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명.
범죄를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실제로 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수감돼 있는 사형수의 숫자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더는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2020년에는 정부가 유엔 총회에서 '사형 집행 유예 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이 때문에 사형수들은 가석방되는 일 없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사형 제도가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41조(형의 종류) 형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사형 형법 제250조(존속살해)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
■ 12년 만에 돌아온 사형제 존폐 논란…5시간 격론
윤 모 씨는 2018년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1심에서 사형을 구형하자 윤 씨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는 '국가가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조항에 어긋난다는 이유였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전략)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그러나 법원은 윤 씨의 신청을 기각했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윤 씨의 동의를 받아 2019년 2월 형법 제41조 1호(사형)와 제250조 2항(존속살해죄) 가운데 '사형'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헌재는 14일 대심판정에서 공개 변론을 열었습니다. 당초 두 시간 정도로 예정돼 있던 변론은 5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평소 한산하던 방청석이 가득 찰 만큼 변론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 "사형제 범죄예방 효과 증명 안 돼" vs "생명권도 제한 가능"
청구인 측은 "국회에서 9차례 사형 폐지 관련 입법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심의는커녕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모두 종결돼 국회 입법을 통한 사형제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한 법무부는 기존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 문제가 없다며 기존 결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양 측은 우선 생명권이 그 특성상 침해가 허용되지 않는 이른바 '절대적 기본권'인지를 놓고 맞붙었습니다.
청구인 측은 "생명권은 절대적 기본권이며 사형제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생명권은 다른 가치에 앞서고 침해가 허용되지 않는 이른바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며 일반 국민 생명보호 등 중대 공익을 지키기 위해 제한이 가능한 일반 기본권"이라고 맞섰습니다.
법무부를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당시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로 판단하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저울질한 것만 봐도 생명권은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가 다른 형벌에 비해 더 효과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거나 억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고, 이를 증명할 책임은 정부가 진다"며 "오히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되었음에도 살인 범행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만 봐도 사형제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형은 피해의 동일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응보가 형벌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 측은 사형에 대해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특수한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형제 대안으로 제시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종신형)' 등에 대해서는 "신체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 쌍방에 송곳 질문…위헌 결정 땐 '사형 확정자' 사회 복귀 가능성도
"만약 위헌이 나게 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사형 확정자들은 재심 청구를 하고자 할 경우 그 경우까지도 구금상태가 적법하게 유지됩니까? 사회로 나오는 것인가요?"
이날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은 사형제 찬반 양측에 공평하게 던져졌습니다. 이선애 재판관이 양 측에 질문지를 나눠주고 던진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법무부 대리인은 침묵하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긍정했습니다.
법무부 측은 "사형 미집행자들은 구속영장에 의해 구금된 게 아니라 형의 집행으로 구금되어 있어 만약 그 형벌조항이 무효가 된다고 하면 아무리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지금 형소법 형집행법 체계에서는 구금할 근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헌 결정 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심이 시작되면 법원이 구금 영장을 발부해 사형 미집행자들을 계속 잡아둘 수 있단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만약 사형제 위헌이 선고될 경우 재심 청구한 사형 확정자들에 대해 대체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그들을 계속 구금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양측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199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는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모든 규정에 대해 일괄 위헌을 선언하면서 새롭게 법률이 만들어질 때까지 사형 확정자들을 계속 구금하도록 명령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에 사형제 위헌이 선고될 경우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조항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조항들은 우리 법제상 총 103개에 이릅니다.
참고인으로 변론에 참석한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은애 재판관의 이 같은 질문에 "이론적으로는 다른 법령의 조항들도 모두 심판 대상에 직권으로 포함 시켜 위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변호사는 "만약 위헌이 나더라도 심판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은 다른 법률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결정 이후 입법부에서 한꺼번에 대체 입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줄어든 합헌-위헌 격차…이르면 연내 결론
법조계에선 워낙 첨예한 사안인 만큼 헌재가 이르면 연내 결론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위헌 여부를 따지는 건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1996년과 헌법소원심판에선 7 대 2로 합헌 결정이 났지만, 2010년에는 5(합헌) 대 4로 격차가 줄었습니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기존과 다른 결론이 날지 주목됩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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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형제 위헌 나면 미집행자들 풀려나나요?” 재판정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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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15 07:00:45
59명.
