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코스닥개미귀신][취재후] 코스닥 개미귀신, 이것만 알면 찾는다!

입력 2022.07.12 (08:00) 수정 2022.09.20 (15: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시사기획 창을 통해 방송된 <코스닥 개미귀신>은 무자본 M&A가 회사 직원, 주주는 물론 우리 자본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코스닥 상장사 (주)좋은사람들 이종현 대표이사 사례를 통해 고발했습니다. 사채를 빌려 (주)좋은사람들 경영권을 확보한 이 대표는 350억 원의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코스닥 상장사 1,500여 곳을 언론사 최초로 전수 조사해, '코스닥 상장사 104곳, 7% 정도가 무자본 M&A가 의심된다'는 결과를 도출해 공개했습니다. 무자본 M&A 추정 세력 규모가 언론에 의해 분석돼 공개된 것은 처음입니다.

<코스닥 개미귀신>은 7월 12일 현재 유튜브 영상 조회 수 22만 회를 기록 중이고 900개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중에는 후속 보도를 원한다는 내용이 많았고 제보를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이런저런 궁금한 점을 여쭤보신 분들이 있어 답변을 정리합니다.

■ "'무자본 M&A 의심 기업' 공개 가능한가요?"

"현시점 기준으로 무자본 M&A 필터 기준에 걸리는 코스닥 104개 기업을 공개했으면 좋겠네요." (닉네임 '일상의 모든 것')
"코스닥을 전수조사해 일일이 빈도분석을 했군요. 굉장하네요. 수고하셨고 104개 명단 좀…. ㅎㅎ"(닉네임 'Gom 8')

무자본 M&A 의심 기업 104곳이 어디인지 알려달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작진의 목표 역시 업체명 공개였지만, 결국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업체명까지 공개하려면 법원 판결을 통해 불공정 거래 혐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거나, (주)좋은사람들 사례처럼 경찰 수사라도 진행 중이어야 하는데 현재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이런 경우는 드뭅니다.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이 없어서 라기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이 아직까지 개별 기업에 닿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또, 취재진이 기준으로 삼은 무자본 M&A 의심 기업 지수가 높을수록 무자본 M&A 됐을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무자본 M&A가 확실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최소한 현 최대주주의 기업 인수 자금의 출처와 회사 자금에 대한 최대주주의 사적 이익 챙기기 사례를 추가 취재해야 하는데 취재 종료 시점을 기약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무자본 M&A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의심 기업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공개해 경각심을 높이고, 개별 종목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들에게 맡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코스닥 개미귀신>을 보고 무자본 M&A의 폐해를 알게 된 투자자라면, 현재 보유 중인 종목을 취재진이 제시한 6가지 기준으로 한 번쯤은 분석해 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 "의심 기업 판별 기준, 어떻게 정했나요?"

"관련 전문 지식 및 경험이 현직 종사자보다 떨어지면서 마음대로 기준 지어서 얘기하는 게 화가 나네. 세무사나 회계사한테 가서 자문을 구해라." (닉네임 '모네기')


취재진이 제시한 무자본 M&A 판별 기준 여섯 개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분도 있었습니다. <코스닥 개미귀신>에서도 간단히 언급됐지만, 이 기준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무자본 M&A 기업 판별 기준을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세무사이자 회계사인 충북대 최병철 교수를 비롯해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러 전문가의 검증을 거쳤습니다.

거래소와 금감원의 무자본 M&A 기업 판별 주요 기준은 각각 아래와 같은데, 대부분이 KBS 기준에 포함돼 있단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거래소 기준 ④번은 특정 계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최종 확인할 수 있어 KBS 기준에서는 뺐습니다. 금감원 기준 ④번은 KBS 기준 ⑥번으로 반영했습니다. 금감원 기준 ⑤의 경우 '주가 급등'에서 '급등'의 기준이 불명확할 수 있어 제외했습니다. 정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시청자 누구든 언제든지 적용해 볼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에, 가급적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한국거래소 기준]
①경영권 변경
②신사업 진출 발표
③유상증자 시행 및 전환사채 발행, 유출
④주가 급등 시 최대주주의 주식 대량 매도

[금융감독원 기준]
①잦은 경영권 변경
②잦은 사명 변경
③신사업 진출 발표
④유상증자 등을 공시하면서 납입 기일 등을 수시로 변경
⑤경영권 변경 후 주가 급등

한편, KBS 기준 ⑤번은 '확실한 무자본 M&A'를 가려내기 위해 포함 시켰습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대규모 담보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회사 경영권 유지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더 급하다는 뜻으로 웬만한 회사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 일 입니다. 무자본 M&A 세력 입장에서 보자면, 계획에 차질이 생겨 현금 흐름이 어딘가에서 막혔다는 뜻으로 무자본 M&A가 실패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담보 계약이 '체결'된 경우가 아니라 '담보권이 실행'된 경우에만 기준 ⑤에 해당한다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봤습니다. '체결된 경우'로 집계하면 6개 기준 가운데 4개 이상 해당돼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기업의 수는 현재 104개에서 122개로 늘어납니다.

