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아베의 등 뒤엔 아무도 없었다”
입력 2022.07.14 (14:24)
수정 2022.07.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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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격 당시의 영상
■여고생은 왜 넘어졌을까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한 지난 8일. 사건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길을 지나던 한 여고생이 달려가는 건장한 남자와 부딪혀 크게 넘어집니다. 그 충격으로 학생은 붕 떴다가 도로 쪽으로 떨어집니다.
여고생과 부딪힌 남자는 아베의 경호인력 중 한 명으로 보입니다. 총성이 울리자 경호원들이 소리가 난 쪽으로 급히 달려가고 있는 순간입니다. 이때, 아베는 이미 총을 맞은 후였습니다.
다른 위치에서 찍힌 영상과 사진 등을 보면, 여고생이 넘어지는 시점에 야마가미는 이미 붙잡힌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베가 쓰러진 시점에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진. 왼쪽에 넘어진 여고생이 보인다 (출처 트위터)
그 와중에 여고생과 부딪힌 남자는 다시 몸을 돌려 여고생을 부축해 일으켜 세웁니다.
두 번째 발포 직후 경호원과 부딪혀 넘어지는 여고생 (출처 트위터)
트위터 등 SNS에는 이 여고생이 괜찮은지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당시 경호 태세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 영상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뻥 뚫린 등 뒤
아베가 서 있던 지점은 좁은 교차로의 한 가운데. 바로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었고, 등 뒤엔 도로가 있었습니다.
총격 직후 현장 모습
시민들이 아베가 총격 당한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요인 경호 전문가들은 일단 장소 선정(사이트 셀렉션)이 잘못됐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의 경호를 담당했던 마이클 에바노프 전 국무차관보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방에 누구도 세우지 않는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뒤에 있는 건 벽이거나 경찰관이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범행을 위해 현장을 미리 둘러보는 야마가미의 모습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등 뒤는 뚫려 있는데 감시하는 경호 인력도 없었습니다. 야마가미는 아베의 연설이 시작된 뒤 잠시 지켜보다가 도로를 건너 아베에게 향했지만 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에바노프는 후방만을 감시하는 경호원이 없었기 때문에 야마가미가 범행에 나설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너무 좁았던 '경호 범위'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바이든 부대통령 당시 경호 경험이 있는 케네스 봄베이스도 일본 민영방송TBS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나쁜 조건의 장소였고, 가장 큰 실패는 '경계선의 범위'(경호의 범위)라고 말했습니다.
도로 건너편에서 아베를 지켜보고 있는 야마가미
경호 인력이 아베 전 총리를 둘러싼 범위가 너무 좁았다는 겁니다. 이 범위가 좀 더 넓었다면 야마가미가 그만큼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멀리서 총을 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범행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봄베이스는 아베 등 뒤를 지나는 차량 통행을 막지 않은 점도 문제로 봤습니다. 누구라도 차를 멈춘 뒤 야마가미와 같은 행동을 간단히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베와 그의 등 뒤를 지나는 차와의 거리는 3~4미터에 불과했습니다.
■첫 총성에 '움찔'
야마가미는 아베와 7미터 거리에서 첫 발을 쏩니다. 그의 태도는 차분했고, 자세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첫 발포 직전 아베를 향해 총을 겨눈 야마가미
첫 발포 순간
다시 5m 정도 거리까지 다가선 야마가미. 치명상이 된 두 발째를 쏠 때까지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첫 발포와 두 번째 발포 사이, 2.5초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몸을 감싸거나 숙이게 하는 경호원은 없었습니다. 엎드리라는 소리조차 현장에선 들리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총성 후 뒤를 돌아보는 아베 전 총리
첫 총성 후 경호원들은 허둥지둥댔고, 단상 위에 그대로 서 있던 아베는 총성에 놀라 뒤를 돌아봤습니다. 이어 두 번째 총성이 들리고 아베는 고통스러운 듯 가슴을 움켜쥐는 듯한 모습으로 홀로 쓰러집니다.
