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런 사람” MBTI 열풍…믿을 수 있을까?

"혈액형이 뭐예요?" 예전엔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요샌 MBTI 유형을 묻습니다. 혈액형보다 좀 더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MBTI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MBTI는 본인이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의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4가지 지표를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등 각각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모두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인프피(INFP)'들 약간 한결같기는 하죠. 망상 많이 하고 되게 내향적이고." "제 제일 친한 친구가 인프피에요. 인프피들 되게 귀여워요."

■ "내 MBTI 알고, 선입견 가질까 봐 신경 쓰여…"

MBTI 검사에서 'ISFP'로 나온 30대 초반의 남성을 만났습니다. 7년째 직장을 잘 다니고 있지만, 상사나 동료가 자신이 게으르다는 선입견을 가질까 봐 신경 쓰인다고 합니다. "'ISFP'라고 하면은 누워있는 사람이라고 하거든요, 얼마 전에 TV에도 나오고 그랬었는데 뭔가 되게 게을러 보이고 누워서 일어나고 싶어 하지 않아 하고 그런 이미지가 있죠."

MBTI는 성격 특성을 쉽게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재미로 서로의 유형을 물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MBTI 유형을 소통 도구로 가볍게 활용하는 건 분명히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MBTI는 한계가 뚜렷하고 부작용도 있습니다. 성격은 딱 나누기 힘든 연속 선상에 있습니다. 사람은 MBTI에서 구분하는 양쪽의 성격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MBTI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어 사람의 성격을 틀에 가둡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성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겁니다. 더욱이 "넌 이런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을 못 박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MBTI 신뢰도는?

MBTI는 신뢰도도 높지 않습니다. 4가지 지표를 개별적으로 보면 재현될 확률이 꽤 높습니다. 그러나 16개로 나눠지는 성격유형이 재현되려면 4가지 지표가 모두 똑같이 나와야 하므로 재현성이 떨어집니다. 예컨대 외향형인 E와 내향형인 I로 나누는 지표가 다음 검사에서 그대로 나올 확률이 90%라고 해보죠. 지표가 네 가지니까 성격유형이 똑같이 나올 확률은 0.9를 네 번 곱한 0.66, 66%에 그칩니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선 MBTI 검사를 쓰지 않습니다. MBTI 검사의 신뢰도가 낮고 더 유용한 검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선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를 많이 활용합니다. 567개 문항으로 구성된 MMPI는 피검사자가 얼마나 방어적인지, 답변에 신뢰성이 있는지까지 측정합니다. 연속적이고 유동적인 사람의 성격과 정신 병리를 더 잘 알 수 있는 검사가 MMPI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