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사라진 내 가방…세계 공항 ‘짐 분실’ 속출

입력 2022.07.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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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쌓여있는 수하물지난달,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쌓여있는 수하물

공항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는데 내 가방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여행은 시작도 못 한 채 항공사에 확인을 요청하고 경위를 파악하느라 진을 빼게 될 겁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여행 수요가 폭증해 수하물 분실도 함께 늘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 "수하물 분실 급증…국제선·경유 노선 특히 위험"

지난달 20일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는 여행용 가방 수천 개가 쌓여 방치됐습니다. 수하물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 기술적 결함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2일 에어프랑스는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직원들이 파업하면서 수하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1만 7천 개의 도착이 지연됐다고 밝혔습니다.

수하물을 추적하는 스위스 기술회사 SITA 측은 "6월 전 세계적으로 수하물 분실률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면서 "특히 4∼6월 수하물 분실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급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제선과 경유 항공편의 경우 수하물을 분실할 확률이 직항보다 6배나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에서도 수하물 분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5달러(한화 약 6,500원)를 지불하면 수하물을 추적해 분실 시 회수해주는 미국업체 '블루 리본 백스'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수하물 분실 신고가 급증했습니다.

가브리엘 멘킨 최고경영자는 "최근 1천 개의 수화물 중 10개가 분실되거나 도착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는 2019년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하물을 받지 못해 4인 가족을 위한 옷과 물품 등을 사느라 2,500달러(약 320만 원)를 쓰고 혈압약이 든 가방을 기다린 여행객의 사연 등을 소개했습니다. 일부 여행객은 4주를 기다려 수하물을 다시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가방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코로나19로 인력 감소…항공 수요 감당 안 돼

수하물 분실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이 꼽힙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원 수를 줄였다가 최근 여행 제한이 풀리고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입니다.

수하물 운송업체인 스위스포트인터내셔널 대변인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직원이 6만 5천 명이 넘었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4만 5천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스위스포트인터내셔널은 미국 일부 공항에서 신입 직원에게 5천 달러(약 650만 원)의 보너스를 얹어주는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투입할 인력은 빠르게 늘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항에서 일하기 위한 허가가 떨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수하물 업체인 멘지스항공의 필립 조이니히 최고 책임자는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고 교육하는 데는 2주밖에 걸리지 않지만, 직원이 실제로 일하는 데 필요한 보안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평균 65일이 걸리고, 최장 90일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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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에서 사라진 내 가방…세계 공항 ‘짐 분실’ 속출
    • 입력 2022-07-12 10: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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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쌓여있는 수하물
공항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는데 내 가방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여행은 시작도 못 한 채 항공사에 확인을 요청하고 경위를 파악하느라 진을 빼게 될 겁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여행 수요가 폭증해 수하물 분실도 함께 늘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 "수하물 분실 급증…국제선·경유 노선 특히 위험"

지난달 20일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는 여행용 가방 수천 개가 쌓여 방치됐습니다. 수하물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 기술적 결함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2일 에어프랑스는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직원들이 파업하면서 수하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1만 7천 개의 도착이 지연됐다고 밝혔습니다.

수하물을 추적하는 스위스 기술회사 SITA 측은 "6월 전 세계적으로 수하물 분실률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면서 "특히 4∼6월 수하물 분실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급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제선과 경유 항공편의 경우 수하물을 분실할 확률이 직항보다 6배나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에서도 수하물 분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5달러(한화 약 6,500원)를 지불하면 수하물을 추적해 분실 시 회수해주는 미국업체 '블루 리본 백스'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수하물 분실 신고가 급증했습니다.

가브리엘 멘킨 최고경영자는 "최근 1천 개의 수화물 중 10개가 분실되거나 도착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는 2019년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하물을 받지 못해 4인 가족을 위한 옷과 물품 등을 사느라 2,500달러(약 320만 원)를 쓰고 혈압약이 든 가방을 기다린 여행객의 사연 등을 소개했습니다. 일부 여행객은 4주를 기다려 수하물을 다시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가방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코로나19로 인력 감소…항공 수요 감당 안 돼

수하물 분실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이 꼽힙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원 수를 줄였다가 최근 여행 제한이 풀리고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입니다.

수하물 운송업체인 스위스포트인터내셔널 대변인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직원이 6만 5천 명이 넘었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4만 5천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스위스포트인터내셔널은 미국 일부 공항에서 신입 직원에게 5천 달러(약 650만 원)의 보너스를 얹어주는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투입할 인력은 빠르게 늘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항에서 일하기 위한 허가가 떨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수하물 업체인 멘지스항공의 필립 조이니히 최고 책임자는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고 교육하는 데는 2주밖에 걸리지 않지만, 직원이 실제로 일하는 데 필요한 보안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평균 65일이 걸리고, 최장 90일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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