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이냐 ‘파워풀’이냐…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력 2022.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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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도시의 얼굴 '도시 브랜드'…컬러풀 대신 파워풀?
"예산 낭비에 차별성 없고 독단적 행정"
해외에서 찾는 도시 브랜드의 성공 조건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의 수도는 암스테르담이죠. 암스테르담의 여러 관광지 중에서도 특히 많은 관광객이 추억을 사진에 남기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엠(I am)'과 '암스테르담'을 합친 '아이엠스테르담' 조형물입니다.

암스테르담은 2004년 이 브랜드를 만들고 조형물뿐만 아니라 시티 카드나 상점 등에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진행했고 도시 브랜딩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컬러풀 대구 → 파워풀 대구…"예산 낭비, 독단적 행정"

대구시도 같은 해인 2004년 지정한 도시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컬러풀 대구'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시정 슬로건 '파워풀 대구'를 단일 슬로건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시민들의 열정에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더해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는데요.


권영진 전 대구시장도 2015년, 기존 '컬러풀 대구'에서 새 브랜드를 개발한다며 3년 반에 걸친 회의 끝에 2019년 '핫플레이스 대구'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컬러풀 대구'를 선호해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점 모양 두 개만 바꿨습니다.

이렇게만 하는데도 용역비 등 3억 5천만 원이 들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컬러풀'을 아예 '파워풀'로 바꾼다니 브랜드 교체에 따른 매몰 비용과 행정력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심지어 '파워풀'은 2006년부터 포항시에서 '파워풀 포항'이란 도시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좋은 말만 갖다 붙인 것 아니냐', '도시 간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는 매년 바뀌는 시정 목표나 슬로건과 달리, 조례로 지정돼 있는데요. 이 때문에 대구경실련은 "대구시의 정체성이 담긴 슬로건을 바꾸는 과정에서 관련 조례 개정이나 시민 동의 없이 진행됐고, 바뀐 이유에 대한 설명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전 본인의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로 바꾸겠다고 한 것이 전부"라며 조례 위반과 독단적 행정에 대한 시의회 차원의 강력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 사랑받는 도시 브랜드…'민간 주도', '도시 특성 반영'

도시 브랜드의 성공은 시민들의 애정과 공감대가 기반입니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미국 뉴욕의 'I♥NY(아이러브뉴욕)'은 '세계 범죄수도'로 불리며 문제 도시의 상징이 되자 뉴욕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주도로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티셔츠나 우산, 컵 등 다양한 관광 상품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9.11 테러 당시에는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뉴욕을 사랑합니다(I♥NY MORE THAN EVER)'는 포스터도 등장해 테러에 상처 입은 시민들을 치유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시의 정체성을 잘 살려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있는데요. 바로 포르투갈의 제2 도시 포르투의 '포르투 닷(Porto.)'입니다. 포르투는 성당과 유서 깊은 건축물 안팎에 푸른 빛이 도는 세라믹 벽면인 '아줄레주'로 유명한데요.

출처: 스튜디오 에두아르도 아이레스 홈페이지출처: 스튜디오 에두아르도 아이레스 홈페이지

이를 활용한 '포르투 닷'은 특별한 설명이나 슬로건 없이도 도시의 특성을 잘 살린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고요. 이 역시 카드나 포스터, 간판과 전철 랩핑 등 도시 곳곳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의 유효기간, 시민들이 정해야"
물론, '브랜드가 너무 오래돼 교체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은 1975년, 암스테르담과 포르투도 2004년과 2014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도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교체되는 브랜드들은 '오래된 게'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결국 시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도시 브랜드를 발굴하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도시의 주인은 단체장이 아니라 시민입니다. 시민들의 공감대를 토대로 합의가 전제된 브랜드만이 단체장이나 유행에 따라 지속성을 위협받지 않고요. 변화하는 시대에 녹아들어 잘 활용,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픽: 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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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러풀’이냐 ‘파워풀’이냐…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 입력 2022-07-13 07:00:18
    취재K
<strong>도시의 얼굴 '도시 브랜드'…컬러풀 대신 파워풀?<br />"예산 낭비에 차별성 없고 독단적 행정"<br />해외에서 찾는 도시 브랜드의 성공 조건</strong><br />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의 수도는 암스테르담이죠. 암스테르담의 여러 관광지 중에서도 특히 많은 관광객이 추억을 사진에 남기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엠(I am)'과 '암스테르담'을 합친 '아이엠스테르담' 조형물입니다.