두 번째 총성 후 쓰러지는 아베 전 총리
8년 8개월을 재임한 일본 최장수 총리가 길에서 갑자기 총에 맞고 쓰러졌는데, 현장에선 의료 인력을 찾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다급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위신 추락한 일본 경찰
일본의 현직 총리는 수많은 인력으로 구성된 경호팀이 존재하지만, 직전 총리는 SP(경시청 경비부 경호과 소속 경호인력) 두 명, 그보다 더 이전의 총리의 경우는 SP 한 명이 경호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아베 전 총리의 경호 계획은 유세 현장인 나라현 경찰이 세우고, SP 한 명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경찰은 당시의 경호 인력과 배치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총격 현장에서 총알을 찾고 있는 경찰
나카무라 이타루 일본 경찰청 장관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현 단계에서 책임져야 할 것은 검증과 검토 작업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경찰의 경호 문제 검증 결과는 8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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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리포트] “아베의 등 뒤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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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14 14:24:27
- 수정2022-07-14 14:30:36
■여고생은 왜 넘어졌을까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한 지난 8일. 사건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길을 지나던 한 여고생이 달려가는 건장한 남자와 부딪혀 크게 넘어집니다. 그 충격으로 학생은 붕 떴다가 도로 쪽으로 떨어집니다.
여고생과 부딪힌 남자는 아베의 경호인력 중 한 명으로 보입니다. 총성이 울리자 경호원들이 소리가 난 쪽으로 급히 달려가고 있는 순간입니다. 이때, 아베는 이미 총을 맞은 후였습니다.
다른 위치에서 찍힌 영상과 사진 등을 보면, 여고생이 넘어지는 시점에 야마가미는 이미 붙잡힌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 여고생과 부딪힌 남자는 다시 몸을 돌려 여고생을 부축해 일으켜 세웁니다.
트위터 등 SNS에는 이 여고생이 괜찮은지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당시 경호 태세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 영상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뻥 뚫린 등 뒤
아베가 서 있던 지점은 좁은 교차로의 한 가운데. 바로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었고, 등 뒤엔 도로가 있었습니다.
요인 경호 전문가들은 일단 장소 선정(사이트 셀렉션)이 잘못됐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의 경호를 담당했던 마이클 에바노프 전 국무차관보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방에 누구도 세우지 않는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뒤에 있는 건 벽이거나 경찰관이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등 뒤는 뚫려 있는데 감시하는 경호 인력도 없었습니다. 야마가미는 아베의 연설이 시작된 뒤 잠시 지켜보다가 도로를 건너 아베에게 향했지만 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에바노프는 후방만을 감시하는 경호원이 없었기 때문에 야마가미가 범행에 나설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너무 좁았던 '경호 범위'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바이든 부대통령 당시 경호 경험이 있는 케네스 봄베이스도 일본 민영방송TBS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나쁜 조건의 장소였고, 가장 큰 실패는 '경계선의 범위'(경호의 범위)라고 말했습니다.
경호 인력이 아베 전 총리를 둘러싼 범위가 너무 좁았다는 겁니다. 이 범위가 좀 더 넓었다면 야마가미가 그만큼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멀리서 총을 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범행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봄베이스는 아베 등 뒤를 지나는 차량 통행을 막지 않은 점도 문제로 봤습니다. 누구라도 차를 멈춘 뒤 야마가미와 같은 행동을 간단히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베와 그의 등 뒤를 지나는 차와의 거리는 3~4미터에 불과했습니다.
■첫 총성에 '움찔'
야마가미는 아베와 7미터 거리에서 첫 발을 쏩니다. 그의 태도는 차분했고, 자세는 안정적이었습니다.
다시 5m 정도 거리까지 다가선 야마가미. 치명상이 된 두 발째를 쏠 때까지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첫 발포와 두 번째 발포 사이, 2.5초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몸을 감싸거나 숙이게 하는 경호원은 없었습니다. 엎드리라는 소리조차 현장에선 들리지 않았습니다.
첫 총성 후 경호원들은 허둥지둥댔고, 단상 위에 그대로 서 있던 아베는 총성에 놀라 뒤를 돌아봤습니다. 이어 두 번째 총성이 들리고 아베는 고통스러운 듯 가슴을 움켜쥐는 듯한 모습으로 홀로 쓰러집니다.
8년 8개월을 재임한 일본 최장수 총리가 길에서 갑자기 총에 맞고 쓰러졌는데, 현장에선 의료 인력을 찾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다급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위신 추락한 일본 경찰
일본의 현직 총리는 수많은 인력으로 구성된 경호팀이 존재하지만, 직전 총리는 SP(경시청 경비부 경호과 소속 경호인력) 두 명, 그보다 더 이전의 총리의 경우는 SP 한 명이 경호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아베 전 총리의 경호 계획은 유세 현장인 나라현 경찰이 세우고, SP 한 명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경찰은 당시의 경호 인력과 배치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카무라 이타루 일본 경찰청 장관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현 단계에서 책임져야 할 것은 검증과 검토 작업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경찰의 경호 문제 검증 결과는 8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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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익 기자 jig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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