■ "의심 기업 확인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KBS의 기준들은 무자본 M&A 세력 입장에서는 기준 ⑤를 빼면 일종의 '표준 메뉴얼' 같은 것입니다. 당장은 기준 한두 개가 빠질 수도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다 해당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트 홈페이지. 종목명 입력, 보고서명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무자본 M&A 의심 기업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다트 홈페이지. 종목명 입력, 보고서명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무자본 M&A 의심 기업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대주주 변경의 경우, 공시 통합 검색에서 보고서명에 '최대주주 변경'을 입력, 검색 결과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KBS는 5년 내 2회 이상 바뀐 경우만 1점을 부여했습니다.

유상증자의 경우 보고서명에 '증권 발행'을 입력하면 관련 공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 목차에 나오는 '회사의 연혁'을 보면 기준 ①, ②, ③을 한꺼번에 찾을 수도 있습니다.

'유행 사업 추진' 항목 확인을 위해서는 법인 등기부 등본을 보면 됩니다. 새 사업을 추진하려면 회사 정관 가운데 '사업 목적'을 추가해야 하고 그 결과는 법인 등기부 등본 '목적'란에 나옵니다.

취재진은 지난 5년 사이 최대주주 변경 이후 추가된 업종이 1) 업체의 원래 업종이 아니면서, 2) '유행 사업' 중 하나에 해당하는지를 따졌습니다. '유행 사업'은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게임, 코로나 19, 로봇 및 AI로 정해 한 종목, 한 종목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바이오 업종의 특징을 설명하는 명지대 박정호 특임교수바이오 업종의 특징을 설명하는 명지대 박정호 특임교수

■ "또 다른 확인법이 있을까요?"

무자본 M&A된 회사는 유행 사업을 전담하는 외부 비상장 법인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상장 법인의 실소유주를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만약, 비상장 법인 실소유주가 현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현재 임원 중 한 명이라면 무자본 M&A 세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자 사업이 계획한 대로 안 돼 전액 손실 처리될 경우 투자금은 최대주주 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사업보고서에서 '출자 현황'으로 검색하면 출자 회사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가 바뀐 다음 대여금 혹은 선급금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도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업보고서 검색 기능을 통해 '대여금'으로 검색하면 대여금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 매매 시, 수급이나 차트에 대한 기술적 분석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자본 M&A 세력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사업보고서가 더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아울러 1) 물적 분할 같은 관련 이벤트도 없는데, 2) 회사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는 주 사업 분야와 상관없는, 유행 업종을 연상시키는 회사 이름으로 기업명이 바뀌는 경우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자본 M&A 세력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대주주 변경 횟수와 최대주주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코스닥 개미귀신> 방송 이후 금감원은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기업일수록 상장폐지나 관리 종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투자자 주의를 당부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KBS 탐사보도부 분석 결과,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코스닥 상장사 104곳은 지난 5년 동안 최대주주가 3.7회 변경됐다.KBS 탐사보도부 분석 결과,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코스닥 상장사 104곳은 지난 5년 동안 최대주주가 3.7회 변경됐다.

■ "무자본 M&A, 주가와 관련성은 없나요?"

많은 분이 무자본 M&A된 기업의 주가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고 매도를 통한 차익 실현이 주요 수법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 조종을 통한 주가 부양 가능성이 클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세 조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무자본M&A 의심 기업을 따로 관리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입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집계한 결과, 104개 무자본 M&A 의심 종목 가운데 98곳이 1단계 경보인 ‘투자주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그중 48곳은 10번에서 20번 사이, 10곳은 스무 번 넘게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55곳은 2단계인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무자본 M&A 의심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이 5월 말 종가 기준 천억 원대 안팎으로 분석됐는데 이 역시 시세 조종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특정 계좌를 통한 대규모 매집이 가능하면서도,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을 때 최대주주의 매도 물량을 떠안을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종목들 말입니다.

무자본 M&A 의심 기업 104곳 대부분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무자본 M&A 의심 기업 104곳 대부분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자본 M&A 근절 대책은 무엇인가요?"