암스테르담은 2004년 이 브랜드를 만들고 조형물뿐만 아니라 시티 카드나 상점 등에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진행했고 도시 브랜딩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컬러풀 대구 → 파워풀 대구…"예산 낭비, 독단적 행정"

대구시도 같은 해인 2004년 지정한 도시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컬러풀 대구'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시정 슬로건 '파워풀 대구'를 단일 슬로건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시민들의 열정에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더해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는데요.


권영진 전 대구시장도 2015년, 기존 '컬러풀 대구'에서 새 브랜드를 개발한다며 3년 반에 걸친 회의 끝에 2019년 '핫플레이스 대구'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컬러풀 대구'를 선호해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점 모양 두 개만 바꿨습니다.

이렇게만 하는데도 용역비 등 3억 5천만 원이 들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컬러풀'을 아예 '파워풀'로 바꾼다니 브랜드 교체에 따른 매몰 비용과 행정력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심지어 '파워풀'은 2006년부터 포항시에서 '파워풀 포항'이란 도시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좋은 말만 갖다 붙인 것 아니냐', '도시 간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는 매년 바뀌는 시정 목표나 슬로건과 달리, 조례로 지정돼 있는데요. 이 때문에 대구경실련은 "대구시의 정체성이 담긴 슬로건을 바꾸는 과정에서 관련 조례 개정이나 시민 동의 없이 진행됐고, 바뀐 이유에 대한 설명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전 본인의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로 바꾸겠다고 한 것이 전부"라며 조례 위반과 독단적 행정에 대한 시의회 차원의 강력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 사랑받는 도시 브랜드…'민간 주도', '도시 특성 반영'

도시 브랜드의 성공은 시민들의 애정과 공감대가 기반입니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미국 뉴욕의 'I♥NY(아이러브뉴욕)'은 '세계 범죄수도'로 불리며 문제 도시의 상징이 되자 뉴욕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주도로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티셔츠나 우산, 컵 등 다양한 관광 상품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9.11 테러 당시에는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뉴욕을 사랑합니다(I♥NY MORE THAN EVER)'는 포스터도 등장해 테러에 상처 입은 시민들을 치유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시의 정체성을 잘 살려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있는데요. 바로 포르투갈의 제2 도시 포르투의 '포르투 닷(Porto.)'입니다. 포르투는 성당과 유서 깊은 건축물 안팎에 푸른 빛이 도는 세라믹 벽면인 '아줄레주'로 유명한데요.

출처: 스튜디오 에두아르도 아이레스 홈페이지
이를 활용한 '포르투 닷'은 특별한 설명이나 슬로건 없이도 도시의 특성을 잘 살린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고요. 이 역시 카드나 포스터, 간판과 전철 랩핑 등 도시 곳곳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의 유효기간, 시민들이 정해야"
물론, '브랜드가 너무 오래돼 교체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은 1975년, 암스테르담과 포르투도 2004년과 2014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도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교체되는 브랜드들은 '오래된 게'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결국 시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도시 브랜드를 발굴하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도시의 주인은 단체장이 아니라 시민입니다. 시민들의 공감대를 토대로 합의가 전제된 브랜드만이 단체장이나 유행에 따라 지속성을 위협받지 않고요. 변화하는 시대에 녹아들어 잘 활용,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픽: 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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