 2022-07-08 07:00:24
    • 수정2022-07-25 08:16:20
    취재후·사건후
제도 취지 안 맞죠. 암요!제도 취지 안 맞죠. 암요!

■ 쓰레기 비우고 개인 컵 설거지…"전공 살려준다면서요?"

근로장학생에 선발된 A 학생은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설명된 '근로장학제도' 취지를 보고, 업무 전 기대감이 컸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며 외부와 같은 시급을 벌 수 있고, 학업성취도와 취업 능력에 도움이 되는 전공 연계 업무, 다양한 근로체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 꽤 그럴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근로장학' 현장은 설명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부여된 업무는 쓰레기통 비우기와 걸레질하기 등 사무실 청소가 대부분이었고 커피 내리기와 교직원들의 개인 컵 설거지하기 등 개인적인 일까지 도맡았습니다.

업무 매뉴얼에는 설거지할 때 립스틱 자국을 주의하라는 문구도 적혀있었습니다. 사기업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금기시하는 일들이 관행처럼 이어졌던 겁니다.

대전 한 대학교의 근로장학생 업무 매뉴얼, 학생들이 이걸 왜?대전 한 대학교의 근로장학생 업무 매뉴얼, 학생들이 이걸 왜?

이 같은 논란이 계속 일자 한국장학재단은 최근 청소 등 단순업무 같은 '지양'하는 업무를 아예 '금지' 업무로 바꿨습니다. 이건 한국장학재단 근로장학팀장은 "취업 역량과 무관한 청소, 설거지 등 단순 노동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사업 참여대학으로 해당 사항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더 고되더라도…"취지에 맞는 일 하고 싶을 뿐"

기사가 나가고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 가운데는 학생들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학교 입장을 더 다뤄주는 과정에서, 마치 학생들이 이미 편한데 더 편해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린 것처럼 비쳐졌다는 것입니다. 취재 내용을 축약해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진의가 일부 오해됐다는 점을 취재기자로서 인정하지 않을 수없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곱고 편한 일만 하고 싶다거나, 청소 등을 하기 싫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근로장학생이라는 혜택을 받는 것에 감사하지만,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돈을 받는 데 회의감이 든다는 게 문제제기의 주요 이유였습니다. 근로장학제도 취지에 맞게, 좀 더 고되더라도 정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을 달라는 것이었으니, 일도 편하고 돈도 잘 나오는 '꿀 알바'를 양심에 따라 스스로 고발한 셈입니다.

■ 학교도 난감…"학교 평가 때문에 과대 신청 불가피"

몇몇 대학 관계자에게도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교 측도 난감하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우선 근로장학생들을 배정받으면, 시킬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문서를 다루는 업무는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따라야 해서 섣불리 맡기기 어렵고, 필연적으로 사무실 청소와 문서 수발 등 단순 노동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시킬 일이 없는데, 굳이 근로장학제도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국가근로장학금은 공짜도 아닙니다. 제원의 80%는 세금으로, 20%는 학교가 부담합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평가'가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장학재단 등에서 장학금을 잘 받고, 또 잘 나눠줘야 교육비 환원율 등이 올라가고 만에 하나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 대학' 같은 살생부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성적에 빗대 나오는 장학금은 등록금보다 많은 돈이 지급될 수 없지만, 근로장학은 생활비성 장학금으로 등록금보다 많은 금액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근로장학금이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 돈 주려 억지로 만든 자리…"기업 연계 인턴, 공공기관 투입 늘려야"

교육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전대넷은 학교에 머무르는 국가장학제도는 의미가 없다고 비판합니다. 김민정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정말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는 공공기관, 사기업 등과의 연계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재단과 학교 모두 돈이 장학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 성장할 수 있는 비전과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 바람과 달리, 근로장학생들이 학교 교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사적 업무 대행자로, 학교의 말단 부하 직원으로 왜곡된 상황. 한국장학재단은 각 학교에 전화를 돌려 청소 등 단순업무를 시키지 말라고 지시하는 데에 그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제시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연관 기사] ‘쓰레기통 비우고 설거지’…근로장학생이 잔심부름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01242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