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에 구호금 감소까지…우크라 전쟁에 극한 몰린 소말리아
입력 2022.07.10 (10:01)
수정 2022.07.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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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가뭄이 발생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기아 상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재난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올해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에는 4번 연속 우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4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식량 의존도가 높았던 소말리아는 식량난이 발생하고 구호금까지 줄어들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 식량난에 목숨 잃는 어린이들 "재난 수준"
CNN은 7일 영양실조로 자녀 세 명을 잃은 이자부 하산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가뭄으로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그녀의 4살, 5살 자녀는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산은 남은 자녀들을 살리기 위해 고향 부르하카바를 떠나 수도 모가디슈로 향했습니다. 15일간 16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가던 도중 2살 난 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울었다"고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길에 묻고 식량과 쉴 곳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CNN은 모가디슈의 국제적십자사 치료소에서 만난 그녀가 지쳐서 표정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18개월인 딸의 몸무게는 5kg을 넘기지 못했고,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로 진단됐습니다.
국제적십자사 선임 영양사인 무카타 마흐디는 지난달에만 이 같은 환자가 80% 늘었고, 특히 5살 이하 어린이에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인 사례는 265%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마흐디는 치료소에 이렇게 많은 영양실조 환자가 몰린 적이 없었다며, 재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외곽에 세워진 국내 실향민을 위한 난민 캠프의 모습
■ UN "영양실조로 사망한 5살 이하 어린이, 올해만 448명"
유엔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서 올해 영양실조로 숨진 5살 이하 어린이는 448명에 이릅니다. 하산의 딸처럼 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사망 사례를 고려하면, 실제 기아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는 더 많다고 구호단체들은 보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영양결핍 상태인 5살 이하 어린이가 150만 명에 이르고, 성인까지 포함하면 7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뭄과 기아를 피하려고 고향을 떠난 실향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일주일간 3만 6천 명이 난민캠프에 도착했습니다. 소말리아에서 올해 발생한 국내 실향민은 모두 80만 명에 이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실향민이 증가하는 속도를 구호 물자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난민 캠프도 물품이 부족해 적절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우크라 전쟁에 곡물 수입 중단, 구호금까지 감소
올해 소말리아의 기아가 극심해진 것은 악조건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쳤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가뭄으로 자체 식량 수급이 어려워진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으로 정부의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곡물 수입도 중단됐습니다. 소말리아는 밀 소비량의 92%를 두 나라로부터 수입해왔습니다. 곡물 수입이 끊기면서 일부 지역의 밀 가격은 두 배로 뛰었습니다.
지난달 29일 모가디슈에 있는 구호단체 ‘평화와 개발 행동’의 창고 모습. 물품이 부족해 창고가 비어있다.
기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는데 국제 원조는 도리어 감소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구호 활동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평화와 개발 행동'의 샤피시 알리 아흐메드는 "소말리아 원조는 대부분 서방 국가가 지원해왔는데, 요즘 이들의 관심은 우크라이나에 쏠렸다"고 AP통신에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엔에 따르면 올해 소말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금된 구호기금은 4억 3580만 달러로, 목표 금액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구호기금에는 17억 달러가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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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위기에 구호금 감소까지…우크라 전쟁에 극한 몰린 소말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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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10 10:01:13
- 수정2022-07-10 10:03:03
최악의 가뭄이 발생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기아 상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재난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올해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에는 4번 연속 우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4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식량 의존도가 높았던 소말리아는 식량난이 발생하고 구호금까지 줄어들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 식량난에 목숨 잃는 어린이들 "재난 수준"
CNN은 7일 영양실조로 자녀 세 명을 잃은 이자부 하산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가뭄으로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그녀의 4살, 5살 자녀는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산은 남은 자녀들을 살리기 위해 고향 부르하카바를 떠나 수도 모가디슈로 향했습니다. 15일간 16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가던 도중 2살 난 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울었다"고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길에 묻고 식량과 쉴 곳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CNN은 모가디슈의 국제적십자사 치료소에서 만난 그녀가 지쳐서 표정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18개월인 딸의 몸무게는 5kg을 넘기지 못했고,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로 진단됐습니다.
국제적십자사 선임 영양사인 무카타 마흐디는 지난달에만 이 같은 환자가 80% 늘었고, 특히 5살 이하 어린이에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인 사례는 265%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마흐디는 치료소에 이렇게 많은 영양실조 환자가 몰린 적이 없었다며, 재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 UN "영양실조로 사망한 5살 이하 어린이, 올해만 448명"
유엔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서 올해 영양실조로 숨진 5살 이하 어린이는 448명에 이릅니다. 하산의 딸처럼 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사망 사례를 고려하면, 실제 기아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는 더 많다고 구호단체들은 보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영양결핍 상태인 5살 이하 어린이가 150만 명에 이르고, 성인까지 포함하면 7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뭄과 기아를 피하려고 고향을 떠난 실향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일주일간 3만 6천 명이 난민캠프에 도착했습니다. 소말리아에서 올해 발생한 국내 실향민은 모두 80만 명에 이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실향민이 증가하는 속도를 구호 물자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난민 캠프도 물품이 부족해 적절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우크라 전쟁에 곡물 수입 중단, 구호금까지 감소
올해 소말리아의 기아가 극심해진 것은 악조건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쳤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가뭄으로 자체 식량 수급이 어려워진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으로 정부의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곡물 수입도 중단됐습니다. 소말리아는 밀 소비량의 92%를 두 나라로부터 수입해왔습니다. 곡물 수입이 끊기면서 일부 지역의 밀 가격은 두 배로 뛰었습니다.
기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는데 국제 원조는 도리어 감소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구호 활동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평화와 개발 행동'의 샤피시 알리 아흐메드는 "소말리아 원조는 대부분 서방 국가가 지원해왔는데, 요즘 이들의 관심은 우크라이나에 쏠렸다"고 AP통신에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엔에 따르면 올해 소말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금된 구호기금은 4억 3580만 달러로, 목표 금액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구호기금에는 17억 달러가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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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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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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