무자본 M&A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을 '약한 처벌 조항'에서 찾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무자본 M&A의 불법성은 형법(업무상 횡령·배임)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부정거래,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금지 조항을 통해 입증 및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스닥 개미귀신>에서도 일부 다뤘듯, 형사 절차의 경우 엄격한 입증 책임이 요구돼 수사나 소송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이전, 금융위원회의 심의·의결에만도 1년 가까이 소요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불공정 거래에 대해 부당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보다 많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 국회에서 추진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지난 1월에는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게 하는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 같다. 금융 관련 범죄가 치밀하고 지능화하는 만큼 형법의 공백을 메우는 법안들이 이번에는 꼭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수사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탐사K][코스닥개미귀신][취재후] 코스닥 개미귀신, 이것만 알면 찾는다!
    • 입력 2022-07-12 08:00:18
    • 수정2022-09-20 15:12:34
    취재후·사건후

지난달 21일 시사기획 창을 통해 방송된 <코스닥 개미귀신>은 무자본 M&A가 회사 직원, 주주는 물론 우리 자본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코스닥 상장사 (주)좋은사람들 이종현 대표이사 사례를 통해 고발했습니다. 사채를 빌려 (주)좋은사람들 경영권을 확보한 이 대표는 350억 원의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코스닥 상장사 1,500여 곳을 언론사 최초로 전수 조사해, '코스닥 상장사 104곳, 7% 정도가 무자본 M&A가 의심된다'는 결과를 도출해 공개했습니다. 무자본 M&A 추정 세력 규모가 언론에 의해 분석돼 공개된 것은 처음입니다.

<코스닥 개미귀신>은 7월 12일 현재 유튜브 영상 조회 수 22만 회를 기록 중이고 900개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중에는 후속 보도를 원한다는 내용이 많았고 제보를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이런저런 궁금한 점을 여쭤보신 분들이 있어 답변을 정리합니다.

■ "'무자본 M&A 의심 기업' 공개 가능한가요?"

"현시점 기준으로 무자본 M&A 필터 기준에 걸리는 코스닥 104개 기업을 공개했으면 좋겠네요." (닉네임 '일상의 모든 것')
"코스닥을 전수조사해 일일이 빈도분석을 했군요. 굉장하네요. 수고하셨고 104개 명단 좀…. ㅎㅎ"(닉네임 'Gom 8')

무자본 M&A 의심 기업 104곳이 어디인지 알려달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작진의 목표 역시 업체명 공개였지만, 결국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업체명까지 공개하려면 법원 판결을 통해 불공정 거래 혐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거나, (주)좋은사람들 사례처럼 경찰 수사라도 진행 중이어야 하는데 현재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이런 경우는 드뭅니다.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이 없어서 라기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이 아직까지 개별 기업에 닿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또, 취재진이 기준으로 삼은 무자본 M&A 의심 기업 지수가 높을수록 무자본 M&A 됐을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무자본 M&A가 확실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최소한 현 최대주주의 기업 인수 자금의 출처와 회사 자금에 대한 최대주주의 사적 이익 챙기기 사례를 추가 취재해야 하는데 취재 종료 시점을 기약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무자본 M&A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의심 기업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공개해 경각심을 높이고, 개별 종목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들에게 맡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코스닥 개미귀신>을 보고 무자본 M&A의 폐해를 알게 된 투자자라면, 현재 보유 중인 종목을 취재진이 제시한 6가지 기준으로 한 번쯤은 분석해 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 "의심 기업 판별 기준, 어떻게 정했나요?"

"관련 전문 지식 및 경험이 현직 종사자보다 떨어지면서 마음대로 기준 지어서 얘기하는 게 화가 나네. 세무사나 회계사한테 가서 자문을 구해라." (닉네임 '모네기')


취재진이 제시한 무자본 M&A 판별 기준 여섯 개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분도 있었습니다. <코스닥 개미귀신>에서도 간단히 언급됐지만, 이 기준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무자본 M&A 기업 판별 기준을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세무사이자 회계사인 충북대 최병철 교수를 비롯해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러 전문가의 검증을 거쳤습니다.

거래소와 금감원의 무자본 M&A 기업 판별 주요 기준은 각각 아래와 같은데, 대부분이 KBS 기준에 포함돼 있단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거래소 기준 ④번은 특정 계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최종 확인할 수 있어 KBS 기준에서는 뺐습니다. 금감원 기준 ④번은 KBS 기준 ⑥번으로 반영했습니다. 금감원 기준 ⑤의 경우 '주가 급등'에서 '급등'의 기준이 불명확할 수 있어 제외했습니다. 정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시청자 누구든 언제든지 적용해 볼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에, 가급적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한국거래소 기준]
①경영권 변경
②신사업 진출 발표
③유상증자 시행 및 전환사채 발행, 유출
④주가 급등 시 최대주주의 주식 대량 매도

[금융감독원 기준]
①잦은 경영권 변경
②잦은 사명 변경
③신사업 진출 발표
④유상증자 등을 공시하면서 납입 기일 등을 수시로 변경
⑤경영권 변경 후 주가 급등

한편, KBS 기준 ⑤번은 '확실한 무자본 M&A'를 가려내기 위해 포함 시켰습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대규모 담보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회사 경영권 유지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더 급하다는 뜻으로 웬만한 회사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 일 입니다. 무자본 M&A 세력 입장에서 보자면, 계획에 차질이 생겨 현금 흐름이 어딘가에서 막혔다는 뜻으로 무자본 M&A가 실패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담보 계약이 '체결'된 경우가 아니라 '담보권이 실행'된 경우에만 기준 ⑤에 해당한다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봤습니다. '체결된 경우'로 집계하면 6개 기준 가운데 4개 이상 해당돼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기업의 수는 현재 104개에서 122개로 늘어납니다.

