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2배 비싸게 산 ‘맹지’…알고 보니 이사 아내 땅

입력 2022.07.11 (21:53) 수정 2022.07.1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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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림농협이 최근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길도 없는 맹지를 사들였는데요,

감정평가액보다 두 배 정도 비싸게 사들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시 한림농협입니다.

건물 뒤편 자재센터와 농협주유소 사이, 풀이 우거지고 길이 없는 땅이 보입니다.

한림농협은 지난 3월 이곳 맹지 250㎡와 옆에 붙어 있는 공동소유 명의의 맹지 370㎡ 가운데 30㎡ 등 모두 280㎡를 사들였습니다.

매입 금액은 2억 5천만 원, 그런데 한림농협이 외부에 맡긴 감정평가 금액은 매입가의 절반인 1억 3천만 원 수준, 감정가보다 두 배 정도 가격에 맹지를 사들인 겁니다.

토지 매입을 심의한 한림농협 이사회 일부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이사/음성변조 : "살 이유가 없죠 급하게. 거기에 우리 사업할 것도 아니고. 거기에 우리 건물 지을 것도 아니고. 지금 사도 전혀 필요가 없는 땅입니다. 활용가치가 아무것도 없는 땅이에요. 현재로는."]

[◇◇◇/당시 이사/음성변조 : "가격을 많이 주고 샀다고 해도 감정가보다 10~20% 더 줬겠지 그 생각만 했어요."]

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두 맹지의 소유자는 현직 한림농협 이사의 아내였습니다.

이사에 선임된 시점이 농협이 땅을 사고 난 이후라고는 하지만. 해당 이사가 조합장과 오랜 지인 사이로 조합장이 주도해 땅을 샀다는 것이 다른 이사들의 얘기입니다.

[△△△/당시 이사/음성변조 : "이사 부인이 소유주더라고 나도 그건 나중에 안 거지. 나중에 보니까 그 이사가 조합장하고 측근 인사야."]

[◎◎◎/당시 이사/음성변조 : "조합장이 자기가 알아서 책임질 테니 믿어보라고 밀어붙여서 한 거라니까요. 회의록 열람해보세요. 우리 이사들이 무슨 권한이 있어서, 허수아비밖에 더 됩니까."]

이에 대해 한림농협은 경제타운과 주차장을 조성하려고 맹지를 매입했고, 맹지 주변에 있는 축협 부지도 나중에 매입하기로 논의돼 사들인 땅이 합쳐지면 지가도 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우진/한림농협 기획총무과 팀장 : "기본적으로 축협 부지 매입을 조건으로 (맹지를) 취득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니까 구매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축협은 땅을 팔아달라는 요청은 있었지만, 실제 팔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주축협 관계자/음성변조 : "(축협 쪽에서 부지를 한림농협에 매각하겠다 이런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는지.) 아니, 그런 사실 없습니다."]

맹지를 감정가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게 사들이면서 나중에 추가 매입하겠다는 주변 땅값도 오를 수밖에 없어 농협 스스로 재정 부담을 키운 꼴이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차성준 조합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매각이 이뤄졌다면서도, 공식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차 조합장의 지인인 해당 이사는 아내의 맹지 매각과 관련해 관여한 적 없고, 차 조합장과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고성호/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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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이 2배 비싸게 산 ‘맹지’…알고 보니 이사 아내 땅
    • 입력 2022-07-11 21:53:52
    • 수정2022-07-11 21:58:34
    뉴스9(제주)
[앵커]

한림농협이 최근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길도 없는 맹지를 사들였는데요,

감정평가액보다 두 배 정도 비싸게 사들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시 한림농협입니다.

건물 뒤편 자재센터와 농협주유소 사이, 풀이 우거지고 길이 없는 땅이 보입니다.

한림농협은 지난 3월 이곳 맹지 250㎡와 옆에 붙어 있는 공동소유 명의의 맹지 370㎡ 가운데 30㎡ 등 모두 280㎡를 사들였습니다.

매입 금액은 2억 5천만 원, 그런데 한림농협이 외부에 맡긴 감정평가 금액은 매입가의 절반인 1억 3천만 원 수준, 감정가보다 두 배 정도 가격에 맹지를 사들인 겁니다.

토지 매입을 심의한 한림농협 이사회 일부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이사/음성변조 : "살 이유가 없죠 급하게. 거기에 우리 사업할 것도 아니고. 거기에 우리 건물 지을 것도 아니고. 지금 사도 전혀 필요가 없는 땅입니다. 활용가치가 아무것도 없는 땅이에요. 현재로는."]

[◇◇◇/당시 이사/음성변조 : "가격을 많이 주고 샀다고 해도 감정가보다 10~20% 더 줬겠지 그 생각만 했어요."]

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두 맹지의 소유자는 현직 한림농협 이사의 아내였습니다.

이사에 선임된 시점이 농협이 땅을 사고 난 이후라고는 하지만. 해당 이사가 조합장과 오랜 지인 사이로 조합장이 주도해 땅을 샀다는 것이 다른 이사들의 얘기입니다.

[△△△/당시 이사/음성변조 : "이사 부인이 소유주더라고 나도 그건 나중에 안 거지. 나중에 보니까 그 이사가 조합장하고 측근 인사야."]

[◎◎◎/당시 이사/음성변조 : "조합장이 자기가 알아서 책임질 테니 믿어보라고 밀어붙여서 한 거라니까요. 회의록 열람해보세요. 우리 이사들이 무슨 권한이 있어서, 허수아비밖에 더 됩니까."]

이에 대해 한림농협은 경제타운과 주차장을 조성하려고 맹지를 매입했고, 맹지 주변에 있는 축협 부지도 나중에 매입하기로 논의돼 사들인 땅이 합쳐지면 지가도 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우진/한림농협 기획총무과 팀장 : "기본적으로 축협 부지 매입을 조건으로 (맹지를) 취득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니까 구매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축협은 땅을 팔아달라는 요청은 있었지만, 실제 팔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주축협 관계자/음성변조 : "(축협 쪽에서 부지를 한림농협에 매각하겠다 이런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는지.) 아니, 그런 사실 없습니다."]

맹지를 감정가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게 사들이면서 나중에 추가 매입하겠다는 주변 땅값도 오를 수밖에 없어 농협 스스로 재정 부담을 키운 꼴이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차성준 조합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매각이 이뤄졌다면서도, 공식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차 조합장의 지인인 해당 이사는 아내의 맹지 매각과 관련해 관여한 적 없고, 차 조합장과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고성호/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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