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백신 접종 의무화’ 혼란…교민 사회 불안

입력 2022.07.08 (13:58) 수정 2022.07.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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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인 ‘시노백’ 본사(사진: 연합뉴스)중국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인 ‘시노백’ 본사(사진: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시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뒤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6일 베이징시는 11일부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오프라인 교육기관과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미술관 등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체육관과 공연장 등을 이용할 때도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시해야 합니다.

■ 베이징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발표 뒤 혼란

이 같은 갑작스런 발표에 중국 온라인을 중심으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초등학생도 접종을 해야하는지, 외국산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중국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하는지 등 질문이 잇따랐습니다. 중국 당국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외국산 백신의 중국 의료기관 접종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익명의 베이징 방역 당국자가 베이징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에 나섰습니다. 중국 국무원의 '코로나19 방역 방안' 최신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은 각자의 사정과 동의, 자율 원칙에 따른다'고 적시돼 있다면서, "엄격한 체온 측정과 72시간 내 PCR 검사 증명서를 제시하면 정상적으로 공공장소 출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의 답변인만큼 공식적 의견으로 볼 수 없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촌인 왕징의 PCR 검사소. 베이징은 72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사진: 조성원 기자)베이징의 한인 밀집촌인 왕징의 PCR 검사소. 베이징은 72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사진: 조성원 기자)

베이징의 백신 접종률은 기준 횟수를 넘긴 이른바 완전 접종률이 90%를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왜 뒤늦은 조치로 불안만 키우냐는 반발도 나옵니다. 가뜩이나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무관용)' 방역 정책으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베이징 교민 사회도 혼란·불안

외국인의 경우는 불안감이 더 큽니다. 중국산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입국하기 전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외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교민 사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에서 얀센 백신을 맞고 지난해 입국한 윤모 씨는 이대로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을지, 중국 백신을 추가로 맞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한국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는 접종증명서(COOV)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 같은 증명서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실제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받을까 우려합니다. 더욱이 증명서가 영어로 표기돼 있는 점도 중국에서는 불확실성을 키웁니다.

한국 질병관리청이 발행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이름과 접종 이력 등이 영어로 기재돼있다.한국 질병관리청이 발행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이름과 접종 이력 등이 영어로 기재돼있다.

이제와 중국산 시노팜 또는 시노백 백신을 맞으려 해도 외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이 중국산 백신을 교차 접종할 수 있을지 누구도 확답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임상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윤 씨는 베이징의 한 외국계 병원이 메시지를 통해 외국산 백신을 이미 맞았을 경우 중국산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베이징의 국제 병원인 허무지아 병원의 메시지 내용. 지금 중국산 백신을 맞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고 외국산 백신과 중국산 백신의 교차 접종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베이징의 국제 병원인 허무지아 병원의 메시지 내용. 지금 중국산 백신을 맞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고 외국산 백신과 중국산 백신의 교차 접종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가 차오양구의 한 백신 클리닉에 확인한 결과 해외에서 시노팜, 시노백을 맞았으면 집 근처 백신 접종 클리닉에서 베이징 젠캉바오(헬스키트)에 입력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젠캉바오는 시민들의 PCR 검사, 백신 접종 정보 등이 담긴 앱으로 대형 건물 등 공공장소 출입, 택시 승차 등에 필수적인 증명서입니다. 이 증명서를 활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백신 클리닉 관계자는 그러나 화이자, 모더나 등 외국산 백신은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문의하자 외국산 백신 접종 정보는 현재 젠캉바오 시스템에 입력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 주중한국대사관 "외국산 백신 접종자 등 문의했지만 구체적 답변 못 받아"

베이징의 한인 밀집촌, 왕징에 사는 또 다른 교민은 방학을 맞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는데 학원 측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요구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당장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 클리닉을 찾는 것도 문제고 2차 접종까지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어린 자녀가 중국 백신을 맞아도 괜찮을지도 솔직히 부모로서 걱정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은 건물이 아닌 후통(동네 골목)도 입구에서 젠캉바오(헬스키트) 정보를 확인한다. 정보를 확인받지 못하면 후통에 들어갈 수 없다.(사진: 조성원 기자)중국 베이징은 건물이 아닌 후통(동네 골목)도 입구에서 젠캉바오(헬스키트) 정보를 확인한다. 정보를 확인받지 못하면 후통에 들어갈 수 없다.(사진: 조성원 기자)

