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항 어선 화재 후 물고기 집단 폐사…‘선박 유출 기름’ 때문?

입력 2022.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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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바다 가두리 낚시터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물 위에 떠올라 있다. 시청자 제공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바다 가두리 낚시터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물 위에 떠올라 있다. 시청자 제공

지난 7일 제주시 한림항에서 발생한 어선 연쇄 화재 사고 이후, 인근 마을 포구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제주시와 해경 등이 집단 폐사 원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관계 당국은 한림항 어선 사고 화재와의 연관성 유무를 살필 예정입니다.

■ "하룻밤 새 물고기 200kg 거의 떼죽음…낚시터엔 기름 냄새"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에서 바다 가두리 낚시터를 운영하는 김수완 씨는 어제(11일) 낮, 낚시터로 출근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김 씨의 눈 앞에 펼쳐진 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수면 위로 둥둥 떠 있는 물고기 수십 마리. 체험낚시장에 풀어놓은 바닷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 7일 한림항 화재 당시, 바람을 타고 까만 연기가 많이 날아와서 그 이후로도 손님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난 주말까지는 받은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나흘간 문을 닫았다가, 어제(11일) 낮 첫 손님을 받을 예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체험낚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물고기가 무더기로 죽어가는 광경이 처음 포착된 건 그제(10일) 오후 4시쯤부터. 다음 날 예약 손님을 맞을 준비 차 직원들이 낚시터로 나왔다가, 물고기 30여 마리가 하얗게 배를 까뒤집고 둥둥 떠오른 채 죽어있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김 씨는 직원으로부터 이 같은 상황을 공유받고, 죽은 물고기를 모두 뜰채로 건져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낚시터로 출근한 직원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전날보다 배 이상 많은 물고기가 죽은 채, 수면 위로 둥둥 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체험낚시용으로 키우던 돌돔과 참돔, 우럭, 쥐치, 전갱이 등 물고기 200kg 대부분이 하루 새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바다 가두리 낚시터에서 집단 폐사한 물고기.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바다 가두리 낚시터에서 집단 폐사한 물고기.

김 씨는 "가두리 낚시터에 담아 둔 물고기가 약 90% 이상은 다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년간 낚시터를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확한 폐사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오늘도 낚시터 일대에서 기름 냄새가 나는 데다 기름이 물 위로 둥둥 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항구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한 2차 피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날 이 가두리 낚시터에서 낚시 체험을 할 예정이었던 손님은 모두 22팀, 90여 명이나 됐지만 갑작스런 물고기 폐사로 인해 당분간 영업을 중단해야 할 처지입니다.

■ 바람·조류 타고…화재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띠가 이동?

제주시 한림항 화재 현장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마을 포구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km 남짓입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는 최근까지 남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래픽=박미나그래픽=박미나

주민들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기름띠가 해류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일대를 둘러보니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가두리 낚시터 밖 방파제 주변으로도 허연 기름과 함께, 연안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죽은 채 떠 있는 모습이 여럿 확인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 한림항 어선 화재 사고로 선박 기름이 유출되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화재 사고 당시 불탄 선박 3척에는 2만 4천 리터가 넘는 경유가 적재되어 있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습니다.


현재 사고 선체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한림항 일대에는 방제작업을 거쳤음에도, 기름 등 각종 오염물질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한림읍 수원리에 사는 한 주민은 "수시로 산책도 다니고, 운동하거나 한 번씩 발도 담그는 곳이다. 낚시할 땐 바닷속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청정 바다"라면서 "기름이라곤 한 번도 없었는데, 최근 한림항 사고가 난 뒤 그제(10일)부터 바다가 급격히 탁해지더니, 기름이 유입되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기름띠가 조류를 따라 흘러가면서, 한림읍 북쪽 먼 포구에서까지 관찰되고 있다며, 피해가 확산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주민은 "(한림항에) 기름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기름이 계속 바람과 조류를 따라서 여기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여기뿐만이 아니고 다른 해안 마을 포구까지도 기름이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바다에 유막 생기면 산소 공급 차단…호흡곤란으로 폐사"

한림읍 수원리 마을 포구 주변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전문가는 "(선박 사고와의) 개연성은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바다에 유막이 있으면 바다에 산소 공급이 차단돼,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된다"면서 "즉, 물고기가 호흡 곤란으로 폐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류 집단 폐사 현장에서 관찰된 기름이 이번 한림항 어선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기름인지는, "정확한 성분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주해경과 제주시 등은 이번 마을 어장 물고기 집단 폐사와 한림항 어선 사고 화재와의 연관성 유무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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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림항 어선 화재 후 물고기 집단 폐사…‘선박 유출 기름’ 때문?
    • 입력 2022-07-12 07:00:10
    취재K
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바다 가두리 낚시터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물 위에 떠올라 있다. 시청자 제공
지난 7일 제주시 한림항에서 발생한 어선 연쇄 화재 사고 이후, 인근 마을 포구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제주시와 해경 등이 집단 폐사 원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관계 당국은 한림항 어선 사고 화재와의 연관성 유무를 살필 예정입니다.