■ "의심 기업 확인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KBS의 기준들은 무자본 M&A 세력 입장에서는 기준 ⑤를 빼면 일종의 '표준 메뉴얼' 같은 것입니다. 당장은 기준 한두 개가 빠질 수도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다 해당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트 홈페이지. 종목명 입력, 보고서명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무자본 M&A 의심 기업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대주주 변경의 경우, 공시 통합 검색에서 보고서명에 '최대주주 변경'을 입력, 검색 결과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KBS는 5년 내 2회 이상 바뀐 경우만 1점을 부여했습니다.

유상증자의 경우 보고서명에 '증권 발행'을 입력하면 관련 공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 목차에 나오는 '회사의 연혁'을 보면 기준 ①, ②, ③을 한꺼번에 찾을 수도 있습니다.

'유행 사업 추진' 항목 확인을 위해서는 법인 등기부 등본을 보면 됩니다. 새 사업을 추진하려면 회사 정관 가운데 '사업 목적'을 추가해야 하고 그 결과는 법인 등기부 등본 '목적'란에 나옵니다.

취재진은 지난 5년 사이 최대주주 변경 이후 추가된 업종이 1) 업체의 원래 업종이 아니면서, 2) '유행 사업' 중 하나에 해당하는지를 따졌습니다. '유행 사업'은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게임, 코로나 19, 로봇 및 AI로 정해 한 종목, 한 종목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바이오 업종의 특징을 설명하는 명지대 박정호 특임교수
■ "또 다른 확인법이 있을까요?"

무자본 M&A된 회사는 유행 사업을 전담하는 외부 비상장 법인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상장 법인의 실소유주를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만약, 비상장 법인 실소유주가 현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현재 임원 중 한 명이라면 무자본 M&A 세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자 사업이 계획한 대로 안 돼 전액 손실 처리될 경우 투자금은 최대주주 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사업보고서에서 '출자 현황'으로 검색하면 출자 회사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가 바뀐 다음 대여금 혹은 선급금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도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업보고서 검색 기능을 통해 '대여금'으로 검색하면 대여금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 매매 시, 수급이나 차트에 대한 기술적 분석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자본 M&A 세력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사업보고서가 더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아울러 1) 물적 분할 같은 관련 이벤트도 없는데, 2) 회사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는 주 사업 분야와 상관없는, 유행 업종을 연상시키는 회사 이름으로 기업명이 바뀌는 경우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자본 M&A 세력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대주주 변경 횟수와 최대주주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코스닥 개미귀신> 방송 이후 금감원은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기업일수록 상장폐지나 관리 종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투자자 주의를 당부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KBS 탐사보도부 분석 결과,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코스닥 상장사 104곳은 지난 5년 동안 최대주주가 3.7회 변경됐다.
■ "무자본 M&A, 주가와 관련성은 없나요?"

많은 분이 무자본 M&A된 기업의 주가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고 매도를 통한 차익 실현이 주요 수법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 조종을 통한 주가 부양 가능성이 클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세 조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무자본M&A 의심 기업을 따로 관리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입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집계한 결과, 104개 무자본 M&A 의심 종목 가운데 98곳이 1단계 경보인 ‘투자주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그중 48곳은 10번에서 20번 사이, 10곳은 스무 번 넘게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55곳은 2단계인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무자본 M&A 의심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이 5월 말 종가 기준 천억 원대 안팎으로 분석됐는데 이 역시 시세 조종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특정 계좌를 통한 대규모 매집이 가능하면서도,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을 때 최대주주의 매도 물량을 떠안을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종목들 말입니다.

무자본 M&A 의심 기업 104곳 대부분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자본 M&A 근절 대책은 무엇인가요?"

무자본 M&A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을 '약한 처벌 조항'에서 찾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무자본 M&A의 불법성은 형법(업무상 횡령·배임)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부정거래,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금지 조항을 통해 입증 및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스닥 개미귀신>에서도 일부 다뤘듯, 형사 절차의 경우 엄격한 입증 책임이 요구돼 수사나 소송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이전, 금융위원회의 심의·의결에만도 1년 가까이 소요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불공정 거래에 대해 부당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보다 많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 국회에서 추진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지난 1월에는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게 하는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 같다. 금융 관련 범죄가 치밀하고 지능화하는 만큼 형법의 공백을 메우는 법안들이 이번에는 꼭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수사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