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결혼한 남편 A 씨와 아내 B 씨.
둘 사이에 딸도 태어났지만 크고 작은 갈등 끝에 A 씨는 2016년 집을 나갔습니다.
이후 아내 B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는데, B 씨는 "이혼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가정법원은 "오히려 A 씨가 혼인 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소송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후 A 씨가 딸에게 연락하려고 해도 B 씨는 "먼저 집으로 들어오라"며 아파트 잠금장치까지 바꿨고, A 씨는 "관계 개선이 먼저"라고 맞서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결국 A 씨는 2019년 두 번째 이혼 소송을 냈고, B 씨는 이번 소송에서도 일관되게 "이혼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인천가정법원은 "B 씨가 이혼 의사가 절대로 없음을 밝히고 있다"며 A 씨의 이혼 청구를 다시 한번 기각했습니다.
■ 결혼 파탄 낸 쪽의 이혼 청구, 가능할까
인천가정법원이 이런 결론을 낸 이유, 아래 민법 조항에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이혼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부정한 행위를 한' 배우자가 거꾸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 책임이 있는 쪽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아 왔습니다.
혼인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 일방이 도리어 상대방을 쫓아내는 이혼, 이른바 '축출 이혼'을 막기 위해섭니다.
이 때문에 혼인 관계 파탄에 별다른 책임이 없는 쪽이 이혼을 원치 않는다면, 사실상 이혼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부 중 책임 있는 쪽의 이혼 청구도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며 그런 경우를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예컨대 △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적인 이혼을 당할 염려가 없는 경우나 △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 우에는 예외적으로 결혼 파탄을 책임져야 하는 쪽의 이혼 청구도 허용할 수 있단 겁니다.
■ 대법원 기준 제시…'말로만' 결혼 지속 원하는지 따져야
그렇다면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가 지난달 30일 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부부 중 일방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 그 말과 태도를 종합해 진정으로 '혼인을 계속하는 데 협조할 의무를 다할 의사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혼인 파탄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며 지속적 양보만 요구하며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거나 △소송 도중 가정법원이 권유하는 부부 상담 등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에도 이유 없이 무관심한 태도로 응하지 않는 경우 등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해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경우엔 섣불리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 혼인을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혼 소송 변론이 마무리될 시점에서 A 씨의 혼인 파탄 책임이 남아있는지, B 씨의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혼인 계속 의사가 있는지, 혼인 유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지를 추가로 심리하라"며 원심을 깨고 A 씨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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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망가뜨린’ 배우자, 이혼 청구 허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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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13 06:00:39
2010년 결혼한 남편 A 씨와 아내 B 씨.
둘 사이에 딸도 태어났지만 크고 작은 갈등 끝에 A 씨는 2016년 집을 나갔습니다.
이후 아내 B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는데, B 씨는 "이혼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가정법원은 "오히려 A 씨가 혼인 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소송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후 A 씨가 딸에게 연락하려고 해도 B 씨는 "먼저 집으로 들어오라"며 아파트 잠금장치까지 바꿨고, A 씨는 "관계 개선이 먼저"라고 맞서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결국 A 씨는 2019년 두 번째 이혼 소송을 냈고, B 씨는 이번 소송에서도 일관되게 "이혼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인천가정법원은 "B 씨가 이혼 의사가 절대로 없음을 밝히고 있다"며 A 씨의 이혼 청구를 다시 한번 기각했습니다.
■ 결혼 파탄 낸 쪽의 이혼 청구, 가능할까
인천가정법원이 이런 결론을 낸 이유, 아래 민법 조항에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이혼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부정한 행위를 한' 배우자가 거꾸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 책임이 있는 쪽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아 왔습니다.
혼인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 일방이 도리어 상대방을 쫓아내는 이혼, 이른바 '축출 이혼'을 막기 위해섭니다.
이 때문에 혼인 관계 파탄에 별다른 책임이 없는 쪽이 이혼을 원치 않는다면, 사실상 이혼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부 중 책임 있는 쪽의 이혼 청구도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며 그런 경우를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예컨대 △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적인 이혼을 당할 염려가 없는 경우나 △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 우에는 예외적으로 결혼 파탄을 책임져야 하는 쪽의 이혼 청구도 허용할 수 있단 겁니다.
■ 대법원 기준 제시…'말로만' 결혼 지속 원하는지 따져야
그렇다면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가 지난달 30일 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부부 중 일방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 그 말과 태도를 종합해 진정으로 '혼인을 계속하는 데 협조할 의무를 다할 의사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혼인 파탄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며 지속적 양보만 요구하며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거나 △소송 도중 가정법원이 권유하는 부부 상담 등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에도 이유 없이 무관심한 태도로 응하지 않는 경우 등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해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경우엔 섣불리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 혼인을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혼 소송 변론이 마무리될 시점에서 A 씨의 혼인 파탄 책임이 남아있는지, B 씨의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혼인 계속 의사가 있는지, 혼인 유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지를 추가로 심리하라"며 원심을 깨고 A 씨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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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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