이에 대해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재 베이징시에 외국산 백신 접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병원이나 공항도 백신 접종 필수 시설인지 등을 문의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할 경우 문제가 없도록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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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8 13:58:20
    • 수정2022-07-08 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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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인 ‘시노백’ 본사(사진: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시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뒤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6일 베이징시는 11일부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오프라인 교육기관과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미술관 등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체육관과 공연장 등을 이용할 때도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시해야 합니다.

■ 베이징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발표 뒤 혼란

이 같은 갑작스런 발표에 중국 온라인을 중심으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초등학생도 접종을 해야하는지, 외국산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중국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하는지 등 질문이 잇따랐습니다. 중국 당국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외국산 백신의 중국 의료기관 접종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익명의 베이징 방역 당국자가 베이징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에 나섰습니다. 중국 국무원의 '코로나19 방역 방안' 최신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은 각자의 사정과 동의, 자율 원칙에 따른다'고 적시돼 있다면서, "엄격한 체온 측정과 72시간 내 PCR 검사 증명서를 제시하면 정상적으로 공공장소 출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의 답변인만큼 공식적 의견으로 볼 수 없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촌인 왕징의 PCR 검사소. 베이징은 72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사진: 조성원 기자)
베이징의 백신 접종률은 기준 횟수를 넘긴 이른바 완전 접종률이 90%를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왜 뒤늦은 조치로 불안만 키우냐는 반발도 나옵니다. 가뜩이나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무관용)' 방역 정책으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베이징 교민 사회도 혼란·불안

외국인의 경우는 불안감이 더 큽니다. 중국산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입국하기 전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외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교민 사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에서 얀센 백신을 맞고 지난해 입국한 윤모 씨는 이대로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을지, 중국 백신을 추가로 맞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한국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는 접종증명서(COOV)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 같은 증명서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실제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받을까 우려합니다. 더욱이 증명서가 영어로 표기돼 있는 점도 중국에서는 불확실성을 키웁니다.

한국 질병관리청이 발행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이름과 접종 이력 등이 영어로 기재돼있다.
이제와 중국산 시노팜 또는 시노백 백신을 맞으려 해도 외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이 중국산 백신을 교차 접종할 수 있을지 누구도 확답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임상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윤 씨는 베이징의 한 외국계 병원이 메시지를 통해 외국산 백신을 이미 맞았을 경우 중국산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베이징의 국제 병원인 허무지아 병원의 메시지 내용. 지금 중국산 백신을 맞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고 외국산 백신과 중국산 백신의 교차 접종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가 차오양구의 한 백신 클리닉에 확인한 결과 해외에서 시노팜, 시노백을 맞았으면 집 근처 백신 접종 클리닉에서 베이징 젠캉바오(헬스키트)에 입력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젠캉바오는 시민들의 PCR 검사, 백신 접종 정보 등이 담긴 앱으로 대형 건물 등 공공장소 출입, 택시 승차 등에 필수적인 증명서입니다. 이 증명서를 활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백신 클리닉 관계자는 그러나 화이자, 모더나 등 외국산 백신은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문의하자 외국산 백신 접종 정보는 현재 젠캉바오 시스템에 입력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 주중한국대사관 "외국산 백신 접종자 등 문의했지만 구체적 답변 못 받아"

베이징의 한인 밀집촌, 왕징에 사는 또 다른 교민은 방학을 맞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는데 학원 측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요구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당장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 클리닉을 찾는 것도 문제고 2차 접종까지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어린 자녀가 중국 백신을 맞아도 괜찮을지도 솔직히 부모로서 걱정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은 건물이 아닌 후통(동네 골목)도 입구에서 젠캉바오(헬스키트) 정보를 확인한다. 정보를 확인받지 못하면 후통에 들어갈 수 없다.(사진: 조성원 기자)
이에 대해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재 베이징시에 외국산 백신 접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병원이나 공항도 백신 접종 필수 시설인지 등을 문의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할 경우 문제가 없도록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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