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해 단톡방 공유”…인권위 진정

입력 2022.07.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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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성매매 단속 도중 영장 없이 알몸을 촬영 당한 여성이 "경찰의 위법 수사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등은 오늘(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습니다.

단체들은 "경찰이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알몸을 촬영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불법 촬영을 중단하고 촬영물을 영구 삭제·폐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A씨 "단톡방에 공유된 알몸 사진…불안과 공포, 모멸감 느껴 "

A씨에 따르면, 올해 3월 남성 경찰 3명이 A씨가 있는 원룸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습니다. 서울경찰청과 송파경찰서, 방배경찰서의 성매매 합동 단속반이었습니다. 경찰은 들어오자마자 휴대전화 카메라로 A 씨와, 떨어져 앉아있던 남성의 알몸 사진을 연속해서 찍었습니다. A씨가 사진 촬영에 항의했지만, 몸을 가릴 틈도 없이 경찰은 사진부터 찍고서 공무원증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A씨는 자신의 알몸 사진이 합동단속팀의 단체대화방에 공유된 사실을 조사를 받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A씨의 항의에, 경찰은 알몸 사진은 수사 자료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변호사는 경찰이 이 사진을 사건 발생 12일 뒤까지 수사기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추가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A씨에게 "단톡방에서 사진을 지웠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강제로 촬영된 자신의 알몸 사진이 유포된 것은 아닌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서에 "그 사진이 어딘가에서 나돌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모멸감이 듭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자백 강요하려 과잉 수사"…영장 없는 촬영도 논란

단체들은 이 같은 경찰의 알몸 촬영이 적법한 수사와 채증 활동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혐의를 입증하는데 알몸 사진이 유일한 방법이 아닌데도, 경찰이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겁니다. 성매매 사건에서 혐의 입증은 방 안에 있던 피임기구나 물품을 촬영한 사진으로 가능하고, 알몸 상태로 있었다는 정황은 경찰이 수사보고서에 기재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욱이 원룸 안에 경찰 3명이 있는 상태여서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도, 몸을 가릴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촬영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경찰 수사는 필요 최소한의 인권 침해에 그쳐야 하는데, 경찰의 불법 촬영으로 A씨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경찰이 알몸을 촬영한 것은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관행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씨에게 경찰이 "다 찍혔으니까 빨리 (진술서) 쓰고 끝내자"라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겁니다. 단체들은 "성매매 여성이라고 해도 강제 촬영을 당했을 때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서, 불법촬영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이 언론 브리핑에서 공개한 성매매 단속 현장 영상 모습. (기사와 연관 없는 KBS 자료화면)경찰이 언론 브리핑에서 공개한 성매매 단속 현장 영상 모습. (기사와 연관 없는 KBS 자료화면)

A씨 측은 영장 없이 신체를 촬영한 점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피의자의 신체를 촬영할 때 영장이 있어야 적법하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온 점을 강조했습니다. 성매매 알선 등의 사건에서 "사전 영장 없이 사진을 촬영한 경우에는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고, 영장 없이 촬영한 채증 사진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판단한 판결도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경찰은 위법한 수사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관계자는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현장 채증은 영장 없이 가능하다"면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은 다른 압수물이 있을 때 청구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해당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해당 사진은 단속 7일 뒤 수사기록에 정식으로 포함되었다"면서 피의자가 여러 명인 사건이어서 수사기록 작성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경찰, 삭제했다지만…단속 채증자료 관리 부실 우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경찰청 내부 메신저가 아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이용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동시다발로 여러 팀의 단속 현황을 실시간으로 지휘하기 위해 편의상 이용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단톡방에는 단속 경찰 15명이 있었는데 여경 2명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단톡방은 단속 이후 탈퇴로 없어졌고, 현장 사진은 시경 내부 지침에 따라 사건을 송치할 때 삭제·폐기했고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신체를 촬영한 사진은 무엇보다 민감한 개인 정보이고, 단체대화방의 디지털 사진은 손쉽게 전송되거나 저장될 우려가 있습니다. 자칫 인터넷 등을 통해 유출되면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A씨를 대리하는 공익인권법센터 공감의 김지혜 변호사는 "경찰은 집회와 시위, 집단 민원 현장에서 채증 활동에 대해서만 예규(행정규칙)를 두고 있는데, 성매매 단속의 채증 활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집회와 시위 등의 현장의 경우, 경찰은 '채증활동규칙'에 따라 채증을 시작할 때 당사자에게 촬영을 알려야 합니다. 또 채증 자료는 주관부서에서만 전담 프로그램으로 이용해야 하고, 자료의 삭제와 폐기를 절차와 관리를 관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단속 과정에서 채증한 자료는 수집과 관리, 삭제 절차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들 단체는 인권위에 "불법 촬영과 단톡방 공유의 책임자들을 징계하고, 단톡방에서 사진이 유출됐는지 검찰에 수사의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이 성매매 단속에서 채증이나 수사를 할 때 피의자와 관계인에 대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결정해달라"고 진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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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이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해 단톡방 공유”…인권위 진정
    • 입력 2022-07-12 10:14:24
    취재K

경찰의 성매매 단속 도중 영장 없이 알몸을 촬영 당한 여성이 "경찰의 위법 수사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등은 오늘(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습니다.