범죄를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실제로 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수감돼 있는 사형수의 숫자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더는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2020년에는 정부가 유엔 총회에서 '사형 집행 유예 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이 때문에 사형수들은 가석방되는 일 없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사형 제도가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41조(형의 종류) 형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사형 형법 제250조(존속살해)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
■ 12년 만에 돌아온 사형제 존폐 논란…5시간 격론
윤 모 씨는 2018년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1심에서 사형을 구형하자 윤 씨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는 '국가가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조항에 어긋난다는 이유였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전략)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그러나 법원은 윤 씨의 신청을 기각했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윤 씨의 동의를 받아 2019년 2월 형법 제41조 1호(사형)와 제250조 2항(존속살해죄) 가운데 '사형'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헌재는 14일 대심판정에서 공개 변론을 열었습니다. 당초 두 시간 정도로 예정돼 있던 변론은 5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평소 한산하던 방청석이 가득 찰 만큼 변론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 "사형제 범죄예방 효과 증명 안 돼" vs "생명권도 제한 가능"
청구인 측은 "국회에서 9차례 사형 폐지 관련 입법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심의는커녕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모두 종결돼 국회 입법을 통한 사형제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한 법무부는 기존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 문제가 없다며 기존 결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양 측은 우선 생명권이 그 특성상 침해가 허용되지 않는 이른바 '절대적 기본권'인지를 놓고 맞붙었습니다.
청구인 측은 "생명권은 절대적 기본권이며 사형제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생명권은 다른 가치에 앞서고 침해가 허용되지 않는 이른바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며 일반 국민 생명보호 등 중대 공익을 지키기 위해 제한이 가능한 일반 기본권"이라고 맞섰습니다.
법무부를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당시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로 판단하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저울질한 것만 봐도 생명권은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가 다른 형벌에 비해 더 효과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거나 억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고, 이를 증명할 책임은 정부가 진다"며 "오히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되었음에도 살인 범행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만 봐도 사형제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형은 피해의 동일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응보가 형벌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 측은 사형에 대해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특수한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형제 대안으로 제시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종신형)' 등에 대해서는 "신체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 쌍방에 송곳 질문…위헌 결정 땐 '사형 확정자' 사회 복귀 가능성도
"만약 위헌이 나게 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사형 확정자들은 재심 청구를 하고자 할 경우 그 경우까지도 구금상태가 적법하게 유지됩니까? 사회로 나오는 것인가요?"
이날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은 사형제 찬반 양측에 공평하게 던져졌습니다. 이선애 재판관이 양 측에 질문지를 나눠주고 던진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법무부 대리인은 침묵하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긍정했습니다.
법무부 측은 "사형 미집행자들은 구속영장에 의해 구금된 게 아니라 형의 집행으로 구금되어 있어 만약 그 형벌조항이 무효가 된다고 하면 아무리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지금 형소법 형집행법 체계에서는 구금할 근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헌 결정 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심이 시작되면 법원이 구금 영장을 발부해 사형 미집행자들을 계속 잡아둘 수 있단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만약 사형제 위헌이 선고될 경우 재심 청구한 사형 확정자들에 대해 대체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그들을 계속 구금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양측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199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는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모든 규정에 대해 일괄 위헌을 선언하면서 새롭게 법률이 만들어질 때까지 사형 확정자들을 계속 구금하도록 명령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에 사형제 위헌이 선고될 경우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조항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조항들은 우리 법제상 총 103개에 이릅니다.
참고인으로 변론에 참석한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은애 재판관의 이 같은 질문에 "이론적으로는 다른 법령의 조항들도 모두 심판 대상에 직권으로 포함 시켜 위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변호사는 "만약 위헌이 나더라도 심판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은 다른 법률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결정 이후 입법부에서 한꺼번에 대체 입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줄어든 합헌-위헌 격차…이르면 연내 결론
법조계에선 워낙 첨예한 사안인 만큼 헌재가 이르면 연내 결론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위헌 여부를 따지는 건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1996년과 헌법소원심판에선 7 대 2로 합헌 결정이 났지만, 2010년에는 5(합헌) 대 4로 격차가 줄었습니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기존과 다른 결론이 날지 주목됩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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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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