■ "하룻밤 새 물고기 200kg 거의 떼죽음…낚시터엔 기름 냄새"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에서 바다 가두리 낚시터를 운영하는 김수완 씨는 어제(11일) 낮, 낚시터로 출근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김 씨의 눈 앞에 펼쳐진 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수면 위로 둥둥 떠 있는 물고기 수십 마리. 체험낚시장에 풀어놓은 바닷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 7일 한림항 화재 당시, 바람을 타고 까만 연기가 많이 날아와서 그 이후로도 손님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난 주말까지는 받은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나흘간 문을 닫았다가, 어제(11일) 낮 첫 손님을 받을 예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체험낚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물고기가 무더기로 죽어가는 광경이 처음 포착된 건 그제(10일) 오후 4시쯤부터. 다음 날 예약 손님을 맞을 준비 차 직원들이 낚시터로 나왔다가, 물고기 30여 마리가 하얗게 배를 까뒤집고 둥둥 떠오른 채 죽어있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김 씨는 직원으로부터 이 같은 상황을 공유받고, 죽은 물고기를 모두 뜰채로 건져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낚시터로 출근한 직원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전날보다 배 이상 많은 물고기가 죽은 채, 수면 위로 둥둥 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체험낚시용으로 키우던 돌돔과 참돔, 우럭, 쥐치, 전갱이 등 물고기 200kg 대부분이 하루 새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바다 가두리 낚시터에서 집단 폐사한 물고기.
김 씨는 "가두리 낚시터에 담아 둔 물고기가 약 90% 이상은 다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년간 낚시터를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확한 폐사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오늘도 낚시터 일대에서 기름 냄새가 나는 데다 기름이 물 위로 둥둥 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항구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한 2차 피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날 이 가두리 낚시터에서 낚시 체험을 할 예정이었던 손님은 모두 22팀, 90여 명이나 됐지만 갑작스런 물고기 폐사로 인해 당분간 영업을 중단해야 할 처지입니다.

■ 바람·조류 타고…화재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띠가 이동?

제주시 한림항 화재 현장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마을 포구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km 남짓입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는 최근까지 남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래픽=박미나
주민들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기름띠가 해류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일대를 둘러보니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가두리 낚시터 밖 방파제 주변으로도 허연 기름과 함께, 연안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죽은 채 떠 있는 모습이 여럿 확인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 한림항 어선 화재 사고로 선박 기름이 유출되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화재 사고 당시 불탄 선박 3척에는 2만 4천 리터가 넘는 경유가 적재되어 있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습니다.


현재 사고 선체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한림항 일대에는 방제작업을 거쳤음에도, 기름 등 각종 오염물질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한림읍 수원리에 사는 한 주민은 "수시로 산책도 다니고, 운동하거나 한 번씩 발도 담그는 곳이다. 낚시할 땐 바닷속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청정 바다"라면서 "기름이라곤 한 번도 없었는데, 최근 한림항 사고가 난 뒤 그제(10일)부터 바다가 급격히 탁해지더니, 기름이 유입되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기름띠가 조류를 따라 흘러가면서, 한림읍 북쪽 먼 포구에서까지 관찰되고 있다며, 피해가 확산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주민은 "(한림항에) 기름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기름이 계속 바람과 조류를 따라서 여기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여기뿐만이 아니고 다른 해안 마을 포구까지도 기름이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바다에 유막 생기면 산소 공급 차단…호흡곤란으로 폐사"

한림읍 수원리 마을 포구 주변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전문가는 "(선박 사고와의) 개연성은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바다에 유막이 있으면 바다에 산소 공급이 차단돼,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된다"면서 "즉, 물고기가 호흡 곤란으로 폐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류 집단 폐사 현장에서 관찰된 기름이 이번 한림항 어선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기름인지는, "정확한 성분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주해경과 제주시 등은 이번 마을 어장 물고기 집단 폐사와 한림항 어선 사고 화재와의 연관성 유무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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