단체들은 "경찰이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알몸을 촬영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불법 촬영을 중단하고 촬영물을 영구 삭제·폐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A씨 "단톡방에 공유된 알몸 사진…불안과 공포, 모멸감 느껴 "

A씨에 따르면, 올해 3월 남성 경찰 3명이 A씨가 있는 원룸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습니다. 서울경찰청과 송파경찰서, 방배경찰서의 성매매 합동 단속반이었습니다. 경찰은 들어오자마자 휴대전화 카메라로 A 씨와, 떨어져 앉아있던 남성의 알몸 사진을 연속해서 찍었습니다. A씨가 사진 촬영에 항의했지만, 몸을 가릴 틈도 없이 경찰은 사진부터 찍고서 공무원증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A씨는 자신의 알몸 사진이 합동단속팀의 단체대화방에 공유된 사실을 조사를 받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A씨의 항의에, 경찰은 알몸 사진은 수사 자료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변호사는 경찰이 이 사진을 사건 발생 12일 뒤까지 수사기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추가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A씨에게 "단톡방에서 사진을 지웠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강제로 촬영된 자신의 알몸 사진이 유포된 것은 아닌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서에 "그 사진이 어딘가에서 나돌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모멸감이 듭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자백 강요하려 과잉 수사"…영장 없는 촬영도 논란

단체들은 이 같은 경찰의 알몸 촬영이 적법한 수사와 채증 활동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혐의를 입증하는데 알몸 사진이 유일한 방법이 아닌데도, 경찰이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겁니다. 성매매 사건에서 혐의 입증은 방 안에 있던 피임기구나 물품을 촬영한 사진으로 가능하고, 알몸 상태로 있었다는 정황은 경찰이 수사보고서에 기재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욱이 원룸 안에 경찰 3명이 있는 상태여서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도, 몸을 가릴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촬영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경찰 수사는 필요 최소한의 인권 침해에 그쳐야 하는데, 경찰의 불법 촬영으로 A씨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경찰이 알몸을 촬영한 것은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관행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씨에게 경찰이 "다 찍혔으니까 빨리 (진술서) 쓰고 끝내자"라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겁니다. 단체들은 "성매매 여성이라고 해도 강제 촬영을 당했을 때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서, 불법촬영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이 언론 브리핑에서 공개한 성매매 단속 현장 영상 모습. (기사와 연관 없는 KBS 자료화면)
A씨 측은 영장 없이 신체를 촬영한 점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피의자의 신체를 촬영할 때 영장이 있어야 적법하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온 점을 강조했습니다. 성매매 알선 등의 사건에서 "사전 영장 없이 사진을 촬영한 경우에는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고, 영장 없이 촬영한 채증 사진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판단한 판결도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경찰은 위법한 수사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관계자는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현장 채증은 영장 없이 가능하다"면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은 다른 압수물이 있을 때 청구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해당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해당 사진은 단속 7일 뒤 수사기록에 정식으로 포함되었다"면서 피의자가 여러 명인 사건이어서 수사기록 작성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경찰, 삭제했다지만…단속 채증자료 관리 부실 우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경찰청 내부 메신저가 아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이용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동시다발로 여러 팀의 단속 현황을 실시간으로 지휘하기 위해 편의상 이용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단톡방에는 단속 경찰 15명이 있었는데 여경 2명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단톡방은 단속 이후 탈퇴로 없어졌고, 현장 사진은 시경 내부 지침에 따라 사건을 송치할 때 삭제·폐기했고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신체를 촬영한 사진은 무엇보다 민감한 개인 정보이고, 단체대화방의 디지털 사진은 손쉽게 전송되거나 저장될 우려가 있습니다. 자칫 인터넷 등을 통해 유출되면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A씨를 대리하는 공익인권법센터 공감의 김지혜 변호사는 "경찰은 집회와 시위, 집단 민원 현장에서 채증 활동에 대해서만 예규(행정규칙)를 두고 있는데, 성매매 단속의 채증 활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집회와 시위 등의 현장의 경우, 경찰은 '채증활동규칙'에 따라 채증을 시작할 때 당사자에게 촬영을 알려야 합니다. 또 채증 자료는 주관부서에서만 전담 프로그램으로 이용해야 하고, 자료의 삭제와 폐기를 절차와 관리를 관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단속 과정에서 채증한 자료는 수집과 관리, 삭제 절차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들 단체는 인권위에 "불법 촬영과 단톡방 공유의 책임자들을 징계하고, 단톡방에서 사진이 유출됐는지 검찰에 수사의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이 성매매 단속에서 채증이나 수사를 할 때 피의자와 관계인에 대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결정해달라"고 진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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